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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씨도 '한우물'은 버렸다...장르·플랫폼 다 바꾼 K게임 [지스타2023-팩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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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3 크래프톤 체험부스에서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박민제 기자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 2023 크래프톤 체험부스에서 이용자들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박민제 기자

“한국 게임이 모바일에선 잘했으니, 이젠 다른 영역도 잘 해보려는 것이다. 엔씨소프트도 그렇다.”

16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개막한 지스타2023 현장부스에서 만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한국게임산업의 변화에 대한 질문에 이 같이 답했다. 김 대표의 진단처럼 지스타 2023 현장은 그간 K게임의 주류였던 ‘모바일 MMORPG’(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 대신 새로운 장르, 새로운 플랫폼을 타깃한 변화의 흐름으로 가득찼다.

이게 왜 중요해

최근 한국 게임산업의 화두는 ‘확장’이다. 지난 10년동안 ‘리니지 라이크’(like·같은) 류의 모바일 MMORPG 한 우물을 판 끝에 규모의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소수의 열성적인 팬덤 위주로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정체기를 맞았다. 돈을 많이 내면 이기는 P2W(Pay to Win) 과금 구조, 확률형 아이템, AI 자동전투 등 모바일 MMORPG의 주요 시스템에 염증을 느끼는 이들이 늘어난 것. 변화를 감지한 일부 게임사들이 모바일 MMORPG 아닌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고 올해 하나둘 성과가 나타나는 상황. 국내 대형 게임사 고위 관계자는 “게임 플랫폼부터 지역, 장르를 다양화해 이용자 층을 확대하려는 게임사들이 올해 지스타에 대거 등장했다”며 “변화의 흐름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옥 기자

김영옥 기자

K게임의 ‘확장’ 어떻게

지스타2023 현장에서 나타난 K게임의 확장 방향은 플랫폼, 장르, 지식재산(IP) 등 크게 3가지다.

① 탈(脫)모바일, 플랫폼의 확장 : 벡스코 제1 전시장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엔씨소프트 부스에는 모바일 게임용 스마트폰을 찾을 수 없었다. 대신 자리를 채운 건 PC와 콘솔(닌텐도 스위치). 이번에 엔씨가 출품한 3종의 시연 게임(‘LLL’, ‘배틀 크러쉬’, ‘프로젝트 BSS’) 모두 모바일 게임이 아니었다. 리니지 3종 시리즈(M·2M·W)로 모바일 MMORPG 최강자 자리에 오른 게임사로선 이례적 결정이다. 부스엔 새 게임을 체험해보려는 관람객들의 줄이 길었다. 김택진 대표는 “새로운 세대가 등장하면서 플레이어가 원하는 바가 바뀌고 있기 때문에, 우리 개발도 그런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MMORPG가 아닌 새로 도전하는 장르로 플레이어를 만나러 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staff’라고 적힌 엔씨소프트 단체복을 입고 부스를 분주하게 오갔다.

16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지스타 엔씨소프트 부스에서 김택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엔씨소프트

16일 부산 벡스코(BEXCO)에서 열린 지스타 엔씨소프트 부스에서 김택진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 엔씨소프트

엔씨소프트 뿐만이 아니다. 앱마켓 운영자인 구글플레이도 ‘크로스 플레이’를 주제로 부스를 차렸다. ‘쿠키런 : 모험의 탑’(데브시스터즈), ‘별이되어라2’(하이브IM) 등 모바일 게임을 PC에서 해볼 수 있는 체험존을 운영했다. 구글플레이 게임즈(오픈 베타)는 안드로이드 운영 체제(OS)로 출시된 게임들을 윈도우 PC에서도 할 수 있게 지원하는 PC용 앱이다. 신경자 구글 아태지역 플랫폼 및 구글코리아 마케팅 총괄은 “(여러 플랫폼을 동시 지원하는) 크로스 플랫폼은 글로벌 게이밍 시장 화두로, 한국 개발사들이 이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체험해 본 쿠키런은 쾌적한 조작 환경이 돋보였다. 키보드·마우스 뿐만 아니라 게임패드로도 이용 가능했다. 이날 게임을 체험한 관객 유준상씨는 “모바일 게임을 PC에서도 이용하니 더 몰입감이 좋아졌다”고 말했다.

② ‘P의 거짓’ 효과, 장르의 확장 :  지난 15일 대한민국 게임대상을 수상한 네오위즈의 ‘P의 거짓’(네오위즈)은 국내에 드문 ‘소울라이크’ 장르다. PC게임 플랫폼 스팀에서 200만 장 이상을 판매한 ‘데이브 더 다이버’(넥슨)는 해양 어드벤쳐 및 경영 시뮬레이션 장르다. 그간 국내에서 시도하지 않던 장르의 게임이 글로벌 히트에 성공하는 사례가 나오면서, 새로운 게임이 봇물처럼 나오고 있다. 크래프톤이 지스타에 출품한 ‘inZOI(인조이)’는 시뮬레이션 장르 PC게임이다. 게임 속에서 신이 되어 사람을 창조하고 그 사람 인생을 경험하는 게임이다. 현실을 방불케하는 몰입도 높은 그래픽을 자랑한다. 주력 게임인 FPS(1인칭 슈팅 게임) 배틀 그라운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게임이다. 일본 애니메이션 같은 그래픽 중심의 서브 컬쳐(하위 장르) 게임들도 지스타조직위가 별도 행사를 기획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구글플레이 체험 부스에서 이용자들이 모바일 게임 '쿠키런 : 모험의 탑'을 PC에서 플레이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16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구글플레이 체험 부스에서 이용자들이 모바일 게임 '쿠키런 : 모험의 탑'을 PC에서 플레이하고 있다. 박민제 기자

③ 진입장벽 낮춘다, IP의 확장 : 기존 IP를 재해석해 새로운 게임을 만드는 IP의 확장도 다양하게 이뤄졌다. 올해 지스타 최고의 화제작 중 하나인 로스트아크 모바일(스마일게이트)이 대표적이다. 2018년 11월 출시돼 글로벌 히트한 로스트아크 IP로 제작한 모바일 게임이다. 넷마블은 ‘일곱 개의 대죄: 오리진’을 공개했다. 일본 인기 애니메이션 '일곱 개의 대죄'를 기반으로 2019년 출시한 모바일 게임 ‘일곱 개의 대죄: 그랜드 크로스’의 후속작이다. 국내 게임사 한 관계자는 “게임 출시 후 몇년이 지나면 신규 이용자는 들어가기 어려운 진입 장벽이 생기는 편”이라며 “신작을 통해 게임사들이 새로운 이용자의 유입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