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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빚에 허덕이는 ‘나라의 미래’ 20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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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서울에 위치한 은행 개인대출 및 소호대출 창구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서울에 위치한 은행 개인대출 및 소호대출 창구 앞으로 시민이 지나가고 있다. 뉴스1

3분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2년 전의 2.8배로

신용·소득 엄밀히 따져 무분별 대출 억제해야

한국의 미래를 책임질 20대가 빚에 허덕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3분기 말 기준 만 20대 이하의 은행권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0.39%로 집계됐다. 2021년 3분기 연체율이 0.14%에 불과했던 것과 비교하면 2년 사이 2.8배로 급증한 수치다. 결코 정상이 아니다. 부동산 폭등기에 무리하게 빚을 얻어 쓴 20대가 고금리와 불황으로 대출 상환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의미다. 20대 연체율은 다른 연령층을 압도한다. 30대(0.2%)와 40대(0.23%)의 2배에 가깝다. 연체액도 1400억원으로 전년 동기(900억원)보다 50% 이상 늘어났다.

20대를 옥죄고 있는 것은 주택담보대출만이 아니다. 올 6월 말 기준 20대의 신용대출 연체율은 1.4%로, 전년 동기(0.7%)의 두 배로 뛰었다. 연체가 생기면 벌칙성 금리가 추가돼 이자율이 더 높아지고 정상적인 금융 활동이 어려워진다. 갓 사회생활을 시작한 청년들로선 빚이 빚을 부르는 악순환에 빠질 위험성이 커진다. 청년 연체가 심각해지면 금융 시스템 리스크도 높아진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금융안정보고서에서 “2013~2019년 가계대출 중 30대 이하 차주 비중은 29.6%였으나, 2020~2021년엔 38.3%로 확대됐다”며 “이들의 소득 기반이 여타 연령에 비해 취약한 만큼 한동안 대출 연체율이 높게 상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20대 청년 연체율 증가를 보면서 안정적 소득원이 없는 이들에게도 무분별한 대출이 이뤄진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 급증은 금융 당국이 자랑한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곳곳에 허점이 있었음을 방증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미성년자에게 신용카드 발급을 남발했던 2000년대 초 신용카드 사태를 떠올리는 이가 많아졌다.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비대면 대출 연체율 상승도 짚어봐야 할 대목이다. 인터넷은행이 취급한 소액대출상품인 ‘비상금대출’의 경우 지난 8월 말 기준 대출 잔액이 2조6603억원으로 2021년 말(1조5513억원)보다 70% 이상 늘었는데, 연체액은 43억원에서 200억원으로 3.7배 증가했다. 이게 책임 있는 금융의 모습이라 할 수 있는가.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지 못하는 청년들은 결국 개인워크아웃으로 달려가고 있다. 신용회복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개인워크아웃으로 빚 원금 감면을 받은 20대는 4654명으로, 2018년 상반기(2273명)의 2배가 넘는다.

청년이 빚더미에 짓눌린 사회의 미래는 어둡다. 결혼도, 출산도 어렵다. 일단 빌리고 보자는 식의 무모한 대출도, 이자 장사에 눈먼 탐욕적인 대출도 더는 안 된다. 청년층 빚 문제가 사회 불안의 시한폭탄이 되는 일만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