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감 고조되는「페만전운」4개월-「협상날짜」싸고 팽팽한 신경전|겨울전투 승산

페르시아만사대가 전면전으로 번져 1∼2월중에 전투가 발생할 경우 다국적군이 유리해지리라는 일반적인 관측과는 달리 이라크 군 측에도 적지 않은 전략적 이점이 있다는 분석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미 전략문제 전문가들이 최근 밝힌 동절기 전투의 허와 실을 살펴보면 이라크 군은 겨울에 전쟁이 일어나더라도 다국적군 못지 않게 서늘한 기후의 덕을 많이 볼 수 있다는 것.
전문가들이 우선적으로 꼽고있는 이라크 측의 이점은 선선한 날씨가 화학무기의 위력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들은 현재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는 화학무기들의 성능이 석씨2O도 안팎의 실온에서는 50도를 웃도는 사막기후 때보다 확산속도에서 약1·7∼2배, 독성의 잔류시간은 1·5배 이상 지속됨으로써 다국적군의 피해를 크게 할 것으로 보고있다.
선선한 날씨는 또 사막 모래의 강도를 떨어뜨려 다국적군의 전차·장갑차 및 야포 등 지상군 장비의 기동력을 약화시키는 문제점을 야기 시킨다.
물론 전투가 시작되면 미·이라크 양측은 모두 신속한 기동력 확보가 필요하다. 그러나 쿠웨이트 및 접경지역에서 막강한 방어진지를 구축한 채 수비에 주력할 이라크 쪽 보다는 공격에 나서야할 미군 측이 훨씬 더 기동력을 요한다는 점을 감안해 볼 때 「푹푹 빠지는」모래바닥은 미군에게 불리할 것이 틀림없다.
기온이 서늘해지면 또 곳곳에 늪지대가 생겨 군장비의 원활한 이동을 저해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즉 뜨거운 기후 하에서는 바닥이 말라 있던 사막 내 하천(와디)에 기온저하에 따른 대기응결 현상의 급증으로 생겨난 물방울들이 고이면서 습지로 바뀌어 기동력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것이다.
사막지역은 겨울이 되면 기온의 일교차가 한층 심해지고 날씨 또한 예측이 어렵게 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라비아사막의 경우 겨울철 밤이 되면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는 경우가 잦아 낮 기온과의 평균 온도차가 섭씨 20∼25도에 달할 때가 많다.
이렇게 되면 미군들은 작전 시 낮에는 여름복장을, 밤에는 두꺼운 겨울 피복을 갖춰야하므로 전투능력의 저하는 물론 활동반경이 몹시 제한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실례로 「사막의 방패작전」에 참여하고 있는 미 육군의 캘빈 월러 중장은 사우디아라비아 주둔 미군들의 과다한 개인장비 구비에 따른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미 미국은 상당량의 월동 장비들을 선적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미군이 겪게 될지 모를 정작 큰 어려움은 겨울철모래바람으로 인한 시계불량 및 각종 첨단 장비의 마모, 항공기의 고장 등으로 전력의 1백% 활용에 지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겨울철이면 부는 이 북서풍의 모래바람 샤말은 시속 80km의 돌풍에 모래먼지를 동반하는데 일단 바람이 불면 심할 때는 3∼5일씩 계속되며 이 기간 중에는 헬기나 기타 근접지원 항공기 등의 이·착륙이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라는 설명이다.
또 모래바람 속에서는 가시거리가 15m에 불과, 조준사격이나 계기측정이 몹시 어려워지고 특히 미군이 자랑하는 전자장비들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으로 군 관계자들은 밝히고 있다.
이 모래바람은 이밖에 페르시아만의 파고를 5m 이상으로 만들어 미 해병대의 쿠웨이트 상륙 작전에 예기치 못한 복병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요인들이 물론 모두 이라크 쪽에만 유리하게 작용한다고는 보기 어렵다. 미군의 한 관계자의 『미식축구 경기 때 비가 오면 양측이 모두 불리해지기는 마찬가지』 라는 지적처럼 험한 기후조건들은 이라크 군에도 역시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공격군의 전력이 수비군보다 적어도 3배는 돼야 균형을 이룬다는 전술교범의 원칙에 따라 지리나 현지 풍토에 익숙지 못한 미군 측으로서는 동일한 「악조건」에 대한 체감도가 훨씬 더 크리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이제까지 동절기는 곧 이라크 공략의 최 적기라는 서방측의 판단은 예기치 못할 어려움을 다국적군에 안겨줄지도 모르며 전쟁의 양상은 뜻밖의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김용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