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방위산업계가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영향으로 수주 물량이 역대 최대 수준에 근접하는 등 호황을 누리고 있다.
특히 한국의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년간 수주 잔량을 6배 이상 늘려 세계 주요 방산업체 중 증가율 1위를 기록했고 이 여파로 한국은 세계 무기 수출국 10위권 안쪽으로 진입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세계 15대 방산기업의 실적을 분석한 결과 이들의 수주잔량 합계는 지난해 말 총 7776억 달러(약 1002조원)로 2020년 말(7012억 달러)보다 10.9% 증가했다.
올해에도 이들 기업의 수주잔량은 상반기 말 기준 7640억 달러(약 984조원)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의 폴란드 수출 등에 힘입어 '대박'을 터뜨렸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 잔량은 같은 기간 24억 달러(약 3조900억원)에서 지난해 말 152억 달러(약 19조6000억원)로 6배 이상 급증했다. 이는 분석 대상 기업 중 최고 증가율이다.
이에 따라 한국의 무기 수출국 순위는 2000년 세계 31위에서 지난해 세계 9위로 도약했다고 FT는 설명했다.
방산주에 대한 세계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의 세계 방산업종 주가지수도 지난 12개월 동안 약 25% 상승했다. 특히 유럽의 스톡스 항공우주·방위산업 주가지수는 이 기간 50% 이상 치솟았다.
이런 흐름은 각국 정부의 군사비 확대 추세가 지속하리라는 투자자들의 전망을 반영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가 집계한 지난해 세계 각국의 군사비 지출은 2조2400억 달러(약 2830조원)로 전년 대비 3.7% 증가해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유럽의 군사비 지출 증가율은 최소한 30년 만에 최고치였다. 유럽 각국은 탄약·포탄과 전차 등 군사 장비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고 줄어든 재고를 보충하기 위해 앞다퉈 주문을 내놓고 있다.
다만 세계 100대 방산기업의 무기 판매·군 상대 서비스 매출 합계는 지난해 5970억 달러(약 746조원)로 전년 대비 3.5% 감소했다.
영국 금융리서치 기업 에이전시 파트너스의 닉 커닝엄 애널리스트는 FT에 "무기 제조, 판매의 경우 정책 결정과 예산 배정, 주문에 걸리는 기간이 길어서 약 2년 전에 시작된 (우크라이나) 침공은 주문에 이제 겨우 나타나고 있으며 매출에는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방산업계의 신규 수주 물량이 인도 물량보다 많아 당분간 수주 잔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