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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 성능 고의제한 논란…법원 “소비자에 7만원씩 배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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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아이폰6, 7

아이폰6, 7

미국 애플의 아이폰 업데이트 후 성능이 떨어졌다며 소송을 낸 국내 소비자들이 일부 손해배상을 받게 됐다.

6일 서울고등법원 민사12-3부(부장판사 박형준·윤종구·권순형)는 애플 본사가 원고 7명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각 7만원씩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사건이 발생한 지 7년 만에 난 결론이다. 이날 법원은 ‘업데이트로 기능이 저하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은 애플에 “중요한 사항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고지의무를 위반했고, 소비자들은 이로 인해 업데이트 설치 여부 선택권,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기회를 잃었다”며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애플과 소비자들 사이에 업데이트 설치에 대해 현저한 정보 불균형·비대칭이 존재한다”며 “원고들은 업데이트가 일반적으로 성능을 개선하는 방향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이고, 성능 제한이나 앱 실행 지연 등은 예상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1심 재판부가 ‘사용자의 불편을 개선하고자 업데이트를 배포했다’는 애플 측 주장을 받아들여, 고지의무 위반에 대한 손해배상을 인정하지 않은 것과 달라진 판단이다. 법원은 정신적 손해에 대해 원고들이 청구한 각 10만원 중 7만원을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원고들은 애플코리아의 공동책임도 주장했지만, 법원은 ‘애플코리아는 기기에 관한 책임만 진다’며 이 부분 청구를 기각했다.

이 사건은 애플이 2017년 1월 23일 ‘iOS 10.2.1’ 업데이트, 2017년 12월 2일 ‘iOS 11.2’ 업데이트를 배포한 것이 발단이다. 애플은 2018년 1월 홈페이지를 통해 성능 저하 가능성을 공지했지만, 그 전에 이미 업데이트를 설치한 아이폰 사용자들은 같은 해 3월 애플 본사와 애플코리아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6만 명이 넘는 소비자가 모여 제기한 집단소송 1심에서 법원은 애플의 손을 들어줬다. 이번 항소심에서 인정된 ‘소비자기본법상 고지의무 위반’ 주장 역시 기각됐다.

항소심에선 아이폰6s, 아이폰7 사용자이면서 업데이트 이후 성능 저하를 확실하게 입증할 수 있는 소비자 중 7명만 대표 원고로 남아 법정 싸움을 계속했다. 1심에서 인정받지 못한 다른 기종 사용자들과, 애플이 공식적으로 공지한 ‘앱 실행 속도 저하, 스크롤 속도 저하’ 외의 기기 오류를 주장에서 제외한 것도 유효했다. 이날 재판부는 설명자료를 통해 “2016년 10월경 iOS 10.2 버전을 사용하는 아이폰6·7 시리즈에서 예기치 않은 전원 꺼짐 현상이 발생하자, 애플이 아이폰 중앙처리장치(CPU) 및 그래픽 처리장치 일부 시스템의 최고 성능을 제한하는 기능이 담긴 업데이트를 배포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1심이 업데이트로 인한 아이폰 성능 변화 주장을 ‘성능 저하’로 단정하지 않았던 것과 다른 점이다.

그렇다고 다른 아이폰 소비자들이 추가로 소송을 제기해 애플로부터 손해배상을 받을 가능성은 사실상 없다. 2017년 사건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시효 3년이 이미 지났고, 1심이 끝난 뒤 항소를 하지 않은 6만여 명도 사건이 종결돼 더는 재판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다만 나중에 비슷한 사건이 있을 경우 근거로 삼을 선례(판례)가 될 수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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