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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96) 제갈량의 후계자가 된 강유, 제갈량은 왕랑을 크게 꾸짖어 죽이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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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은 반드시 우리 군영 뒤편에 군사를 숨겨 놓았다가 우리가 꾐에 빠져 군사를 이끌고 나가면 그 틈을 노려 기습할 것입니다. 제게 정예병 3천 명을 붙여주시면 중요한 길목에 숨어있겠습니다. 태수께서는 군사를 이끌고 성을 나오되 30리쯤만 나아가다 즉시 돌아오십시오. 불이 붙는 것을 신호로 협공하면 반드시 큰 승리를 거둘 것입니다. 만약 제갈량이 직접 나선다면 반드시 저의 계략에 걸려 잡히고 말 것입니다.

제갈량이 천수군을 공격하자, 천수태수의 부장인 강유는 제갈량의 전략을 간파하고 조운마저 무찔렀습니다. 이에 깜짝 놀란 제갈량은 강유를 ‘한 마리의 봉황’으로 평가하며 그를 투항시키기 위하여 반간계를 썼습니다. 즉, 천수태수 마준으로 하여금 강유가 촉한과 내통한다는 의심을 하게 만들어 운신의 폭을 좁히고, 이로 인해 진퇴양난에 빠진 강유는 어쩔 수 없이 촉으로 귀순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갈량의 계략대로 강유는 제갈량에게 항복했습니다. 그러자 강유의 손을 잡으며 말했습니다.

제갈량에 항복하는 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에 항복하는 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내가 출사한 이후로 천하에 두루 현명한 자를 구하여 일평생 쌓은 학문을 전해주려 했지만 아직도 흡족한 인물을 구하지 못했었는데, 오늘 그대를 만나니 오랫동안 숙원이었던 내 소원이 이루어진 것 같소.

강유는 제갈량의 말에 너무 감복하여 크게 기뻐하며 감사의 절을 올렸습니다. 이로부터 제갈량은 강유를 후계자로 신임하고 그에게 중요한 일들을 맡기게 됩니다. 제갈량은 계속해서 천수와 상규를 빼앗을 계책을 상의했습니다. 그러자 강유가 말했습니다.

천수성의 양서와 윤상은 저와 매우 친합니다. 밀서 두 통을 써서 성안으로 쏘아 보내 그들을 자중지란에 빠뜨리면 성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갈량은 그 말을 따랐습니다. 강유는 밀서 두 통을 성안으로 보내 손쉽게 천수성을 차지했습니다. 상규는 항복한 양서의 친아우인 양건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양서가 양건을 투항시켰습니다. 제갈량은 양서를 천수태수에, 윤상을 기성현령에, 양건을 상규현령으로 삼고 다스리도록 했습니다.

제갈량은 군마를 정돈하여 기산(祁山)으로 전진했습니다. 마침내 위수(渭水) 서쪽에 이르렀습니다. 위의 조예도 이 소식을 듣고 조회를 열었습니다. 사도(司徒) 왕랑이 나섰습니다.

제갈량의 호통에 기가 막혀 죽는 왕랑.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의 호통에 기가 막혀 죽는 왕랑. 출처=예슝(葉雄) 화백

신이 뵈오니 선제께서는 늘 대장군 조진을 쓰셨는데, 가는 곳마다 반드시 이겼습니다. 이제 폐하께서도 조진을 대도독으로 삼아 촉군을 물리치라고 하소서.

신이 재주도 없고 지혜도 엷어 그 직책을 맡기가 어렵습니다. 다만 곽회를 부장으로 임명해 주시면 힘써 싸우도록 하겠습니다.

조예는 즉시 조진을 대도독으로 삼고 곽회를 부도독, 왕랑을 군사로 삼아 낙양과 장안의 군사 20만 명을 선발하여 주었습니다. 조진은 조준을 선봉으로 삼고 탕구장군 주찬을 주선봉으로 삼아 위수에 영채를 세웠습니다. 조진이 촉군을 물리칠 계책을 협의하자, 왕랑이 말했습니다.

내일 대오를 삼엄하게 정렬시키고 깃발들을 크게 펼친 다음, 노부가 직접 나가 한 자리의 말로 제갈량이 공수(拱手)를 하며 항복하도록 만들겠습니다. 그렇게 되면 촉군은 싸우지도 않고 제풀에 물러갈 것입니다.

왕랑은 자신 있게 제갈량에게 말했습니다. 천수(天數)가 변하고 신기(神器)도 바뀌어 덕 있는 위나라에게 돌아갔으니, 이는 곧 하늘의 뜻이요 사람들의 소망이다. 억지로 천리를 거스르고 인심을 배반하는 일을 하지 말고 항복하라고 했습니다. 제갈량은 크게 웃으며 대꾸했습니다.

나는 한나라 조정의 원로대신이라 분명히 훌륭한 논의가 있으리라 여겼다. 어찌 이런 속되고 천한 말을 늘어놓을 줄 생각이나 했겠느냐? 나는 본래부터 네가 한 짓을 잘 알고 있다. 역적을 도와 함께 황제 자리를 찬탈하였으니 지은 죄악이 깊고 무거워 천지가 용납하지 않고 천하 사람들이 네 고기를 먹고자 원하고 있다. 너는 권력에 빌붙어 아첨이나 하는 신하이니, 몸을 숨기거나 목을 움츠리고 잘 먹고 살기나 하지 어찌 감히 대오 앞에 서서 망령되이 천수 운운하느냐? 이 늙은 놈아, 속히 물러가 배반한 역적 놈들에게 나와 승부나 가리라고 해라!

왕랑은 제갈량의 말들 듣자 기가 막히고 가슴속으로 분이 차올랐습니다. 곧바로 외마디 소리를 크게 지르며 말 밑으로 떨어져 머리를 땅에 처박고 그 자리에서 죽었습니다. 후세 사람이 시를 지어 제갈량을 칭찬했습니다.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갈량. 출처=예슝(葉雄) 화백

병마가 서쪽 진 땅으로 나가니 兵馬出西秦
큰 재주는 만인을 대적하네 雄才敵萬人
세 치 혀를 가볍게 놀려 輕搖三寸舌
늙은 간신을 호통쳐서 죽였네 罵死老奸臣

조진은 왕랑의 시신을 관에 넣어 장안으로 보냈습니다. 그러자 곽회가 계책을 냈습니다.

제갈량은 우리가 군중에서 장례를 치르는 줄 알고 오늘 밤 반드시 영채를 기습하러 올 것입니다. 군사를 네 갈래로 나누어 두 갈래는 후미진 산골길을 따라가 빈틈을 이용해 초군 영채를 기습하고, 두 갈래는 우리 본영 밖에 매복해 있다가 좌우에서 들이치도록 하소서.

그 계책이 내 생각과 똑같소!

조진은 대단히 기뻐하며 곽회의 계책대로 군사를 이동시켰습니다. 제갈량은 이들의 계략을 역이용하여 하룻밤 사이에 대승을 거두었습니다. 첫 전투에 패한 조진은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곽회가 다시 계책을 냈습니다.

싸우다 보면 이기기도 하고 지기도 하는 것이니 걱정할 일이 아닙니다. 저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촉군이 앞뒤에서 서로를 구원할 수 없게 만들면 기필코 제풀에 물러갈 것입니다.

곽회가 이번엔 제대로 된 계책을 낼지 두고 볼 일입니다. 모종강은 제갈량이 왕랑을 꾸짖어 죽게 만든 장면을 다음과 같이 평했습니다.

‘사람들은 역적을 토벌하는 사람은 마땅히 그 괴수를 먼저 죽여야 한다고 알고 있을 뿐, 그 종(從)을 먼저 죽여야 한다는 것은 모르고 있다. 어째서인가? 가윤과 성제가 없었으면 사마의 부자가 멋대로 흉악한 짓을 못했을 것이고, 화흠과 왕랑이 없었다면 조조 부자가 멋대로 흉악한 짓을 못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조조를 욕하고 화흠을 욕하지 않는다면 조조의 혼을 충분히 깨부순 것이 아니고, 조비와 조예를 욕하면서 왕랑을 욕하지 않는다면 조비와 조예의 혼을 충분히 깨부순 것이 아니다. 조조를 욕한 것은 진림의 격문에 있고 의대조(衣帶詔)가 있고 한중왕이 등극할 때 올린 글이 있지만, 조비를 욕한 것은 없다. 제갈량의 출사표가 있기는 하지만 역적을 토벌하기 위해 천하에 포고한 글이 없는 것이 한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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