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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파벌' 아베파 해체 되나…딱 걸린 자민당 '비자금 스캔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일본 집권 자민당이 소속 의원 수십명이 연루된 대형 비자금 스캔들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가 집중 표적이 되고 있다. 문제가 당 전체로 확산할 경우 지지율 저하로 위기에 처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총리의 정권 운영에 큰 타격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일본 도쿄에 있는 검찰청 건물. 교도=연합뉴스

일본 도쿄에 있는 검찰청 건물. 교도=연합뉴스

3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자민당의 정치자금 부실 기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도쿄지검 특수부는 자민당 최대 파벌인 아베파에 소속된 10명 이상의 국회의원들이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것으로 보고 수사 중이다. 파벌 모금 행사에서 얻은 수익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고 개인적으로 착복한 혐의다.

당초 이번 수사는 정치학자인 가미와키 히로시(上脇博之) 고베학원대학 교수가 자민당 내 5개 파벌이 정치자금 모금 행사(파티) 관련 보고서에 모금액을 제대로 기재하지 않았다며 관련자들을 형사 고발하면서 시작됐다. 고발장에 따르면 자민당 파벌들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4년 간 총 4168만엔(약 3억6800만원)의 후원금을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누락했다.

일본 관련 법에 따르면 파벌은 정치자금을 모금하기 위해 여는 모금 행사(파티)에서 20만엔(약 177만원)이 넘는 '파티권'을 구입한 개인과 단체의 이름 및 금액을 보고서에 기재해야만 한다.

하지만 검찰 수사 과정에서 각 파벌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특히 아베파의 경우 단순한 기재 누락이 아니라 조직적, 계획적으로 자금을 착복한 혐의가 불거졌다. 파벌 파티가 열리면 소속 의원들에게는 당선 횟수나 직급별로 팔아야 하는 티켓의 '할당량'이 정해진다. 그런데 의원들이 이 할당량을 넘겨 모금한 경우, 초과액을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의원들에게 비자금으로 되돌려줬다는 것이다.

요미우리에 따르면 아베파는 2018~2022년 개최한 정치자금 파티에서 총액 약 6억6000만엔(약 58억원)의 수입이 있었다고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했다. 하지만 의원들이 할당량을 넘어 파티권을 판매한 부분에 대해서는 수입과 지출 양쪽에 모두 적지 않았다. 10명 이상의 소속 의원들이 이런 방식으로 5년간 합계 약 1억엔(약 8억 8000만원)이 넘는 비자금을 만들어냈을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아베파, 해체 수순 밟나

다른 파벌들도 비슷하다. 3일 아사히신문은 아베파 외에 니카이파 역시 의원들의 판매 할당량을 넘은 금액을 정치자금수지보고서에 기재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단 아베파는 수입·지출 양쪽 모두에 적지 않은 반면, 니카이파는 초과액을 수입에는 포함시키지 않고 '기부' 명목의 지출로 처리해 의원들에게 돌려주는 방식을 썼다. 니카이파의 미기록 총액도 5년간 약 1억엔이 넘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2017년 열린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자의 이름 위에 꽃을 달고 있다. AP=연합뉴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지난 2017년 열린 중의원 선거에서 당선자의 이름 위에 꽃을 달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총격 사건으로 숨진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이끌어온 아베파는 소속 의원수만 99명에 이르는 자민당 내 최대 파벌이다. 이어 아소파(56명), 모테기파(53명), 기시다파(47명), 니카이파(42명) 등이 뒤를 잇는다. 아베파는 현 내각에도 마쓰노 히로카즈(松野博一) 관방장관, 니시무라 야스토시(西村康稔) 경제산업상, 미야시타 이치로(宮下一郎) 농림수산상 등 여러 명이 각료를 맡고 있을 만큼 막강한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이번 스캔들로 아베 전 총리의 사망 후 후임 지도자를 결정하지 못하고 사분오열해왔던 아베파가 본격적인 '해체' 수순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다른 파벌들에서도 비슷한 혐의가 계속 확인될 경우 자민당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떨어지면서 정권 운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1일 아랍에미리트(UAE) 방문 중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을 받고 "당내 정책 그룹의 활동이 국민에게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은 매우 유감이다. 향후 상황을 파악해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과거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1918∼1993) 전 총리 체포로 이어진 '록히드 사건' 등 거물급 정치인이 관련된 스캔들을 주로 수사해왔다. 특수부는 앞으로 아베파 파벌 간부를 포함해 자민당 의원 수십명을 소환해 조사할 방침이다. 관련 법에 따르면 정치자금 불기재나 허위 기재의 경우 5년 이하의 금고형 또는 100만엔(약 88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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