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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 지으며 법정 등장…수의 입은 롤스로이스男 "반성한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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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성 의약품을 투약하고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가 인도에 있던 20대 여성을 치어 숨지게 한 ‘압구정 롤스로이스’ 사건의 피고인 신모(28·구속 기소)씨에게 검찰이 징역 2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26단독(최민혜 판사) 심리로 열린 신씨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도주치사 등 사건의 결심공판에서 “신씨는 피해자를 처음 충격한 직후 가속 페달을 밟아 2차 충격을 가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 A씨가 지난 8월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한 채 롤스로이스 차량을 몰다 행인을 치어 중상을 입힌 20대 남성 A씨가 지난 8월 검찰로 송치되기 위해 서울 강남구 강남경찰서에서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뉴스1

신씨는 지난 8월 서울 강남구의 한 병원에서 피부미용 시술을 명목으로 마약성 의약품을 두 차례 투약하고 롤스로이스 차량을 운전하다가 인도에 있던 A씨(27)를 치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사고로 뇌사 상태에 빠졌던 A씨는 지난달 끝내 숨졌다. 신씨는 A씨가 차량 밑에 깔려 있는데도 구호 조치를 하지 않고 차 안에서 휴대전화를 보다가 마약성 의약품을 투약한 병원으로 걸어갔다고 한다. 검찰은 “폐쇄회로(CC)TV 영상을 보면, 신씨는 사건 현장으로 달려오는 구급차와 경찰들을 마주 보면서 자신이 치료받았던 병원으로 가는 것이 확인된다. 경찰차의 사이렌 소리를 듣고 도주를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검찰은 신씨가 당초엔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현장을 이탈했다”고 진술했다가, 경찰에 체포됐다가 석방된 이후 “병원에 가려고 현장을 이탈했다”고 진술을 바꾼 건 형량을 줄이려는 의도라고 봤다. 사망 사고를 내고 구호 조치 등을 하지 않고 현장에서 이탈하면 법정형이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인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사 혐의가 적용돼서다.

검찰은 신씨를 향해 “피해자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었고, 자신을 체포하려는 경찰에게 격렬하게 항의를 한다거나 실소를 내뱉고, 농담 섞인 통화를 하는 등 인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를 저버린 모습을 보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신씨, 미소 지으며 법정에 모습드러내 

카키색 수의를 입고 등장한 신씨는 연신 “죄송하다” “반성한다”는 말을 반복했지만, 법정에 등장할 때는 엷은 미소를 지었다. 검찰의 이어진 질문에 종종 명확한 답을 하지 않고 고개를 숙였다. 신씨는 최후진술에서 “그동안 고통스러우셨을 고인과 평생 고통스러우실 유가족분들께 진심으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제 잘못을 평생 뉘우치고 반성하며 살아가겠다”고 말했다.

당시 사고 현장. 사진 독자제공

당시 사고 현장. 사진 독자제공

피해자 유족은 재판이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제대로 사죄하고 있는 건지 느껴지지 않았다”며 “신씨 측 변호인이 사과 편지를 전달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사과는 자신의 범죄 사실을 다 인정한 후에 해야 한다”고 했다. 유족 측 변호인은 “평소 웃음이 많고 하고 싶었던 일이 많고 이루고 싶은 것 또한 많았던 한 젊은 여성의 생명을 무참히 앗아간 가해자에 대해 준엄한 심판과 함께 법과 양심이 허락하는 최대한의 엄중한 처벌이 내려지기를 바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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