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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감인데 격리 얼마나?" 모호한 출결 기준에 부모는 갈팡질팡

중앙일보

입력

지난 10월 30일 독감 및 외래진료를 받으려는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서울 한 소아과에서 대기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지난 10월 30일 독감 및 외래진료를 받으려는 어린이와 보호자들이 서울 한 소아과에서 대기하고 있다. 위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연합뉴스

지난 7일 오전 10시쯤 서울 마포구의 소아청소년과. 병원 안은 진료를 기다리는 아이들이 칭얼거리는 소리로 시끌벅적했다. 15명이 앉을 수 있는 대기석은 아이와 부모로 꽉 차 있었고, 자리를 미처 못 잡은 부모는 선 채로 “조금만 참자”며 아픈 아이를 달래고 있었다. 병원 앞 엘리베이터는 밀려드는 환자로 쉴새없이 오르내렸다. 유치원생 딸의 고열 증상으로 이곳을 찾았다는 30대 엄마 A씨는 “아이들 사이에서 독감이 크게 유행”이라며 “다 낫지 않은 아이들이 유치원에 약만 먹고 나오면서 병을 퍼뜨리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독감 유행…출결 기준 놓고 학부모 혼란

올해 48주차 연령병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 7~12세와 13~18세에서 환자 발생이 두드러진다. 사진 질병관리청

올해 48주차 연령병 인플루엔자 의사환자분율. 7~12세와 13~18세에서 환자 발생이 두드러진다. 사진 질병관리청

인플루엔자(독감)가 겨울철을 맞아 아동·청소년 사이에서 본격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10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올해 48주차(11월26일~12월2일) 7~12세와 13~18세의 독감 의사환자분율(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을 보이는 환자 수)은 각각 100.0명, 107.8명을 기록했다. 유행을 판단하는 기준(6.5명)보다 각각 15.5배, 16.5배 많은 수치다.

제4급 법정 감염병인 인플루엔자는 비말(침)이 감염 경로인 특성상 학교보건법에 따른 ‘등교 중지’가 적용되는 질병이다. 하지만 일부 학부모는 “관련 출결 기준이 명확하지 않다”며 혼란을 느끼고 있다.

초등학교 1학년 딸을 포함해 가족 대부분이 인플루엔자에 걸린 30대 김모씨는 딸이 학교를 언제까지 쉬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학교 측은 “전염 기간 등교하지 말라”는 안내문을 배포했을 뿐 그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결석계를 내려고 해도 의사가 소견서에 격리 기간을 따로 적어주지 않아 학교에 언제 가도 된다는 것인지 헷갈린다”라며 답답해했다.

최근 인터넷 맘 카페에는 '사람마다 말하는 격리 기간이 다 달라 아이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아이가 약 먹고 나선 죽어도 학교에 가겠다며 떼쓴다. 보내도 되나' 등 자녀 등원·등교 시점을 놓고 갈팡질팡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11월 배포된 질병관리청의 시설별 인플루엔자 관리 지침. 사진 질병관리청

지난 11월 배포된 질병관리청의 시설별 인플루엔자 관리 지침. 사진 질병관리청

질병청은 인플루엔자로 인한 등교 중지 기간을 '해열제 없이 정상체온 회복 후 24시간이 지날 때까지(인플루엔자 관리 가이드라인)'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단순한 권고일 뿐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일선 학교에 안내한 질병청 가이드라인은 권고 사항이라 학부모·학생이 지켜주길 기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증상이 있는데도 유치원·학교 등에 가는 아이가 있어 유행이 계속된다는 지적이 교육 현장에서 나오고 있다. 학부모 B씨는 “다 낫지 않았는데 부모가 맞벌이라든지 집안 사정에 따라 학교에 나오는 아이가 많다”라며 “‘저런 애도 있는데’라고 생각하니 부모들 사이에 아픈 아이를 거리낌 없이 보내는 도덕적 해이가 퍼져 있다”고 주장했다. 30대 교사 지모(여)씨는 “5일 결석까지 출석으로 인정하지만, 중간에 등교하는 학생이 적지 않아 1년 내내 독감이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라며 “기준이 모호하니 사실상 부모 재량으로 자녀의 등원·등교 여부가 결정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독감 백신을 맞는 어린이. 연합뉴스

독감 백신을 맞는 어린이.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증상 유무를 살펴보며 등원·등교 시기를 결정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인플루엔자의 감염력은 증상 발생 1일 전부터 발병 후 5~7일까지다.

정성관 우리아이들병원 이사장은 “독감은 부비동염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어 추적 관찰이 중요한 질병”이라며 “등원·등교 전 병원에 한 번 더 들러 이상이 있는지를 점검하면서 그 시기를 결정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협회는 인플루엔자를 진단받은 날로부터 ‘5일 격리’를 권장한다”라며 “독감은 감염병이라 전파 위험이 있는 만큼 증상이 있을 땐 등원·등교를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아 서울아산병원 소아청소년전문과 교수(대한소아감염학회 홍보이사)는 “질병청의 ‘24시간 권고’는 적어도 몸이 좋아졌다는 판단이 24시간 유지돼야 한다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증상이 나타난 기간엔 등교 등 단체생활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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