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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적십자 마틴 슈엡 국장 "인도주의 위기에 손 내밀어준 한국민께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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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새벽 기습으로 시작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오는 7일로 3개월째를 맞는다. 지난 24일부터 7일간의 일시 휴전으로 숨통을 틔운 것도 잠시, 추가 휴전 협상이 결렬되고 교전이 재개되면서 사상자가 급속히 늘고 있다.

전 세계 분쟁 현장에서 구호의 손길을 펴는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도 한층 바빠졌다. 올해 창설 160주년을 맞는 ICRC는 지금까지 전쟁·재난으로 고통받는 사람들을 지원한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4차례 수상했다. 한국전 당시엔 전쟁 포로수용소, 군 병원을 지원했다. 이번 전쟁에서도 전면전 상황인 가자 지구를 떠나지 않고 피난민을 돕는 한편, 휴전 기간 석방된 인질을 안전하게 돌려보내는 역할을 수행했다.

중앙일보는 ICRC의 인도주의 활동을 총괄하는 마틴 슈엡 글로벌 운영국장을 지난 5일 서울 퇴계로의 ICRC 한국사무소에서 만났다. 16년간 구호 전문가로 활동해온 그에게 팔레스타인 등 각지의 인도주의 위기에 대해 들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마틴 슈엡 운영국장. 사진 ICRC.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의 마틴 슈엡 운영국장. 사진 ICRC.

ICRC가 하는 일은. 
내전·국제전 등 다양한 무력분쟁, 지진·홍수 등 대형 자연재해 피해지역에서 민간인을 보호하고 구제한다. 이번 가자지구에서도 약 100명의 인질 석방에 기여했다. 하마스가 인질을 ICRC에 넘기면, ICRC는 이들을 이스라엘군에 안전하게 인계했다. 인질들이 불안을 덜 수 있도록 가족들과 메시지를 교환할 수 있게 '다리' 역할을 한 것도 ICRC다. 가자지구에 식수·생필품을 공급하고 의료·통신 서비스를 지원하는 것도 주요 업무다. 현재 100개국에 의료진·엔지니어 등 다양한 업무를 하는 직원 2만명이 근무한다. 

가자 지구의 상황은. 
현지 직원들은 "매일같이 사지가 절단된 환자들, 화상 입은 아이들이 병원에 밀려 들어온다. 너무 참혹하다"고 전해온다. 기본적인 의료도구나 물도 턱없이 부족하다고 한다. (※국제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폭격·전력 부족 등으로 현지 병원 75%가 폐쇄됐다) 현재 ICRC 직원 130여명이 일하고 있다. 원래 가자지구에 100여명이 상주했는데 전쟁 발발 후 외과의·간호사와 전쟁 후 트라우마를 치유할 정신과 의사를 추가로 투입됐다. 직원들마저 생명에 위협을 느낄 정도로 상황이 악화해 현지 파견 직원 수를 제한하고 있다.
중앙일보는 ICRC에서 전 세계적 인도주의 활동을 조정하고 지휘하는 마틴 슈엡 글로벌 운영국장을 지난 5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있는 ICRC 한국 사무소에서 만나 주요 지역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위기 현황을 들었다. 사진 서유진 기자

중앙일보는 ICRC에서 전 세계적 인도주의 활동을 조정하고 지휘하는 마틴 슈엡 글로벌 운영국장을 지난 5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있는 ICRC 한국 사무소에서 만나 주요 지역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위기 현황을 들었다. 사진 서유진 기자

다른 지역에서도 활동하고 있는데.
ICRC 직원의 약 10%인 2000여명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일한다. 아프간 국민의 50%가 최근 대지진으로 심각한 피해를 보았다. 게다가 미군이 20년 만에 철수하고 탈레반 정권이 재집권하면서 인도주의 위기가 한층 심화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예멘 내전 등도 계속되고 있어 인도주의적 지원이 필요하다. 세상에 '덜 중요한' 위기란 없다.  
구호활동가로서, 언제 보람을 느끼나.  
첫 직장은 국제연합(UN) 산하 유엔개발계획(UNDP)이었다. 그러다가 모국인 스위스에 본부를 둔 ICRC에 합류해 수단·아프가니스탄·콩고민주공화국 등에서 활동했다. 첫 부임지였던 수단에서 분쟁 중 헤어졌던 할머니와 손자 등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도왔던 일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중앙일보는 ICRC에서 전 세계적 인도주의 활동을 조정하고 지휘하는 마틴 슈엡 글로벌 운영국장을 지난 5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있는 ICRC 한국 사무소에서 만나 주요 지역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위기 현황을 들었다. 사진 서유진 기자

중앙일보는 ICRC에서 전 세계적 인도주의 활동을 조정하고 지휘하는 마틴 슈엡 글로벌 운영국장을 지난 5일 서울 중구 퇴계로에 있는 ICRC 한국 사무소에서 만나 주요 지역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적 위기 현황을 들었다. 사진 서유진 기자

인도주의 지원에 한국도 역할이 있다면.   
ICRC 한 해 예산은 약 24억 스위스프랑(약 3조 6000억원)으로 한정적인데, 분쟁·재해로 인한 구호 수요는 크게 늘고 있어 걱정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한국이 1050만 스위스프랑(약 159억원)을 기부해 '고액 기부자 명단(DSG)'에 처음 합류했고 내년 6월까지 활동한다. 한국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지속적인 협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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