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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95) 제갈량이 계략으로 천수를 공략하자 강유가 이를 알고 반격에 나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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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량이 대군을 거느리고 면양으로 갔습니다. 하후무가 관중의 각 곳에서 병마를 이끌고 오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습니다. 위연은 자신이 선봉이 되어 자오곡(子午谷)으로 들이닥치면 열흘 안에 장안까지 진격할 수 있노라고 장담했습니다. 하지만 제갈량은 안전한 계책이 아니라며 따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농우(隴右) 쪽의 평탄한 길을 따라 병법대로 진격하겠다고 했습니다. 위연은 자신의 계책이 채택되지 않자 매우 불만스러웠습니다. 제갈량은 조운에게 선봉에서 진격할 것을 명령했습니다.

위연. 출처=예슝(葉雄) 화백

위연. 출처=예슝(葉雄) 화백

하후무는 장안에서 여러 방면의 군마를 불러 모았습니다. 서량대장(西涼大將) 한덕은 개산대부(開山大斧)를 잘 썼는데 만부부당지용(萬夫不當之勇)의 장군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아들 넷이 있었습니다. 한영, 한요, 한경, 한기였는데 모두 무예에 정통하고 궁마(弓馬)에 뛰어났습니다. 한덕은 네 아들과 8만 명을 이끌고 봉명산으로 와서 촉군과 마주쳤습니다. 조운이 창을 뻗쳐 들고 달려 나오자, 맏아들 한영이 뛰어나왔습니다. 하지만 채 3합도 싸우기 전에 조운의 창에 찔려 말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둘째 한요가 덤벼들었으나 당해낼 수 없었습니다. 셋째 한경과 넷째 한기가 조운을 에워싸며 덤볐습니다. 그러나 곧 한기가 말 밑으로 떨어졌고, 한경은 조운의 활을 맞고 죽었습니다. 나아가 조운은 한요를 사로잡아 놓고 적진 속으로 뛰어들었습니다. 네 아들을 한꺼번에 잃은 한덕은 간담이 내려앉아 진 속으로 달아났습니다. 조운은 필마단창(匹馬短槍)으로 무인지경처럼 적군을 무찔렀습니다. 후세 사람들도 시를 지어 조운의 무공을 기렸습니다.

그 옛날 상산 조자룡을 돌아보면 憶昔常山趙子龍
칠십에도 펄펄 날아 기이한 공 세웠네. 年登七十建奇功
혼자 네 장수 베고 적진을 휘저으니 獨誅四將來衝陣
당양에서 후주 구하던 그때 그 모습이로다. 猶似當陽救主雄

한덕이 크게 패하자 하후무가 군사를 이끌고 나왔습니다. 조운이 창을 들고 말을 달려나갔습니다. 한덕이 원수를 갚겠다고 곧장 조운에게 덤벼들었습니다. 하지만 채 3합도 싸우기 전에 조운의 창이 번쩍하더니 한덕을 찔러 말 밑으로 떨구었습니다. 실력이 안 되는 장수가 분으로만 덤빈 결과였습니다. 조운은 그대로 하후무에게 달려들었습니다. 하후무도 기겁을 하고 도망갔습니다. 위군은 또다시 크게 패하고 후퇴했습니다. 하후무는 조운을 무찌를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습니다. 정욱의 아들인 정무가 진언했습니다.

한덕의 네 아들 모두를 죽이는 조운. 출처=예슝(葉雄) 화백

한덕의 네 아들 모두를 죽이는 조운. 출처=예슝(葉雄) 화백

제가 보기엔 조운은 용기는 있으나 꾀가 없습니다. 걱정하실 일이 못 됩니다. 내일 도독께서 다시 군사를 이끌고 나가시기 전에 두 무리의 군사를 좌우에 매복시켜 두소서. 그리고 도독께서는 진으로 나갔다가 먼저 후퇴하여 조운을 복병이 있는 곳으로 유인하시고, 바로 산으로 올라가 사방에 있는 군마를 지휘해 몇 겹으로 에워싸면 조운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하후무는 그 말을 따랐습니다. 다음날, 하후무가 조운에게 싸움을 걸었습니다. 조운이 말을 타고 뛰쳐나갔습니다. 등지가 조운에게 계략을 조심하라고 말했습니다. 조운은 듣지 않고 질풍처럼 말을 달려나갔습니다. 조운이 한참을 추격했을 때였습니다. 사방에서 함성이 울리며 적군이 쳐들어왔습니다. 등지는 적은 군사로 조운을 구할 수가 없었습니다. 조운은 완전히 포위되어 곤란한 처지에 빠졌습니다. 위군의 포위망은 점점 좁혀오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쉬지 않고 싸웠지만 포위망을 뚫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조운은 탄식했습니다.

아! 내가 늙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으려다 결국 이곳에서 죽는구나!

바로 그때, 위군의 한쪽이 우르르 무너졌습니다. 장포와 관흥이 제갈량의 명을 받아 조운을 도우러 온 것이었습니다.

승상께서 혹시 노장군께서 실수가 있을까 봐 특별히 군사를 이끌고 가서 지원하라고 하셨습니다.

두 장군이 이미 기이한 공을 세웠는데 어째서 이런 기세를 몰아, 오늘 하후무를 잡고 대사(大事)를 결정짓지 않는가?

조운은 다시 힘을 내어 장포, 관흥과 함께 군사를 이끌고 하후무를 잡으러 갔습니다. 등지는 뒤에서 지원했습니다. 하후무는 지략이 없고 나이도 어렸으며 전쟁 경험도 없었습니다. 군사들이 혼란에 빠지자 부하 1백여 명만 이끌고 남안군(南安郡)으로 달아났습니다. 위군의 시체가 들판을 덮고 피는 하천을 이뤘습니다. 조운 등은 남안성을 포위하고 공격했습니다. 열흘을 공격했지만 함락할 수 없었습니다. 제갈량이 도착하여 성을 살펴보고는 작전을 지휘했습니다.

바로 남안성을 빌미로 천수와 안정을 공략하는 것이었습니다. 제갈량은 천수태수 마준과 안정태수 최량이 군사를 이끌고 남안군의 하후무를 구원하도록 하여 그들이 군사를 이끌고 성을 나오는 순간에 공략하는 계책이었습니다. 안정태수 최량이 걸려들어 위연이 안정을 차지했습니다. 제갈량은 최량을 풀어주어 남안성에 들어가 항복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최량은 하후무와 이를 역이용하여 제갈량을 사로잡기로 했습니다. 신출귀몰한 제갈량이 이를 모를 리 없겠지요. 장포와 관흥을 보내 사전에 격파하고 하후무를 사로잡았습니다. 남안성도 제갈량의 손아귀에 들어왔습니다.

이제 천수만 남았습니다. 천수태수 마준은 하후무가 남안성에 갇혀 곤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즉시 문무관원을 불러 상의했습니다.

하후부마는 바로 금지옥엽입니다. 만약 조금이라도 잘못되면 가만히 앉아 관망한 죄를 면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태수께서는 어째서 부하 병사를 모두 일으켜 구원하러 가지 않으십니까?

태수께서는 제갈량의 계략에 속고 계십니다.

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강유. 출처=예슝(葉雄) 화백

천수태수 마준이 군사를 일으키려 할 때 중랑장 강유가 말렸습니다. 강유는 어려서부터 온갖 서적을 두루 탐독했고 병법과 무예도 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를 지극한 효도로 받들어 고을 사람들에게 존경도 받았습니다. 그런 그가 제갈량의 계략을 꿰뚫어 보고 말했습니다.

근자에 듣자니 제갈량이 하후무를 무찔러 남안성으로 몰아넣고 물샐틈없이 에워싸고 있다던데, 어떻게 엄중한 포위망을 뚫고 사람이 나올 수 있겠습니까? 게다가 배서는 이름도 없는 하급 장교로 본 적도 없는 사람입니다. 더욱이 안정에서 왔다는 파발꾼은 갖고 온 공문도 없었습니다. 이런 점으로 미루어 볼 때, 이 사람은 바로 촉장으로 위장을 사칭한 것입니다. 태수를 속여 성 밖으로 끌어내면 성안에서 방비가 없게 될 터이니 한 무리의 군사를 근처에 숨겨 두었다가 빈틈을 타고 천수를 빼앗으려는 것이 분명합니다.

그대가 깨우쳐 주지 않았더라면 간계(奸計)에 속아 잘못을 저지를 뻔했소.

태수께서는 마음을 놓으소서. 저에게 한 가지 계책이 있습니다. 제갈량을 잡고 남안의 위기를 해소할 수 있을 것입니다.

태수는 크게 기뻐하며 강유의 말을 따르기로 했습니다. 제갈량이 자신의 후계자로 지목한 강유. 강유는 제갈량에게 어떤 모습을 보여주어 그의 후계자가 되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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