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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서울 우세 6곳뿐’ 보고서에도 위기감 없는 국민의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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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총선서 열세 징후 뚜렷, “100석도 못 건질 판”

중진들까지 “당 대표 사퇴” 등 특단 쇄신 요구

총선을 넉 달 앞두고 집권당이 열세에 놓인 징후가 잇따르고 있다. 서울 49개 지역구 중 명백한 우세를 보이는 곳은 6개에 그친다는 국민의힘 자체 보고서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서울에서 8석을 얻고 참패한 3년 전 총선보다 더 불리해진 상황이다. 그런데 이를 보고받은 당 수뇌부는 “보고서 내용을 흘리는 사람에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는 엄포를 놓으며 보안에만 급급했다고 한다. “성적표를 숨긴다고 성적이 사라지나”란 비아냥을 들어 마땅하다.

집권당에 심상찮은 민심은 내년 총선을 ‘정부를 심판할 기회’로 여기는 국민이 훨씬 많다는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정부 견제를 위해 야당을 찍겠다”는 의견(51%)이 “정부 지원을 위해 여당을 찍겠다”는 의견(35%)을 16%포인트나 앞서는 여론조사(7일 한국갤럽)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도  2주 전에 비해 3%포인트 떨어진 32%(6일 공동 전국지표조사)에 그쳤다. 3년 전 총선에서 103석 획득에 그친 미래통합당의 당시 지지율 35%에도 못 미치는 수치다.

국민의힘도 10·11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를 계기로 ‘혁신’ 깃발을 들긴 했다. 인요한 연세대 교수가 이끄는 혁신위원회를 출범시키면서 지지율이 한때 상승 기류를 탔다. 그러나 혁신위가 친윤·영남 중진들에게 험지 출마나 불출마를 요구하자 당 지도부는 대놓고 거부하며 혁신위 무력화에 나섰다. 누구보다 혁신위에 힘을 실어줘야 할 김기현 대표부터 “전권을 주겠다”던 약속을 뒤집고 “일에는 때와 순서가 있다”는 말로 선을 그었다. 동력을 잃은 혁신위는 지난 주말 임기를 2주나 앞당겨 활동을 종료했다.

혁신위가 용두사미로 막을 내리며 국민의힘은 강서구청장 보선 참패 때보다 더 큰 위기에 봉착했다. 엑스포 유치 실패의 후폭풍이 겹치면서 부산 민심마저 흔들리는 조짐이다. 이런 마당에 개각과 대통령실 개편에서조차 보선 참패 이전과 달라진 모습을 찾기 힘들다. 12·4 개각에서 전문가·여성 장관 기용으로 변화의 가능성을 보이긴 했지만, 전반적으론 국정 난맥의 책임을 묻기는커녕 내부 돌려막기에 그치고 말았다.

이대로 가면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에서 100석도 못 건져 야당의 대통령 탄핵이나 개헌 발의조차 막지 못하는 ‘미니 여당’으로 전락할 공산이 크다는 탄식이 여권 내부에서 나오는 지경이다. 이렇게 되면 집권 2년도 안 된 윤석열 정부는 사실상 식물정권이 되고 만다. 10일 국민의힘에서 서병수(5선)·하태경(3선) 등 중진 의원들이 “김기현 대표 물러나라”고 요구하고 나선 이유다. 그런데도 주류 의원들은 “민주당의 패를 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다”고 대응한다고 한다. 최소한의 위기감이라도 있는지 의심스럽다. 당 대표 거취를 포함한 여권 전체의 전면쇄신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