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올리버 스톤 "한국영화 '판도라', 원전에 끔찍한 짓 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플래툰’(1986) ‘J.F.K’(1991) 등을 만든 할리우드 사회파 영화감독 올리버 스톤(77)이 한국 영화 ‘판도라’(2016)가 반핵 여론 형성에 일조했다고 비판했다. 자신이 연출한 원자력 지지 다큐멘터리 ‘뉴클리어 나우(Nuclear Now)’(6일 개봉)에서다.

다큐 ‘뉴클리어 나우’ 6일 개봉 #올리버 스톤 감독 원자력 예찬 #"핵 폐기물 아닌 기후 변화가 #지구 파괴…원자력이 해결책"

 원자력 도입의 시급성을 주장한 다큐멘터리 '뉴클리어 나우'를 만든 올리버 스톤 감독(왼쪽)과 공동 프로듀서 스테파노 부오노가 지난 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이 영화 포토콜 행사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원자력 도입의 시급성을 주장한 다큐멘터리 '뉴클리어 나우'를 만든 올리버 스톤 감독(왼쪽)과 공동 프로듀서 스테파노 부오노가 지난 4일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이 영화 포토콜 행사에 참석했다. EPA=연합뉴스

지난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처음 공개한 영화에서 그는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스웨덴‧미국 등 전 세계가 멀쩡한 원전을 유행처럼 폐쇄했다”며 특히 “한국에는 숙련된 엔지니어와 과학자가 많고 표준형 원자로가 있으며, 아주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생산하고 있었는데 탈원전 정책을 펼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또 “2016년 성공을 거둔 영화 ‘판도라’는 실제 후쿠시마보다 더 끔찍한 원전사고를 다루었고, 반핵 여론 형성에 일조했다”고 주장했다. '판도라'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모티프를 딴 작품으로, 대규모 지진에 따른 원전 사고를 그린 작품이다.

스톤 "영화계, 원자력 산업에 끔찍한 짓 해"

‘뉴클리어 나우’는 그 제목 그대로 원자력 도입의 시급성을 웅변하는 캠페인성 다큐다. 극심한 가뭄‧홍수 등 최악의 기후변화 원인을 화석연료로 인한 탄소배출로 보고 원자력을 “화석연료를 퇴출 못 한 현재로써 유일하고도 강력한 해결책”이라 지목한다.
스톤 감독이 미국 아메리칸 대학 정치학과 명예교수 조슈아 골드스타인과 스웨덴 에너지 엔지니어인 스타판 A 크비스트의 공동 저서 『기후는 기다려주지 않는다(A Bright Future)』(프리뷰)를 토대로 공동 각본을 겸했다. 다큐를 통해 풍력‧태양력 등 재생에너지와 함께 원자력 발전 개발에 앞장서온 스웨덴‧프랑스‧러시아 등 사례를 소개하며, 그간 여러 대중매체가 확산해온 원자력에 대한 집단공포는 “과학적 근거가 빈약하다”고 반박했다. “영화라기보다 테드(TED) 강연 같다”(할리우드리포터) “영상 프레젠테이션에 가깝다”(LA타임스)는 리뷰가 나온다.

원전 사고 소재의 재난 영화 '판도라' 홍보용 이미지. 배우 김남길(사진)이 극중 주연을 맡았다. 사진 NEW

원전 사고 소재의 재난 영화 '판도라' 홍보용 이미지. 배우 김남길(사진)이 극중 주연을 맡았다. 사진 NEW

스톤 감독은 월남전 참전용사의 고뇌를 담아 베를린영화제 은곰상을 받은 ‘플래툰’, 역시 베트남전과 관련된 ‘7월 4일생’(1989), 미국‧터키 국제관계 악화가 한 청년을 탈옥수로 만든 실화를 그린 ‘미드나잇 익스프레스’(1978) 등 미국 현대사를 첨예하게 해석한 영화로 아카데미상을 세 차례 수상했다. 워터게이트 사건을 다룬 ‘닉슨’(1995), ‘J.F.K’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 암살 음모론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 한국에서도 흥행했다. 그런데 왜 원자력 문제는 직설적인 다큐로 찍었을까?

다큐멘터리 '뉴클리어 나우'(6일 개봉)를 만든 할리우드 감독 올리버 스톤은 원자력 업계 전문가와 과학자, 원자력을 지지하는 파워 인플루언서 등을 만나 현재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이 ‘원자력’이란 주장을 편다. 사진 이놀미디어

다큐멘터리 '뉴클리어 나우'(6일 개봉)를 만든 할리우드 감독 올리버 스톤은 원자력 업계 전문가와 과학자, 원자력을 지지하는 파워 인플루언서 등을 만나 현재 기후 위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하고도 가장 강력한 에너지원이 ‘원자력’이란 주장을 편다. 사진 이놀미디어

할리우드에서 번번이 투자를 퇴짜맞아서다. 지난 6월 미국 매체 ‘버라이어티’와의 인터뷰에서 스톤 감독은 “시작 단계부터 거부당했다. 어떤 회사도 투자를 원치 않았다”며 “그들(할리우드)은 원자력을 좋아하지 않는다. 원자력에 겁먹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영국 매체 가디언, 미국 뉴욕매거진과 인터뷰에서 스톤 감독은 “영화산업은 원자력 산업에 끔찍한 일을 해왔다. 방사능에 대한 공포를 조장했다”며 “그들은 잘 모르면서 쉽게 만든다”고 거듭 비판한 바 있다. 미국 핵발전소 노동자(메릴 스트리프)에 관한 실화 바탕 영화 ‘실크우드’(1983), 사회운동가이자 배우 제인 폰다가 핵 위험성을 고발하는 기자로 분한 ‘차이나 신드롬’(1979) 등을 그런 사례로 들었다.

NYT "원전사고 피해 계산 쉽지 않아"

다큐에서 직접 내레이션을 맡은 스톤 감독은 “우리는 처음부터 원자력을 두려워하라고 배웠다. 히로시마‧나가사키(원자폭탄)의 원죄도 있었다”면서 “사람은 겁에 질리면 제대로 생각하지 못한다. 저 또한 원자력이 위험하다고 믿었다. 무의식적으로 핵전쟁과 원자력을 혼동했다”고 말한다. 향후 30년간 전기사용량이 현재의 2~4배 증가할 거로 예측하면서 풍력‧태양열 등 청정에너지만으론 감당할 수 없고 원자력을 함께 활용해야 한다는 논지를 편다.

 올리버 스톤 감독은 다큐 '뉴클리어 나우'에서 한국을 비롯해 스웨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해외 여러 원자력 발전 사례를 제시한다. 사진 이놀미디어

올리버 스톤 감독은 다큐 '뉴클리어 나우'에서 한국을 비롯해 스웨덴,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프랑스 등 해외 여러 원자력 발전 사례를 제시한다. 사진 이놀미디어

다큐엔 “방사성 물질이라고 특별히 위험한 게 아니”라며 “(가스‧석유‧석탄 등) 다른 에너지는 폐기물을 공중에 버리거나 산더미처럼 쌓아둔다”는 대목도 나온다. 또 체르노빌 원전사고가 원자로 설계부터 소련 정부의 미흡한 대처까지 “전형적인 인재”라며 “역사상 최악의 원전사고로 불리지만 (사망자가 약 4000명으로) 다른 많은 산업재해에 비하면 오히려 적다. 인도 보팔 화학가스 누출 사고로 1만5000~2만명이 사망했다”는 언급도 나온다.
역대 두 번째 규모인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 대해서도, 발전소 설계 시 방파제 높이 문제를 짚으며 “원전 사고로 부르지만, 원전으로 인한 사망자는 한명도 없었다”고 했다. 그러나 실제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원전 손상 이후 적어도 두 차례 이상 발전소에서 근무했던 근로자가 당시 보호복을 갖췄음에도 결국 방사성 피폭으로 사망했다고 2018년 공식 인정한 바 있다.
미국 매체 ‘뉴욕타임스’는 지난 6월 ‘뉴클리어 나우’에 대한 스톤 감독과의 인터뷰 기사에서 체르노빌 원전 사망자에 대해 “일각의 추정치는 (영화가 제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높다. 대륙 전역에 걸친 장기적 피해를 계산하고 무수한 요인들을 통합하는 건 모호한 작업”이라며 다큐가 간과한 부분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큐 '뉴클리어 나우'를 만든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 영화의 한국 개봉(6일) 전 인터뷰에서 ″‘뉴클리어 나우’는 사실에 기반을 둔 영화”라며 “대중은 핵폭탄과 원자력을 구분 짓지 않는다. 이 둘은 전혀 다른 형태의 에너지다. 물론 원자로에서 핵폭발 사고도 발생했지만, 그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한 건 역사를 통틀어 체르노빌 단 한 건 뿐이다”고 원자력의 안전성을 주장했다. 사진 이놀미디어

다큐 '뉴클리어 나우'를 만든 올리버 스톤 감독은 이 영화의 한국 개봉(6일) 전 인터뷰에서 ″‘뉴클리어 나우’는 사실에 기반을 둔 영화”라며 “대중은 핵폭탄과 원자력을 구분 짓지 않는다. 이 둘은 전혀 다른 형태의 에너지다. 물론 원자로에서 핵폭발 사고도 발생했지만, 그로 인해 사망자가 발생한 건 역사를 통틀어 체르노빌 단 한 건 뿐이다”고 원자력의 안전성을 주장했다. 사진 이놀미디어

그럼에도 “이 영화는 생존에 대한 이야기”란 스톤 감독의 믿음은 절박해 보인다. 한국 개봉(6일) 축하 영상에서 그는 “원전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건 역사를 통틀어 체르노빌 단 한건뿐”이라고 주장하며 “기후변화는 현재 지구상 가장 중요한 주제다. 인류는 당장 활용하는 것을 활용해야 한다. 핵폐기물이 아니라 기후 변화가 지구를 파괴하고 있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