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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억명 동시에 쓰는 그 기술로…'리빙 게임' 플랫폼 노리는 구글 [팩플]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17일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 잭 뷰저(Jack Buser) 구글 클라우드 게임 산업 솔루션 부문 총괄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구글 클라우드

지난달 17일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 부산에서 잭 뷰저(Jack Buser) 구글 클라우드 게임 산업 솔루션 부문 총괄이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 구글 클라우드

게임산업은 태생부터 인공지능(AI)과 한몸이었다. 컴퓨터가 조종하는 캐릭터 ‘NPC(Non Player Character)와의 상호작용이 게임의 재미를 좌우하기 때문. 최근 1년 새 생성 AI가 확산하면서 게임산업에도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 게임 개발뿐 아니라 게임 내에도 생성 AI를 적극 활용하며 가능성을 시험하는 게임사들이 늘고 있어서다. 생성 AI의 쓰임새가 엔터테인먼트 시장으로 본격 확장하는 셈.

잭 뷰저 구글 클라우드 게임산업 솔루션 부문 총괄 이사는 게임산업의 생성 AI 전환에서 선두에 선 인물이다. 소니 인터렉티브 엔터테인먼트(SIE)에서 10년 이상 일했던 그는 5년여 전 구글 클라우드에 합류해 게임 플랫폼 구축을 맡았다. 중앙일보는 지난달 17일 부산에서 열린 게임전시회 지스타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뷰저 대표를 인터뷰했다. 그는 “생성 AI 등장으로 살아있는(리빙·living) 게임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패키지→라이브→리빙

리빙 게임이 무엇인가.
지난 25년간 게임산업에서 여러 기술적 진보를 목격했다. CD롬의 등장, 3차원(D) 그래픽 기술 확산 등은 게임의 혁명적 변화를 이끌었다. 최근 생성 AI기술도 마찬가지다. 이전 세대와 전혀 다른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폭발적 잠재력을 지녔다. 생성 AI로 나올 차세대 게임을 리빙 게임이라 부르게 됐다.
어떤 의미인가.
오랫동안 게임은 제품(패키지)이었다. 게임 CD를 사서 즐기고 버렸다. 하지만 그런 산업은 이미 오래전에 끝났다. 인터넷·모바일 혁명 이후 게임 회사들은 게임 내용을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하면서 수년에 걸쳐 오래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냈다. 이른바 라이브 서비스 게임(live-service games)이다. 그런데 여기에 생성 AI가 가세했다. 이젠 게임이 살아 숨 쉬며 변화하는, 리빙 게임으로 진화하고 있다.
잭 뷰저 구글 클라우드 게임 산업 솔루션 부문 총괄이사는 ″게임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패키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너머 리빙게임으로 진화할 것″이라 말했다. 사진 구글 클라우드

잭 뷰저 구글 클라우드 게임 산업 솔루션 부문 총괄이사는 ″게임산업의 비즈니스 모델이 패키지, 라이브 서비스 게임을 너머 리빙게임으로 진화할 것″이라 말했다. 사진 구글 클라우드

“한국말로 캐릭터 만들고 키운다”

생성 AI가 게임에 어떻게 쓰이는지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생성 AI는 크게 2가지 변화를 가져온다. 첫번째는 개발의 변화다. 생성 AI를 활용해 코드를 짜고, 아트(게임 그래픽)와 게임 내 대화 등을 만들면 게임 제작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 두번째로는 게임 내에 생성 AI가 들어오는 것이다. 게임 AI가 이용자와 실시간 상호작용하는 게 가능하다.
예를 들자면.  
‘구글 연례 개발자 회의(I/O) 2023’에서 공개된 플립이라는 카드 게임을 예로 들어 볼까. 이 게임은 이용자가 몇 가지 취향을 선택하면 생성 AI가 취향에 맞을 카드를 만들어 낸다. 외부 개발사인 ‘하이버’(Hiber)는 구글 클라우드와 협업해 이용자가 말만 하면 3D 가상 세계를 뚝딱 만드는 툴을 제작 중이다. 가령 ‘타워를 만들어 줘’ ‘불을 더해줘’라고 말로 게임 AI에게 지시하면 가상 공간에 타워가 생기고 불이 나온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면 게임 이용자들이 한국말로 갑옷이나 장비를 실시간으로 만들어 쓸 수도 있다.
이용자가 게임 내 생성AI와 자연어 대화를 통해 아이템, 주변환경을 자신에 맞게 만드는 HYBER 3D의 데모 화면. 사진 유튜브 캡처

이용자가 게임 내 생성AI와 자연어 대화를 통해 아이템, 주변환경을 자신에 맞게 만드는 HYBER 3D의 데모 화면. 사진 유튜브 캡처

엔씨도 넷마블도 생성AI

국내 게임사들도 생성 AI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넥슨·크래프톤 등 주요 게임사들은 게임 그래픽 초안을 생성 AI로 만든 후, 사람이 다듬는 식으로 일부 공정에 AI를 도입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 8월 국내 게임사 중에는 처음으로 거대언어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 바르코(VARCO)를 선보이기도 했다. 뷰저 총괄에게 한국 게임사들의 생성 AI 활용에 대해 물었다.

한국 게임사들은 '리빙 게임 대혁명' 시대에 글로벌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다. 엔씨소프트는 구글 클라우드의 머신러닝솔루션(버텍스AI)을 활용해 바르코를 개발했다. 바르코는 게임 내 NPC가 더 자연스럽게 대화할 수 있는 근간 기술이다. 넷마블은 글로벌 커뮤니티를 만드는 데 생성AI를 활용한다. 지난 8월 출시된 게임 ‘그랜드 크로스W’에서 이용자 간 채팅에 실시간 번역 AI를 적용했다.
이런 생성 AI 기술의 적용이 확산될 경우 게임 이용자들에겐 어떤 변화가 일어날까나.
지금 당장 우리가 얘기할 수 있는 것은 이용자가 만든 콘텐트가 게임에 활용되는 점, 게임 아이템을 이용자가 생성하는 사례, 보다 정교한 NPC와의 대화 정도를 들 수 있다. 그런데 게임산업의 마법같은 부분은 이 산업이 창의적이고 혁신적이라는 데 있다. 생성 AI와 게임의 결합은 지금 초입 단계다. 우리가 지금은 예측할 수 없는 더 큰 변화가 진행될 것이라 생각한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인기 게임의 경우 이용자가 매우 많다. 생성 AI를 실시간 적용하면 서버에 부담이 되지 않나.
검색·유튜브·구글플레이 등 구글의 서비스들은 기본적으로 10억명 이상에게 라이브로 제공된다. 우리는 수십억 명의 이용자가 동시에 몰려도 동일한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경험과 능력이 있다. 게임에서도 마찬가지다. 라이브 서비스 플랫폼은 3가지가 중요하다. 이용자들에게 서비스를 원활하게 제공하는 것, 데이터가 저장되어야 하는 점, 그리고 이를 분석할 도구 기술이다. 기존엔 게임사들이 직접 라이브 서비스를 했는데, 이제는 게임엔진처럼 외부 라이브 서비스 플랫폼으로 게임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 생성 AI 기술도 마찬가지로 외부 플랫폼을 통해 게임에 적용하게 될 것이다. 
구글은 게임과 생성 AI의 결합에서 어떤 전략을 갖고 있나.
우리는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 특정, 하나의 거대언어모델에 묶이지 않고 여러 개의 파운데이션(기반) 모델 중에 게임회사가 원하는 모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게임 회사가 원하는대로 게임에 맞게 거대언어모델을 학습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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