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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만점 역대 두번째 적고…영어 1등급 절대평가 후 최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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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강태훈 2024학년도 수능 채점위원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뉴시스]

강태훈 2024학년도 수능 채점위원장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수능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왼쪽은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 [뉴시스]

지난달 치러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은 이른바 ‘킬러 문항’ 배제 방침에도 국어·수학·영어 모두 어려운 ‘불수능’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 변별에는 성공했지만 예상보다 어려워진 수능에 대비하기 위한 사교육 의존도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7일 수능 출제 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2024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국어·수학에서 표준점수 최고점(만점)은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능 전 영역 만점자는 1명뿐이었다. 표준점수는 응시자 평균을 고려해 상대적인 위치를 나타낸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최고점이 높아진다.

“수능 수학문항 13%, 킬러문항” 주장도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50점으로 지난해 수능(134점)보다 16점 상승했다.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2005학년도 이후 국어 최고점이 150점에 달한 것은 ‘불국어’로 불린 2019학년도 이후 두 번째다. 국어 만점자는 64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적었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145점)보다 3점 오른 148점이다. 수학 만점자는 612명으로 지난해(934명)보다 322명 줄었다. 올해 9월 모의평가 만점자(2520명)와 비교하면 4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 절대평가로 치르는 영어 1등급(원점수 90점 이상) 비율은 4.71%로, 절대평가를 도입한 2018학년도 이후 최저치다. 이에 대해 오승걸 한국교육과정평가원장은 “변별력을 가질 수 있도록 문항 출제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말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입시 전문가들은 이번처럼 국어·수학·영어 전 과목이 어려운 수능은 이례적이라고 평가한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현 수능 체제가 도입된 이래 역대급으로 어렵게 출제됐다”고 분석했다.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은 “수험생들은 ‘준킬러’ 문항을 푸는 시간이 많이 소요되면서 시간 부족을 느꼈을 것이고 이것이 난도를 올렸다”고 말했다. 킬러 문항이 사라지면 시험이 쉬워지고 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빗나간 셈이다. 이에 대해 문영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대학수학능력시험본부장은 “상위권 변별을 위한 문항이 제대로 작동하면서 국어·수학의 최고점을 끌어올렸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N수생 비율이 높아지면서 난이도 조절에 어려움이 컸다는 분석도 있다. 이번 수능 응시생 중 졸업생(검정고시 포함) 비율은 35.4%로 지난해(31.1%)보다 증가했다. 또한 이번 응시 졸업생 15만7368명 중 약 6만 명은 지난 9월 모의평가에 응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성적 수준이 ‘미지수’였다. 이에 대해 이만기 소장은 “N수생이 많이 늘어나면서 평가원이 올해 수험생들의 실력을 정확하게 파악하는 데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입시업계 “사교육 의존도 커질 전망”

킬러 문항이 사라진 게 아니라는 주장도 나온다. 전국중등교사노동조합이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4일까지 교사 227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수능에서 킬러 문항이 없어졌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5.5%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또 교육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수능 수학 영역 46개 문항 중 6개 문항이 고교 교육과정의 범위·수준을 벗어나 출제됐다”고 주장했다. 특히 오답률이 90%가 넘는 것으로 알려진 수학 22번에 대해서는 “대학 과정의 함수방정식에 준하는 함수부등식을 해석하는 능력이 필요한 문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평가원 측은 “현장 교사로 구성된 출제점검위원회가 킬러 문항이 없음을 확인했고, 12월 5일 개최한 현장 교사 평가자문위원회에서도 킬러 문항이 출제되지 않았음을 확인했다”고 반박했다.

신재민 기자

신재민 기자

교육부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고도 상위권 변별이 확실하게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자평했다. 또한 교육부는 국어·수학 영역의 표준점수 최고점 격차가 줄면서 특정 과목이 대입에 미치는 영향력이 완화됐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에는 수학의 최고점이 국어보다 11점 높았기 때문에 수학의 영향력이 지나치게 컸는데, 올해는 두 과목 간 최고점 차이가 2점에 불과해 과목별 유불리가 적어졌다는 얘기다.

사교육 경감 효과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은 “킬러 문항이 배제됐다는 것만으로도 공교육의 신뢰를 회복할 계기는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심 기획관은 “정부는 EBS 수능 특강 교재로 출제 유형 등을 최대한 제공해 사교육 유혹을 끊어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 반면에 최수일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수학혁신교육센터장은 “상대평가 체제를 유지하는 현 상황에서 킬러 문항 유형을 바꾼다고 사교육 부담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44만4870명이 응시한 이번 수능 성적표는 시험을 접수한 학교 및 교육청에서 8일 교부한다. 온라인 발급의 경우 졸업생과 검정고시생 등은 8일 오전 9시부터, 재학생은 11일 오전 9시부터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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