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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 남부 지상전 공식화…지도부 제거 작전도 암시

중앙일보

입력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재개를 선언한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전차가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국경 근처로 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전쟁 재개를 선언한 가운데 이스라엘군의 전차가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 국경 근처로 향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의 휴전 중단을 선언한 이스라엘이 3일(현지시간) 가자지구의 남부지역에 대한 군사 작전 실행을 공식화했다고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이 보도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방위군(IDF) 참모총장은 이날 “어제 아침 가자 남쪽에서 작전을 시작했다”면서 가자 남쪽 지역에 대한 이스라엘의 본격적인 공세를 직접 확인했다. 할레비 총장은 “이것은 북부 작전만큼 강력할 것이며, 하마스 사령관들은 어디에 있든 이스라엘군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도 했다.

IDF의 수석 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도 “하마스를 대상으로 한 지상전이 가자지구 전역으로 확대됐다”면서 “이스라엘군은 테러범들과 대면해 그들을 제거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IDF는 밤새 남부 도시인 칸 유니스를 포함해 가자 지구의 400개 이상의 목표물을 공격했으며, 하마스의 샤티 여단 사령관을 제거했다고 밝혔다. 샤티 여단은 지난달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작전을 주도했다.

팔 “24시간 내 800명 사망”…美“대규모 인명 손실 안돼”

3일(현지시간) 가자 남부 라파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UPI=연합뉴스

3일(현지시간) 가자 남부 라파 지역에서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UPI=연합뉴스

이스라엘 측은 아울러 지난달 말 지상전을 시작한 이후 하마스의 지하 터널 800개를 발견해 그중 500개를 폐쇄했다고 밝혔다. IDF는 “다수는 학교나 유치원, 모스크, 운동장 근처 또는 내부에 있었다”면서 “이는 하마스 조직이 민간인을 인간 방패로 이용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강조했다.

앞서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인질·수감자의 교환을 전제로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1일 오전까지 휴전했다. 그러나 1일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로켓을 쏘는 등 휴전 합의를 어겼다”며 군사작전 개시를 선언했다.

하마스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가자지구 정부는 최근 24시간 동안 800명 가까운 사망자가 나왔다고 밝혔다고 아랍 매체 알자지라 방송이 보도했다. 매체는 “이번 전쟁 이후 단일 사망자 수로는 가장 많은 수치”라고 지적했다. 하마스의 레바논 지부 대표 오사마 함단은 “이스라엘이 남쪽에 안전지대가 있다며 (북부)민간인들에게 이동하라 한 것은 비무장 난민들에게 대규모 학살을 저지르기 위한 계획한 함정이었다”고 비판했다.

이스라엘이 같은 달 하마스 섬멸 작전을 시작한 이래, 가자지구에 거주하는 약 230만명 중 상당수가 남부 지역으로 이동한 상태다. 팔레스타인 유엔 난민기구 측은 이번 전쟁으로 인한 가자지구 내 팔레스타인 이재민 규모가 180만 명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이들 가운데 95만 8000명이 가자 남부의 유엔 난민 보호 시설에 99곳에 머무르고 있다.

이스라엘이 북부에 이어 남부로 공세를 확장하면서 미국을 비롯한 국제 사회의 우려는 한층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지난달 30일 중동 순방차 이스라엘을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장관은 “가자 북부에서 목격한 민간인의 막대한 인명 손실과 대규모 피란이 남부에서 반복돼선 안 된다는 건 미국으로선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신베트 “50년前 ‘뮌헨’처럼 하마스 제거”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AP=연합뉴스

이스라엘의 방첩 기관인 신베트가 해외 체류 중인 하마스 지도부 제거 작전에 나설 것을 암시하는 음성 파일도 공개됐다. 3일 이스라엘 공영 칸 방송이 입수해 공개한 파일에는 신베트의 로넨 바 국장이 “이스라엘 각료 회의는 하마스를 제거하는 목표를 정했다. 그것이 우리의 ‘뮌헨’“이라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는 “가자, 서안지구, 레바논, 터키, 카타르 등 모든 곳이 될 거다. 몇 년이 걸려도 우리는 (제거 작전을 위해)그곳에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바 국장이 언급한 ‘뮌헨’은 1972년 뮌헨 올림픽 선수촌 내 이스라엘 체조 대표팀 숙소를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검은 9월단’이 기습 점거했던 사건을 말한다. 당시 이스라엘 대표단 소속 선수, 코치, 심판 등 11명 숨졌고, 이후 신베트·모사드 등 이스라엘 정보기관은 테러에 가담한 9월단원들을 하나씩 찾아 표적 암살했다.

7년에 걸친 침투 작전 끝에 9월단의 수장 알리 하산 살라메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자동차 폭파로 제거한 게 대표적이다. 이스라엘이 ‘신의 분노 작전’이라고 붙인 이 보복 계획은 “역사상 가장 끈질긴 암살 작전”이란 평이 나왔다. 그 작전을 하마스에게도 쓰겠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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