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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 책임 분담하는 '新 이민·난민 협약' 타결…"돈 주고 난민 막을 수도" 비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럽연합(EU)이 20일(현지시간) 3년간의 협상 끝에 난민 심사와 회원국별 배분 방법을 정한 '신(新) 이민·난민 협약'을 타결했다. 그리스·이탈리아 등 아프리카·중동과 가까운 나라에만 난민 유입이 쏠리지 않도록 책임을 분담하겠다는 게 골자다. 다만 이 같은 연대를 따르지 않을 경우 EU에 일정한 돈을 내기로 했는데, 이 때문에 난민 거부가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튀니지 등에서 온 난민들이 지난 9월 15일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에서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튀니지 등에서 온 난민들이 지난 9월 15일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에서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로이터·AFP 통신 등에 따르면 EU 이사회 의장국인 스페인은 이날 "EU 회원국과 의회, 집행위원회 대표가 밤샘 협상을 거쳐 신 이민·난민 협약에 대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지난 2020년 9월 논의를 시작해 약 3년이 걸려 타결됐다. EU 이사회와 의회가 이 협약을 공식 채택하면 내년 6월 EU의회 선거 이전에 발효될 전망이다.

협약에서 가장 눈에 띄는 항목은 '의무적 연대'라고 명명된 '이주·난민 관리규정'이다. 특정 회원국에 난민 유입 부담이 발생할 때는 다른 회원국이 일정 수의 난민을 나눠 받아들여야 한다는 게 골자다. 그렇지 않으면 난민 수에 따라 EU 기금에 돈을 내야 한다. 금액은 난민 1인당 2만 유로(약 3000만 원)로 잠정 결정됐다. 이 기금으로 본국에 물품을 지원하거나 인프라를 건설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새 협약에는 또 난민에 대한 사전 심사 절차를 단일화하고, 본국으로의 송환 여부 등을 빠르게 결정하는 '패스트트랙' 심사를 도입하기로 했다. 한번에 최대 3만명씩 최장 12주가 걸리게 해 한해에 최대 12만명이 심사받을 수 있다.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새 협약은 더블린 조약으로 인해 유럽 특정 국가에 난민이 몰리는 부작용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추진됐다. 앞서 지난 1990년에 체결된 더블린 조약은 EU에 도착한 난민은 처음으로 입국한 국가에 난민을 신청해야 하고, 해당 국가 역시 이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난민들이 망명 국가를 고르는 이른바 ‘망명지 쇼핑’을 막는 효과 등이 있지만, 아프리카·중동과 가까운 지중해의 회원국, 특히 그리스·이탈리아 등에 난민 부담이 가중되는 부작용이 생겼다.

새 협약으로 인해 일부 국가에만 편중됐던 부담이 분배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마테오 피안테도시 이탈리아 내무부 장관은 "이 협약의 승인은 유럽과 이탈리아에 큰 성공"이라며 "(난민의) 최전선에 있는 나라들은 더는 외롭지 않을 것"이라며 반겼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도 "만족스러운 결과"라고 평가했다. 독일·프랑스·네덜란드·스페인 등도 환영했다. 

그러나 헝가리는 반대 의사를 밝혔다. 씨야르토 페테르 헝가리 외무장관은 "EU이건 어디서건 우리에게 누구를 받아들일지 지시할 수 없다"며 "우리는 우리 의지에 반해 아무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제 인권단체들도 이번 합의를 비판했다. 국제앰네스티는 "난민 신청자들은 이주 여정의 모든 단계에서 고통이 급증하게 될 것"이라면서 "EU 회원국 일부는 연대를 우선하는 대신 난민이 도착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자금을 내놓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이민법 개정안 통과 후폭풍

프랑스 일부 시민들이 지난 18일 프랑스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이민법 개정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프랑스 일부 시민들이 지난 18일 프랑스 파리의 레퓌블리크 광장에서 이민법 개정안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한편 프랑스에선 이민자 자녀의 자동 국적 취득 제도를 없애고 외국인에 대한 주거 지원 요건을 강화하는 등 이민 문턱을 크게 높인 이민법 개정안이 지난 18일 의회에서 통과된 이후 후폭풍이 일고 있다. 

국민연합(RN) 등 극우 진영에선 환영했지만, 좌파 진영과 정부 일각에선 반발이 거세다. 좌파 인사가 주지사로 있는 32개 주와 사회당 소속 안 이달고 시장이 이끄는 파리시는 20일 개정안 중 일부 조항은 법이 통과 돼도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프랑스 북서부 렌에서는 이날 저녁 수백명이 도심에 모여 이민법 반대 행진을 벌였다. 아울러 오렐리앵 루소 보건장관 등 4명의 장관이 사의를 밝힌 것으로 알려지는 등 내각도 분열하고 있다.  

이런 논란에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20일 프랑스5 방송에 출연해 "이민법은 불법적으로 입국한 사람들을 돌려보낼 수 없는 상황에 맞서 싸워야 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방패"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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