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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판타지 속 판타지를 찾아서 71화. 스톤헨지의 전설

중앙일보

입력

크리스마스와 동지의 상관관계

매년 12월이 되면 서양을 중심으로 기독교를 믿는 많은 나라에서 축제 분위기가 시작됩니다. 12월 25일 크리스마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념하기 위해서죠. 기독교를 믿는 많은 나라에서는 이날을 공휴일로 정했는데, 그중에는 전후 이틀을 포함해서 사흘을 쉬는 나라도 있죠. 우리나라도 불교의 창시자인 석가모니가 태어난 부처님 오신 날과 함께 공휴일로 지정했어요. 일본처럼 기독교의 영향이 적은 나라에서는 크리스마스가 휴일은 아니지만, 축제를 좋아하는 나라답게 축제 분위기로 온 나라가 들썩이죠.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을 기린다기보다는 세계 많은 나라에서 기념하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즐긴다고 할까요. 그건 종교가 없는 사람이 절반이 넘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죠.

높이 8m, 무게 50톤에 달하는 거석 수십 개로 이루어진 스톤헨지는 사람들에게 고대로부터 의문의 대상이었다. 스톤헨지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은 대지에 봄의 기운을 전한다.

높이 8m, 무게 50톤에 달하는 거석 수십 개로 이루어진 스톤헨지는 사람들에게 고대로부터 의문의 대상이었다. 스톤헨지 너머로 떠오르는 태양은 대지에 봄의 기운을 전한다.

세계 각지에서 예수 탄생을 기념하며 지내는 크리스마스 즈음, 영국에서는 비슷한 시간에 예수와는 전혀 관계없는 곳에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영국 남부의 솔즈베리 평야에 자리 잡은 거석 유적, 스톤헨지가 바로 그곳이죠. 스톤헨지는 높이 8m에 무게 50톤에 달하는 거석 수십 개로 이루어진 선사시대 유적입니다. 기원전 2500년~기원전 2000년경 수년에서 수십 년, 어쩌면 수백 년에 걸쳐 완성되었다고 여겨지는 스톤헨지는 사람들에게 고대로부터 의문의 대상이었죠. 근처에는 스톤헨지를 세울 만큼 큰 바위가 없었기에 도대체 어디서 이것을 가져왔는지 궁금하게 여겼어요.

전승에 따르면 아서왕의 마법사인 멀린이 마법을 이용해서 스톤헨지를 세웠다고 해요. 이야기는 5세기경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당시 영국에서는 로마제국의 군대가 물러나고 혼란이 계속되고 있었어요. 영국에 남은 브리튼 족장들은 저마다 왕위에 오르려 했고, 그로 인해 크고 작은 싸움이 벌어졌죠. 한 족장은 권력을 얻고자 바다 건너의 색슨족에게 부탁했는데, 영국에 들어온 색슨족은 그를 돕지 않고 스스로 영국 땅을 차지하려 했어요. 이에 족장들은 일단 싸움을 멈추고 협력해 색슨족에 맞섰죠. 일시적으로 색슨족을 몰아냈지만, 더 큰 유혈 사태를 우려한 족장들은 평화 회담을 제안합니다.

색슨족이 제안을 받아들여 그들은 솔즈베리 평야에 모였죠. 하지만 색슨족은 사실 평화 회담에 응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무기를 휴대하지 않기로 했지만, 그들은 몰래 무기를 숨겼고 신호가 떨어지자 일제히 공격했죠. 이렇게 색슨족은 우위에 섰지만 프랑스로 망명했던 두 왕자, 암브로시우스와 우서 펜드래곤이 영국으로 돌아와 군을 이끌면서 상황이 달라집니다. 결국 색슨족을 몰아낸 이들은 족장들이 살해된 곳에 기념비를 세우길 원했어요. 현자 멀린은 아일랜드의 한 산에 거인들이 건설한 멋진 돌원(스톤헨지)이 있다면서, 마법을 써서 거인을 소환해 가져오게 시켰죠. 그렇게 스톤헨지가 세워졌고, 훗날 두 왕자는 모두 스톤헨지의 중심부에 묻혔다고 해요.

아서왕과 관련한 이 낭만적인 이야기는 스톤헨지가 석기 시대에 세워졌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단지 전설로만 남게 됐지만, 이를 통해 스톤헨지가 죽음과 관련되었음을 느끼게 합니다. 그렇다면 이 거대한 돌기둥은 어디서 왔을까요. 그리고 대체 왜 세워졌을까요. 학자들은 이곳이 거대한 의식의 장소였다고 말합니다. 스톤헨지에서 몇 km 떨어진 곳에는 더링턴 홀이라는 곳이 있는데요. 스톤헨지와 같은 모양의 나무로 된 유적이 있고, 그 주변에는 수천 명이 살았을 만한 주거지의 흔적이 있죠. 학자들은 매년 동지에 스톤헨지에 사람들이 몰려들었을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스톤헨지에서는 동지가 되면 중앙의 돌을 통해 해가 뜨는 장면을 볼 수 있죠. 크리스마스에 가까운 동지에 사람들이 스톤헨지로 모여든 건 바로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돌은 고대 세계에서 죽음을 뜻하죠. 영원히 변치 않는 돌은 생명이 없는 존재니까요. 이곳에서 죽은 자에게 경배를 올린 사람들은 더링턴 홀의 나무로 된 우드헨지로 향하여 다시 의식을 올리죠. 이는 산 자에 대한 축복으로, 나무는 살아있는 생명의 상징이기 때문입니다. 동지에 의식을 치르는 것은 오래전부터 동지를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해가 시작되는 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태양이 가장 남쪽에서 뜨고 지는 동지는 낮이 가장 짧은 날입니다. 이렇게 보면 태양의 힘이 가장 약한 날, 태양이 죽은 날이라고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동지를 기점으로 낮은 다시 길어집니다. 태양이 점차 힘을 되찾는 날, 죽었던 태양이 부활하는 날이기도 하죠.

로마에서도 오래전부터 동지를 태양신의 날이나 농경신의 날로 기념했습니다. 암울한 겨울이 끝나고 새로운 봄을 맞이하는 날, 봄의 빛을 받아들이는 이 행사는 매우 중요했죠. 그래서 로마 교회에서는 보통 동지에 해당하는 12월 25일을 그리스도의 탄생일로 선포합니다. 기독교에서 볼 때 그리스도의 탄생이야말로 오랜 암흑시대를 끝낸 사건이니까요. 크리스마스와 동지 축제. 그 목적은 다르지만, 결국 새로운 빛을 받아들이며 평화와 풍요를 바란다는 점은 같겠죠. 올해 동지는 12월 22일입니다. 크리스마스와는 다른 날이지만, 새롭게 힘을 얻어가는 태양을 보면서 힘차게 연말과 크리스마스의 즐거운 분위기를 만끽해 보시길 바랍니다.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전홍식 SF&판타지도서관장

※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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