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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어린이 시각에 상상력·유머 콜라주…요정처럼 생각해봐요

중앙일보

입력

서로 다른 매력을 지닌 남매의 이야기를 담은 『찰리와 롤라』 시리즈와『클라리스 빈』시리즈,『요런 고얀 놈의 생쥐』『착해야 하나요?』 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대표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렌 차일드. 그의 작품은 개성 있는 캐릭터와 콜라주 등 다양한 표현 방식에 특징을 두고 있어 국내외 독자 및 연구자들에게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요. 로렌 차일드는 아이의 시각에 상상력과 유머러스함을 더하고, 모험적이고 대담한 그림체와 콜라주 기법을 통해 장난기 넘치면서도 독창적인 작업 방식을 선보이죠. 캐릭터성이 강한 그림체의 인물들, 그리고 상상과 현실을 넘나드는 배경으로 이야기를 조화롭게 만듭니다. 이러한 작품들은 독자들의 고정관념을 허물고 새로운 방식으로 독자의 상상력을 이끌어내는 오늘날 그림책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어요.

유은서(왼쪽)·오수아 학생기자가 로렌 차일드의 작품 속 세계를 재현한 전시 공간을 감상하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만나봤다.

유은서(왼쪽)·오수아 학생기자가 로렌 차일드의 작품 속 세계를 재현한 전시 공간을 감상하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를 만나봤다.

그의 작품 세계를 다루는 전시 ‘로렌 차일드: 요정처럼 생각하기’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죠. 원화 92점과 동화 속 세계를 재현한 전시 공간을 감상할 수 있게 구성했고, 다양한 개성을 가진 캐릭터와 로렌 차일드의 작업 방식을 볼 수 있어 소중 학생기자단이 찾아갔어요. 오수아·유은서 학생기자는 지난 11월 2일 프리뷰 행사로 방한한 로렌 차일드 작가에게 직접 전시 곳곳에 관해 설명을 들을 수 있었죠.

분홍색을 배경으로 귀여운 캐릭터들이 곳곳에 자리 잡은 전시장을 둘러본 로렌 차일드는 “이렇게 아름답고 재치 있게 꾸며 정말 놀랐어요. 책 속 캐릭터들을 모두 함께 즐기고 느낄 수 있게 되는 것은 정말 마법 같은 일이죠”라고 소감을 밝혔어요. 은서 학생기자가 “전시 준비 과정에서 특별한 에피소드가 있었나요”라고 궁금해했습니다. “명작의 재탄생 섹션에 유리 박스에 들어있는 작품이 있는데, 어제 직접 조립하고 설치했어요. 근데 계속 종이 캐릭터들이 넘어져서 애를 먹었던 기억이 있네요. 오늘 이 공간이 무사히 완성된 것을 보니 기쁩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프리뷰 행사로 방한한 로렌 차일드 작가에게 직접 전시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소중 학생기자단은 프리뷰 행사로 방한한 로렌 차일드 작가에게 직접 전시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아이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표현하고자 했던 로렌 차일드는 캐릭터마다 다른 서체를 사용했고, 텍스트를 주위에 잘라 붙여 떠다니는 그림의 일부가 되도록 만들었으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색다른 경험을 전달하기 위해 여러 종류의 재료들을 콜라주했습니다. 마치 어린아이가 직접 만든 스크랩북 같은 느낌을 주는데요. 이번 전시에선 작가의 작업 과정을 보여주는 코너도 마련됐죠.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계속 덧붙여 나갈 수 있다는 게 콜라주 기법의 최대 장점이에요. 제 책상에 자른 종이들을 얹어놓으면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계속 떠오릅니다. 처음 생각한 것에 계속 상상을 더하는 거죠. 아주 재미있는 작업이에요.”

로렌 차일드 작품의 대표적인 특징은 어린아이의 시점을 묘사하여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 그의 손길로 탄생한 첫 캐릭터인 ‘클라리스 빈’은 7살 아이의 시점으로 가족을 소개하며 엉뚱·발랄한 생각과 말투를 보입니다. 이 소녀의 관점으로부터 전달되는 정확하지 않고 정돈되어있지 않은 클라리스의 솔직 담백한 대사들은 마치 7살 여자아이가 책을 보고 있는 독자들을 만나 자신의 삶에 대한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처럼 느껴지죠.

로렌 차일드의 손길로 탄생한 첫 캐릭터인 ‘클라리스 빈’은 7살 아이의 시점으로 엉뚱·발랄한 생각과 말투로 가족을 소개한다.

로렌 차일드의 손길로 탄생한 첫 캐릭터인 ‘클라리스 빈’은 7살 아이의 시점으로 엉뚱·발랄한 생각과 말투로 가족을 소개한다.

클라리스의 가족과 이웃은 저마다 개성적인 성격과 독특한 말투로 극에 재미를 더합니다. 이들은 로렌 차일드가 자신의 주변 인물들을 상상하며 만들어낸 것이라고 해요. “이 공간에서는 저의 첫 번째 책에 등장하는 캐릭터 클라리스 빈을 만날 수 있어요. 클라리스 빈은 저에게 있어 무척 중요합니다. 지금의 작업을 해나가는 데 있어 시작점이 되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그의 대표작인 『찰리와 롤라』에서 오빠인 찰리는 여동생 롤라의 상상력으로 비롯된 친구·동물·장소 등의 이미지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함께 상상력을 동원하여 투정부리는 여동생을 달래주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롤라는 작가가 덴마크 여행 중에 만난 한 소녀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캐릭터라고 해요. 진한 금발에 ‘요정처럼 뾰족한 눈을 가진 소녀’로, 무슨 말을 하는지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쉬지 않고 수다를 떨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아이에게 매력을 느꼈다고 전했죠. 이는 호기심이 많고 강한 자아를 가진 롤라의 시초가 되었습니다.

대표작인 『찰리와 롤라』에선 특정 주제를 강조하고 더 친근하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넣었다.

대표작인 『찰리와 롤라』에선 특정 주제를 강조하고 더 친근하게 보여주기 위해 사진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넣었다.

클라리스 빈보다 어린 연령층의 독자를 상상하며 더 선명하고 단순한 그림체로 ‘찰리와 롤라’를 그렸는데요. 삽화는 마찬가지로 콜라주로 이루어졌으며, 특정 주제를 강조하기 위해 음식 사진 이미지를 그대로 가져와 넣었죠.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사물은 로렌 차일드의 삶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물들로부터 영감을 얻은 것이며, 이는 고스란히 로렌 차일드의 책에 영향을 미쳤어요. 일러스트와 함께 사진을 그림책에 삽입한 이유는, 아이들의 상상력이 현실로 반영되는 연결고리를 나타내기 위함입니다. 또한 캐릭터가 아이들에게 숫자 세기나 음식 먹기를 더 쉽게 다가가게 하는 장치로, 실제 크기를 재현해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음식을 더 친근하게 보여주는 방법이기도 하죠.

롤라는 작가가 덴마크 여행 중에 만난 금발에 요정처럼 뾰족한 눈을 가진 소녀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캐릭터다.

롤라는 작가가 덴마크 여행 중에 만난 금발에 요정처럼 뾰족한 눈을 가진 소녀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캐릭터다.

일러스트로 이야기가 진행되다 사진이 나오는 페이지가 펼쳐지는 전개 방식은 전에는 희귀했던 새로운 창작 기법이며, 로렌의 창작성을 돋보이게 하는 요소입니다. 수아 학생기자가 “캐릭터 이름을 찰리와 롤라로 정한 이유가 따로 있을까요”라고 질문했죠. “예전부터 찰리와 롤라라는 이름을 굉장히 좋아했는데, 영국에서는 되게 흔한 이름이기도 하고 이름 자체 발음이 멜로디처럼 흘러가는 느낌이 좋아서 붙였어요.”

『착해야 하나요?』에선 아이들이 자아와 가치관을 성립하고 주위 사람의 칭찬 때문이 아니라 나답게 생각하며 하고 싶은 좋은 일을 함으로써 보람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착해야 하나요?』에선 아이들이 자아와 가치관을 성립하고 주위 사람의 칭찬 때문이 아니라 나답게 생각하며 하고 싶은 좋은 일을 함으로써 보람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렸다.

『착해야 하나요?』에선 착한 아이 콤플렉스를 지닌 오빠, 친구와 투덕거리며 다른 사람에게 ‘나쁜 아이’로 묘사되는 여동생이 나옵니다. 어른이 요구하는 역할을 무조건 따르거나 무조건 반항하는 두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며 아이들이 자아와 가치관을 성립하고 주위 사람의 칭찬 때문이 아니라 나답게 생각하며 하고 싶은 좋은 일을 함으로써 보람을 느끼게 되는 과정을 그렸죠.

『요런 고얀 놈의 생쥐』는 누군가의 반려동물이 되고 싶은 생쥐와 푸들과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은 푸들의 상반된 이야기를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전달한다.

『요런 고얀 놈의 생쥐』는 누군가의 반려동물이 되고 싶은 생쥐와 푸들과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은 푸들의 상반된 이야기를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전달한다.

『요런 고얀 놈의 생쥐』는 누군가의 반려동물이 되고 싶은 생쥐와 푸들과 같은 삶을 살고 싶지 않은 푸들의 상반된 이야기를 통해 자신만의 정체성을 찾아가고자 하는 아이의 모습을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은유적으로 전달합니다. 쓰레기통 안의 쥐가 도시의 불빛들을 바라보는 장면을 콜라주로 묘사하여 주인공이 느끼는 외로움을 극대화했죠. 주인공은 이름조차 없이 ‘고얀 놈의 생쥐’라 불리며, 누군가의 반려동물이 되어 소속감을 느끼고 싶어 하며, 나라는 존재가 사라져도 누군가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삶을 꿈꿉니다.

『메리 포핀스』에선 기존의 그림책과는 다른 성숙한 필체를 엿볼 수 있다.

『메리 포핀스』에선 기존의 그림책과는 다른 성숙한 필체를 엿볼 수 있다.

명작의 재탄생 섹션에서는 『메리 포핀스』 『공주님과 완두콩』 『내 이름은 삐삐 롱스타킹』 『비밀의 화원』 등의 삽화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요. 널리 알려진 고전 명작이 로렌 차일드의 손길을 거쳐 어떤 모습으로 새로워졌는지 확인할 수 있죠. 『메리 포핀스』에선 기존의 그림책과는 다른 성숙한 필체를 엿볼 수 있으며, 『공주님과 완두콩』에선 미니어처 조각과 종이 인형을 콜라주해 사진으로 촬영한 작업을 통해 그의 콜라주 작업에 더욱 다양한 소재를 활용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죠. 프란시스 호지슨 버넷의 책 『비밀의 화원』의 경우 1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새로운 삽화를 그려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고 해요. 이 책이 자신의 기존 작품보다 더 고풍스러운 이미지를 요구한다고 생각했기에, 『비밀의 화원』 삽화는 기존의 작품과는 매우 다른 느낌을 줄 수 있도록 그렸다고 해요. 그래도 복잡한 층 구조를 만들어 정원 벽에 빽빽하게 자란 넝쿨들의 입체감이 돋보이는 로렌 차일드 고유의 콜라주 기법은 유지됐죠.

영국의 대표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렌 차일드는 아이의 시각에 상상력과 유머러스함을 더하고, 모험적이고 대담한 그림체와 콜라주 기법을 통해 독창적인 작업 방식을 선보인다.

영국의 대표 그림책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로렌 차일드는 아이의 시각에 상상력과 유머러스함을 더하고, 모험적이고 대담한 그림체와 콜라주 기법을 통해 독창적인 작업 방식을 선보인다.

마지막 섹션은 『요정처럼 생각하기』의 원화와 함께, 책 속 장면을 확대 및 재현하여 마치 그림책의 인물들과 한 공간에 있는 듯 연출해 제목의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낯설고 무서웠던 2020년에 이 이야기를 썼어요. 이런 상황에서 타인을 생각하는 친절한 마음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의 주제를 통해 전달하고 싶었죠.” 로렌 차일드는 여러 작품을 통해 요정이 연상되는 요소를 드러내 왔어요. 도시 외곽에 지내며 자신만의 방법으로 당당하게 적응해 나가는 삐삐, 상상력이 풍부하고 자기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말하는 롤라, 주변 사람과 함께하는 시간을 즐기며 여러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클라리스는 작가가 상상하는 요정의 모습과 닮아있죠. 이처럼 작가가 말하는 요정이란 아이들의 자유분방한 모습을 통해서 다양한 시각에서 설명될 수 있는 신비로운 상상력의 산물입니다.

‘로렌 차일드: 요정처럼 생각하기’ 전시는 여러 작품의 테마에 맞춰 다채롭게 구성된 공간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한다.

‘로렌 차일드: 요정처럼 생각하기’ 전시는 여러 작품의 테마에 맞춰 다채롭게 구성된 공간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한다.

수아·은서 학생기자가 마지막으로 전시를 더욱 즐겁게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죠. “먼저 전시를 잘 보고 작품 안에 글씨를 좀 더 자세히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글씨가 그냥 단어나 문장으로 끝나지 않고 캐릭터들이 어떤 목소리로 말을 내는지 약간 형상화해 전달하고 싶었거든요. 예를 들어 푸들 캐릭터가 나오는 작품을 보면 지그재그로 직선으로 글씨가 쓰여 있어요. 이건 주인공이 말하는 말뿐만 아니라 주인공의 움직임까지 나타내기 위한 거죠. 주인공 개는 아주 경직된 채로 직선으로 걸어가는데 다른 개들은 곡선으로 막 뛰어다니면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 차이를 나타내고 싶어서 연출했죠. 캐릭터들의 목소리나 움직임을 표현한 걸 잘 보고, 오린 종이를 쌓고 쌓고 쌓은 다음에 모든 종이를 붙여서 만드는 제 창작방식도 재밌게 즐기면 좋을 것 같아요.”

이번 전시는 여러 작품의 테마에 맞춰 다채롭게 구성된 공간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에 더 몰입할 수 있게 하죠. 그의 작품처럼 누구에게나 있었던 어린 시절의 감정과 경험을 떠올리게 하여 공감을 형성함으로써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함께 즐기는 경험을 안겨줄 거예요.

로렌 차일드: 요정처럼 생각하기

기간 2024년 3월 3일(일)까지(매주 월요일 휴관)
장소 서울 서초구 남부순환로 2406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제7전시실
관람 시간 오전 10시~오후 7시(입장 마감 오후 6시)
관람료 성인 1만8000원, 청소년‧어린이 1만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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