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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 지연 전략 펼치던 창원 간첩단 결국 보석 석방

중앙일보

입력

경남 창원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한 간첩단 자주통일민중전위(자통) 사건으로 기소된 조직원들이 보석으로 석방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부장 강두례)는 7일 국가보안법 위반과 범죄단체 활동 등 혐의로 기소된 자통 총책 황모(60)씨 등 4명의 보석 청구를 인용했다. 지난 3월 16일 검찰이 구속·기소한 지 267일 만의 보석 결정이다. 재판부는 증거인멸하지 않겠다는 서약서 제출, 정해진 일시·장소에 공판 출석, 출국금지 서약서, 보증금 5000만원 등을 보석 조건으로 정했다. 거주지도 제한되고 허가 없는 출국도 금지된다.

동남아 국가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를 받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가 지난 1월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남아 국가에서 북측 인사들과 접촉해 지령을 받고 활동한 혐의를 받는 경남진보연합 관계자가 지난 1월 31일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씨와 정모(44)씨, 성모(58)씨, 김모(55)씨 등 4명은 2013년 이후 경남 창원을 중심으로 자통을 결성, 2016년부터는 북한 대남공작사업을 총괄하는 문화교류국 공작원으로부터 공작금 7000달러와 지령을 받아 국내정세를 수집·보고하고, 반정부 활동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기소 후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재판 관할 이전과 국민참여재판, 위헌법률제청을 차례로 신청하며 본 재판 진행을 지연시켜왔다. 구속 기간 동안 정식 공판기일은 두 차례만 열렸다. 지난 9월 11일 첫 증인신문 이후에는 피고인들이 낸 재판부 기피 신청 때문에 3달째 공판이 열리지 못했다. 황씨 등은 재판장인 강두례 부장판사가 재판 주요 내용을 설명하지 않아 형사소송법상 적법 절차를 지키지 않았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허위공문서 작성 혐의로 강 부장판사를 고발하기도 했다.

 간첩단 의혹으로 기소된 제주 ‘ㅎㄱㅎ’과 수원 ‘민주노총 간첩단’ 등에서도 등장한 국민참여재판과 재판부 기피 신청 등은 재판 지연을 위해 자주 사용되는 전략이다. 특히 법원의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에 대한 피고인의 즉시항고·재항고에 대한 검토 기간은 구속 기간에 포함되지 않아 검찰에서도 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다.

황씨 일당도 지난 9월 재판부 기피 신청을 하기 전 재판부의 국민참여재판 배제 결정에 대해 즉시항고에 이어 재항고까지 제기했다. 검찰은 황씨 등의 보석 신청에 반대하며 “중형 선고가 예상돼 도망의 염려가 있다”라며 “허가하더라도 위치추적 장치 부착을 명령해달라”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검찰 관계자는 “고의성이 다분한 재판 지연 전략 때문에 사건의 실체에 대한 심리가 사실상 이뤄지지 못했다”며 “보석 결정에 대해 항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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