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기시다, 日 정계 뒤흔든 비자금 의혹에 '아베파 손절' 나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정계를 뒤흔들고 있는 비자금 스캔들이 내각과 자민당 당직자들의 도미노 퇴진으로 번질 전망이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총리가 비자금 조성 의혹에 휩싸인 자민당의 최대 파벌인 '아베파' 출신 장관과 당 간부들을 대거 교체할 예정이라고 아사히신문이 10일 보도했다.

아베파 의원 수십여명은 파벌의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에서 얻은 수익을 보고서에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착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 역시 파벌 파티를 통해 1000만엔(약 9100만원)이 넘는 비자금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 AP=연합뉴스

지난 20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마쓰노 히로카즈 일본 관방장관. AP=연합뉴스

아사히에 따르면 기시다 총리는 마쓰다 장관을 교체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 하기우다 고이치(萩生田光一)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다카기 쓰요시(髙木毅) 자민당 국회대책위원장을 교체하는 방향으로 뜻을 굳혔다. 또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자민당 참의원(상원) 간사장 교체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은 모두 아베파에 소속된 의원들이다.

기시다 총리는 당초 수사 상황을 지켜본 뒤 대응할 계획이었으나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개각과 당 간부 교체를 서두르기로 했다. 인사는 이르면 연내 이뤄진다.

기시다, '아베파' 거리두기 성공할까

당초 이번 스캔들은 정치학자인 가미와키 히로시(上脇博之) 고베학원대학 교수가 자민당 내 5개 파벌이 정치자금 파티 관련 보고서에 모금액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며 관련자들을 형사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일본 관련법에 따르면 각 파벌은 파티에서 20만엔(약 182만원)이 넘는 '파티권'을 구입한 개인과 단체의 이름 및 금액을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적어야만 한다.

도쿄지검 특수부의 수사 과정에서 특히 아베파가 조직적, 계획적으로 자금을 착복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파티권'을 할당량 이상 판매한 소속 의원들에게 초과분 자금을 돌려주면서 이를 회계 처리에 공식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자금을 돌려받은 의원들도 이를 의원실 정치자금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 경질 대상으로 거론된 5명의 각료와 당 간부 외에도 아베파 의원 수십명이 이런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을 것으로 검찰은 추정하고 있다.

지난해 숨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이끌어온 아베파는 소속 의원수만 99명에 이르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이다. 이어 아소파(56명), 모테기파(53명), 기시다파(47명), 니카이파(42명) 등이 뒤를 잇는다.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구심점을 잃고 흔들리던 아베파가 이번 비자금 스캔들로 존립 위기에 처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분석했다.

소수 파벌 출신인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의 영향력을 고려해 내각 및 자민당 간부 인사에서 아베파 출신을 대거 중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스캔들을 계기로 '아베파 쳐내기'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검찰이 임시국회가 끝나는 13일부터 아베파 의원들을 소환 조사할 예정인만큼, 연말 새로 등용하는 각료 가운데도 아베파는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시다 총리는 아베파 각료 배제를 통해 불똥이 정권으로까지 번지는 것을 막으려 하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요미우리신문은 9일 "내각의 중심인 관방장관의 교체로 정권 운영이 불안정해지는 것은 불가피하며, 내각 지지율이 하락하고 있는 총리에게도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