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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중앙] 연탄·조개탄·구공탄…우리 주변 석탄의 발자취를 찾아서

중앙일보

입력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석탄은 어떻게 인류의 연료로 쓰였을까

추운 겨울, 집 안을 따뜻하게 하는 연료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그중 ‘석탄(石炭)’은 오랫동안 인간의 주 연료로 사용됐어요. 우리 주변에서는 흔히 고깃집에서 고기를 구울 때 사용하거나, 주택 등에서 난방을 할 때 쓰는 연탄으로 석탄을 만날 수 있죠. 가정·화력발전·산업·제철 등에서 연료로 사용되는 석탄은 연소 시 일산화탄소 등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온실가스를 배출해 세계적으로 석탄 사용량을 줄이고 친환경 연료 사용을 늘리려고 하고 있는데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강원도 태백석탄박물관을 찾아가 우리 생활에 도움을 주지만 환경을 위해 소비를 줄여야 하는 석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김하원(왼쪽)·이이삭 학생기자가 강원도 태백석탄박물관에서 인류가 오랫동안 사용하며 발전을 이끌었던 에너지원이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석탄에 대해 알아봤다.

김하원(왼쪽)·이이삭 학생기자가 강원도 태백석탄박물관에서 인류가 오랫동안 사용하며 발전을 이끌었던 에너지원이지만 온실가스를 배출해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석탄에 대해 알아봤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 10월 ‘2023 세계 에너지 전망 연례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석탄 사용량이 2030년 이후 급격한 감소세에 접어들 것으로 예상했어요.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전 세계 석탄 소비량은 80억 톤으로 전년 대비 1.2% 증가했지만, 이는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여파로 러시아의 유럽 가스관 공급 중단, 국제 연료비 상승 등 때문이었죠. IEA는 석탄 사용이 잠시 증가했지만 많은 나라에서 재생에너지 사용에 관심을 높이는 추세이며 석탄 사용량은 감소할 것이라고 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국내에서 석탄 종류 중 하나인 무연탄을 생산하는데요. 에너지경제연구원(KEEI)의 ‘2022 에너지통계연보’에 따르면 1990년 국내 무연탄 생산량은 1721만7000톤, 소비량은 1931만4000톤이었고, 2021년엔 생산량 89만8000톤, 소비량 642만4000톤으로 줄었죠. 주로 가정 난방에 사용되는 연탄의 주 재료인 무연탄은 가스 보일러가 보급되면서 소비가 줄고 높은 채굴 비용·탄광 재해 등으로 생산도 감소했죠. 하지만 연탄을 쓰는 사람들의 수요가 있고 일부 산업에 필요해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 충족하고 있어요. 무연탄 수입량은 1990년 107만2000톤에서 2021년 647만5000톤으로 늘었죠.

제철·시멘트·화력발전 등에 사용되는 유연탄은 우리나라에서 생산되지 않아 전량 수입합니다. 유연탄 수입량은 1990년 2284만4000톤에서 2021년 1억804만4000톤으로 늘었죠. 화력발전용만 따져도 1990년 572만4000톤에서 2018년 9076만4000톤으로 증가했어요. 2019년부터 시행된 미세먼지 계절관리제의 석탄화력발전소 가동중단 및 출력제한(80% 이내) 등 영향으로 2019년 8363만7000톤, 2020년 6977만2000톤, 2021년엔 6804만 톤으로 감소했지만 2021년 기준 석탄화력발전은 총 발전량 중 41.9%로 비중이 가장 높았어요. 우리나라 석탄화력발전량(246TWh)은 2019년 기준 중국(4876TWh), 인도(1181TWh), 미국(1070TWh), 일본(329TWh)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많았죠.

석탄화력발전은 입지 제약이 적어 전력을 바로 공급·소비할 수 있는 대도시·공업 단지 등의 부근에 건설할 수 있고 설비 비용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죠. 바람의 영향을 받는 풍력, 하천이나 댐이 필요한 수력 등 일부 재생에너지는 환경에 영향을 받고 원자력발전은 사고 발생 시 방사성 물질 유출 등 광범위한 피해를 초래하지만, 석탄화력발전은 환경적 제약이 적고 사고로 인한 피해가 크지 않아요. 하지만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세계적 추세에 맞추려면 석탄을 많이 사용하는 석탄화력발전의 비중을 낮춰야 합니다. 올해 3월 환경부는 ‘탄소중립 녹색성장 국가전략 및 제1차 국가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까지 온실가스를 2018년 7억2760만 톤에서 4억3660만 톤으로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세웠는데요. 이를 위한 정책 중 하나로 2030년까지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58기 중 설계 수명 30년 이상 노후화된 20기를 폐지하겠다고 밝혔죠. 다만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있는데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같은 국제적인 이슈가 발생해 석유·가스 등 연료비가 오르고 수급이 어려워지면 다시 석탄화력발전량이 늘며 석탄 소비도 늘어날 수 있습니다.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광부들의 탄광촌 생활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김상구(맨 왼쪽) 해설사.

소중 학생기자단에게 광부들의 탄광촌 생활에 관해 설명하고 있는 김상구(맨 왼쪽) 해설사.

태백석탄박물관에서 만난 석탄

1970년대까지 국가기반산업으로 성장했던 석탄산업은 점차 연탄 수요는 줄고 생산(채굴)비용은 올라 사업성이 악화됐죠. 비경제탄광을 폐광하고 경제성 있는 탄광만 집중 육성하겠다는 취지로 1989년 ‘석탄산업 합리화 정책’이 시행됐습니다. 이를 계기로 석탄(무연탄) 산업이 활발했던 강원도와 전남 화순·충남 보령·경북 문경 등은 위기에 처했어요. 1988년엔 전국 347개 탄광이 분포했었지만, 2023년엔 대한석탄공사의 태백 장성광업소와 삼척 도계광업소, 민영탄광인 삼척 경동 상덕광업소 등 3곳만 남았죠. 이 3곳이 국내에서 가동 중인 마지막 탄광입니다. 대한석탄공사는 2024년 6월 말 장성광업소, 2025년 말 도계광업소 폐광 작업을 추진할 예정으로, 그렇게 되면 2025년 이후 국내 운영 탄광은 삼척 경동 상덕광업소 단 한 곳만 남게 되죠.

강원도 내 171개 탄광(1988년 기준) 중 39개가 있었던 태백시는 석탄 산업의 변천사 등을 체험할 수 있는 태백석탄박물관을 1997년 개관했습니다. 태백석탄박물관을 찾은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상구 태백시 문화관광해설사를 만나 석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죠. 먼저 김하원 학생기자가 “석탄은 언제, 어디서 만들어졌는지” 질문했어요. “석탄은 약 3억~2억2000만 년 전인 고생대 말기 석탄기~페름기 사이에 주로 만들어졌어요. 당시 습지나 얕은 물에서 자란 식물들의 유해가 썩지 않은 채 쌓여 두터운 층, 즉 ‘석탄층’을 이뤘죠. 석탄층은 지각의 침강, 큰 지압, 높은 지열 등에 의해 수소·질소·산소는 줄어들고 탄소가 주 성분이 되는 ‘탄화작용’을 거쳐 석탄이 됐습니다. 석탄은 전 세계 약 1조1000억 톤 정도 매장돼 있는데 우리나라엔 16억 톤 정도 있다고 추정돼요. 석탄은 주 성분이 탄소라 열을 가하면 타면서 에너지를 내요. 불에 타는 속도가 느리고 높은 열량의 에너지를 내기 때문에 연료로 적합하죠. 오랜 기간 진행된 탄화 정도에 따라 석탄의 종류를 나누기도 해요.”

태백석탄박물관 1층 로비에 전시된 무연탄을 만져 본 이이삭(위 사진)·김하원 학생기자.

태백석탄박물관 1층 로비에 전시된 무연탄을 만져 본 이이삭(위 사진)·김하원 학생기자.

이이삭 학생기자가 “석탄은 언제부터 인류의 연료로 사용됐나요?”라고 물었죠. “인류가 석탄을 사용한 건 약 3000년 전이라고 알려져 있어요. 약 2300년 전, 고대 그리스의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테오푸라스토스(BC 371~287)가 암석학 관련 저서인 『돌에 대하여』에 ‘암석 중 연소되는 것이 있어 금속을 녹이는 데 사용할 수 있으며 북부 이탈리아의 소그리아 지방이나 그리스의 에리스에서 대장간 연료로 사용하고 있다’고 기록했죠. 그 연료를 ‘Anthrax’라고 불렀는데, 오늘날 ‘무연탄(Anthracite)’의 이름으로 이어졌죠. 우리나라의 경우 『삼국사기』에 신라 진평왕 13년(609년) 정월에 모지악(毛只嶽)에서 땅이 불탔는데 그 넓이가 4보, 깊이가 5척에 달해 10월 15일에야 꺼졌고, 태종 무열왕 4년(657년)에 동토함지(東吐含地)가 불타서 3년 만에 꺼졌다고 적혀 있어요. 토함산 지역의 갈탄층이 불탄 사실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되죠. 지금의 우리나라 탄광 사업은 일제강점기인 1905년에 전남 화순군의 화순광업소가 국내 처음으로 광업권(광물 탐사 및 채굴 권리)을 등록하면서 시작됐어요. 화순광업소는 올해 6월 문을 닫았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박물관 1층 로비에 있는 검은 물체에 다가서자 김 해설사가 “이것은 무연탄”이라며 석탄의 종류에 대해 설명했죠. “석탄은 크게 연기가 나지 않는 ‘무연탄’과 연기가 나는 ‘유연탄’으로 구분할 수 있어요. 또한 탄화작용에 따라 토탄·갈탄·역청탄·무연탄 등으로 나뉘어요. 토탄·갈탄·역청탄은 타면 연기가 나 유연탄에 속하죠.” 1층 전시관을 둘러보며 석탄의 생성을 알아봤습니다. 연탄의 주 재료인 ‘무연탄’은 석탄 중 가장 탄화작용이 많이 일어난 거예요. 탄소함유량이 91% 이상, 발열량도 1kg당 7000~8000kcal으로 높아 화력이 세고 연기가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죠. 하지만 석유(원유 1만750kcal/kg)·LNG(1만3060kcal/kg)와 비교하면 발열량이 적고, 연기는 나지 않지만 다른 석탄들처럼 무색무취인 일산화탄소 등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기체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죠.

“‘토탄’은 탄소함유량이 60% 이하로, 유기물이 땅속에 묻힌 기간이 길지 않아 탄화작용이 제대로 일어나지 않은 것이에요. 그래서 석탄의 한 종류로 포함하기도, 따로 구별하기도 하죠. 약 70~90% 수분을 함유해 가열하면 연기와 악취가 나 연료로 적합하지 않죠. 흑갈색 ‘갈탄’은 탄소함유량이 60~78%고 발열량은 1kg당 5000~6000kcal로 역청탄·무연탄보다 낮은 편이죠. ‘역청탄’은 탄소함유량 78~91%, 발열량 1kg당 6000~7000kcal로 흑색광택이 있어 ‘흑탄(黑炭)’이라고도 불려요. 역청탄은 휘발성과 점결성(석탄이 탈 때 녹아서 엉기고 뭉쳐 덩어리로 되는 성질)에 따라 구분되는데 ‘강점결탄’은 제철용 코크스나 도시가스용으로 이용되며 ‘약점결탄’은 도시가스용, ‘비점결탄’은 일반 연료용입니다. 황색 불꽃과 연기가 발생하고 특유의 냄새가 나요. 무연탄 외에 토탄·갈탄도 강원도·경상도 등지에서 발견되는데 매장량이 적고, 발열량이 낮아 개발하지 않고 있죠.”

석탄은 한곳에 모여 있지 않고 다른 광물 사이에도 있을 수 있어 사람이 직접 탄광에 들어가 보면서 캐야 한다. 광부는 갱 안에 들어가 하루 8시간 이상 석탄을 캐내는 작업을 한다. 이경직

석탄은 한곳에 모여 있지 않고 다른 광물 사이에도 있을 수 있어 사람이 직접 탄광에 들어가 보면서 캐야 한다. 광부는 갱 안에 들어가 하루 8시간 이상 석탄을 캐내는 작업을 한다. 이경직

석탄이 지상에 나오기까지

석탄을 채굴하는 작업을 ‘채탄’이라고 합니다. 지표면에 노출된 석탄은 쉽게 채굴할 수 있지만, 지하에 깊이 매장된 석탄을 채굴하려면 여러 작업이 필요하죠. 채탄은 일반적으로 탐탄·굴진·운반·선탄 등의 작업을 거칩니다. “‘탐탄’은 석탄이 매장된 곳을 알아내는 것으로, 석탄의 탄층구조와 석탄이 매장된 형태, 매장량·깊이 등을 조사해요. 지표면에서 석탄을 찾아내는 ‘지표탐사’, 시추기로 지표면에 구멍을 뚫어 조사하는 ‘시추탐사’ 등이 있죠. 만약 지하에 매장된 석탄을 발견하면 지표면에 갱(광물을 파내기 위해 땅속을 파 들어간 굴)에 들어가는 입구를 설치하고, 석탄을 캐는 막장(갱의 막다른 곳)까지 오가는 길 ‘갱도’를 만들어야 해요. 갱도는 수직으로 파내려 간 ‘수갱’, 경사지게 파내려 간 ‘사갱’, 수평인 ‘수평갱’으로 나뉘어요. 지표면 위에 있는 암벽에 석탄이 있을 경우 수평갱을 만들죠. 지하에 석탄이 있을 땐 사갱을 만드는데, 깊이나 지층의 상황에 따라 사갱으로 석탄을 운반하기에 거리가 멀면 수갱을 설치해요. 사갱은 에스컬레이터, 수갱은 엘리베이터와 같다고 생각하면 돼요.”

갱도를 뚫는 과정을 ‘굴진’이라고 합니다. 1500~1600년경까지만 해도 정과 망치를 이용하거나, 암벽을 불로 가열한 뒤 차가운 물을 부어 급격한 온도차로 균열을 내 갱도를 만드는 ‘화흉법(火胸法)’을 썼죠. 17세기에는 화약을 사용했는데요. 조선시대 선조 37년(1606년) 양주 축성령(현재 경기도 포천시 소흘읍) 은광(은을 캐내는 광산) 시험 채굴을 담당했던 김경립이 조정에 보고한 기록(『선조실록』 203권)에 ‘크게 발파한 다음에야 광맥의 본 줄기를 찾아낼 수 있겠고 필요한 작업공수와 생산량을 예견할 수 있을 것이다’고 적혀 있어요. 이는 당시 굴진 작업에 화약이 사용됐다는 것을 의미하죠. 1866년 스웨덴의 화학자 알프레드 노벨(1833~1896)이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후에는 다이너마이트를 굴진 작업에 사용했습니다.

퇴적층에서 발견되는 셰일(위 사진 왼쪽)과 무연탄. 석탄을 캘 때 셰일 등의 암석이 같이 섞여 나오는 경우가 있다. 광택·형태 등을 확인하는 선탄 작업을 통해 석탄을 골라낸다. 이경직

퇴적층에서 발견되는 셰일(위 사진 왼쪽)과 무연탄. 석탄을 캘 때 셰일 등의 암석이 같이 섞여 나오는 경우가 있다. 광택·형태 등을 확인하는 선탄 작업을 통해 석탄을 골라낸다. 이경직

2층 전시관에서 소중 학생기자단이 총열이 긴 총처럼 생긴 기계를 만났어요. “이것은 착암기예요. 1890년대 초 일본과 서양의 광산자본가들이 조선의 광산을 개발하면서 굴진 작업에 쓰였죠. 압축공기나 전기모터의 동력을 이용해 기계에 달린 해머를 움직여 암벽에 구멍을 뚫는 착암기는 다이너마이트와 함께 쓰곤 했어요. 1980년대 이후에는 유압식 점보드릴이나 터널 전단면을 굴진해 나가는 전단면 굴착기(TBM·Tunnel Boring Machine) 등을 사용했습니다.” 하원 학생기자가 “석유나 가스는 파이프 등을 연결해서 채굴하던데, 석탄은 꼭 사람이 직접 들어가서 채굴해야 하나요?”라고 질문했어요. “석유는 액체, 가스는 기체 상태라 파이프를 통해 채굴이 가능해요. 석탄은 고체 상태고, 한곳에 모여 있지 않고 다른 광물 사이에도 있을 수 있어 사람이 직접 보면서 캐야 하죠.”

석탄을 채취해 밖으로 옮기는 ‘운반’ 작업에는 먼저 삼태기(흙·쓰레기·거름 등을 담는 기구)·질통(물을 긷는 데 쓰는 통)·지게 등을 사용했습니다. 이후 갱도 바닥에 레일을 설치하고 철로 된 광차나 나무로 된 목광차로 실어 나르는 ‘광차 운반’, 축전차·기관차 등의 동력을 이용해 다량의 석탄을 운반하는 ‘동력운반’, 벨트 컨베이어로 자동화한 ‘연속운반’으로 발달했어요. “지상으로 운반된 석탄은 ‘선탄부’라고 부른 노동자들이 20·35·45mm 등 구멍이 여러 개 뚫린 선탄스크린에 올려 석탄에 섞인 불필요한 물질을 골라내고 대괴(65mm 이상)·중괴(40~65mm)·소괴(15~40mm)·분탄 등 석탄의 크기와 발열량별로 나누는 ‘선탄’ 작업을 했습니다.”

다량의 화약을 발파하기 위해 암벽에 구멍을 크게 뚫는 용도로 사용된 ‘크롤러 드릴’(위 사진)과 광부들을 태우고 막장까지 운행한 광차인 '인차(人車)'.

다량의 화약을 발파하기 위해 암벽에 구멍을 크게 뚫는 용도로 사용된 ‘크롤러 드릴’(위 사진)과 광부들을 태우고 막장까지 운행한 광차인 '인차(人車)'.

“여러분은 석탄이라고 하면 무엇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김 해설사가 물었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이 2층 전시관 출구 앞 전시물을 가리키며 “연탄이요!”라고 말했죠. “연탄은 30% 진흙, 70%의 석탄가루(무연탄)를 물에 섞고 반죽해 연탄제조기에 넣어 일정 규격으로 단단하게 굳힌 고체 연료예요. 석탄 1톤으로 약 277장의 연탄을 만들 수 있죠. 연소가 잘되게 하기 위해 위아래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어 ‘구멍탄’이라고도 하며 구멍 수에 따라 9공탄·19공탄 등이 있어요. 연탄은 연소 시 화력이 보통 10시간 동안 유지돼 경제적이지만 일산화탄소 등의 유해가스와 많은 재가 발생하는 단점이 있죠. 연탄과 석탄이 재료가 아닌 착화탄(번개탄)을 헷갈릴 수 있는데요. 착화탄은 마른 톱밥과 숯가루에 전분 등으로 만든 풀을 섞어 뭉친 것으로, 불을 잘 지피기 위한 용도(착화)로 쓰죠.”

무연탄에 석회 등을 섞어 조개 모양으로 만든 고체연료인 '조개탄'(위 사진). 연탄은 연소가 잘되게 하기 위해 위아래에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 ‘구멍탄’이라고도 불린다.

무연탄에 석회 등을 섞어 조개 모양으로 만든 고체연료인 '조개탄'(위 사진). 연탄은 연소가 잘되게 하기 위해 위아래에 여러 개의 구멍이 뚫려 있어 ‘구멍탄’이라고도 불린다.

한국산업표준(KS)에 따르면 연탄은 지름·높이·무게에 따라 1~5호로 나뉘어요. 1호는 지름 150mm·높이 142mm·무게 3.6kg 이상, 2호는 지름 158mm·높이 152mm·무게 4.5kg 이상, 3호는 지름 162mm·높이 155mm·무게 4.8kg 이상, 4호는 지름 157mm·높이 161mm·무게 4.9kg 이상, 5호는 지름 215mm·높이 142mm·무게 7.5kg 이상이에요. 발열량은 4500kcal/kg 이상으로 30cm 위에서 떨어뜨렸을 때 부서지지 않아야 하죠. 흔히 가정에서 사용하는 연탄은 2호예요. 이삭 학생기자가 “과거에는 연탄을 어떻게 사용했나요?”라고 물었어요. “1920년대 후반, 부산에서 일본인 소유였던 능본상회가 국내 처음으로 수타식 9공탄을 제조했어요. 1930년대엔 삼국상회가 주요 도시에 수동식 연탄제조기를 놓은 연탄공장을 설치했죠. 1950년대 자동으로 연탄을 찍어내는 윤전기가 등장하며 대량 생산이 가능해졌답니다. 이때부터 겨울철 실내 난방용으로 전국에 ‘연탄 난로’가 보급됐어요. 또 온돌 바닥 배관 속으로 온수를 순환시켜 온수·온돌 난방이 가능케 한 ‘연탄 보일러’, 연탄을 넣을 수 있도록 아궁이를 개량해 취사와 온돌 난방을 할 수 있는 ‘무연탄 아궁이’도 등장했죠.”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상구(맨 오른쪽) 해설사와 함께 태백석탄박물관 지하 체험 갱도를 둘러봤다.

소중 학생기자단이 김상구(맨 오른쪽) 해설사와 함께 태백석탄박물관 지하 체험 갱도를 둘러봤다.

광부들의 탄광 생활

3층에선 탄광(석탄을 캐내는 광산)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생활을 볼 수 있어요. 보통 지하에서 석탄을 캐기 때문에 갱도 붕괴, 가스로 인한 질식·폭발사고 등 인명·시설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죠. 하원 학생기자가 “탄광에서 안전하게 일할 방법은 없었을까요?”라고 물었죠. “각 탄광에는 ‘광산구호대’가 있었어요. 특수 구호 훈련과 각종 안전장비를 갖추고 재해가 발생하면 신속하게 인명을 구호하는 역할이죠. 광산구호대는 가스 폭발사고를 대비해 통기 작업을 하고, 화재 확산 방지·진화 작업·구호장비 운반 및 설치 등을 했어요. 광부 개인은 안전모·안전등·안전화 등을 착용하고, 갱 내 일산화탄소·메탄가스·탄산가스 등에 대비해 일산화탄소 검정기·산소호흡기·방진마스크 등을 챙겨야 했죠.” 이삭 학생기자가 유리병에 담긴 검은 물체를 보고 “징그럽게 생겼어요”라고 했어요. 바로 진폐증에 걸린 광부의 폐 모형입니다. “진폐증은 ‘광부직업병’이라고도 해요. 광부들이 석탄을 캘 때 나오는 분진을 흡입하면, 폐에 쌓이고 굳어져 폐가 제 기능을 못하게 돼요. 심해지면 호흡곤란과 합병증 등으로 사망하게 되죠. 그래서 탄광에서 광부들은 방진마스크를 꼭 써야 했고, 원심형·국부선풍기 등을 이용해 갱 안 가스를 밖으로 배출하는 동시에 신선한 공기를 불어 넣었어요.”

탄광 지역에는 광업소가 들어서고 사택(기업 주택)으로 이뤄진 탄광촌이 형성됐어요. 광업소에서 일하며 사택에 입주한 광부들은 그들만의 문화를 만들었죠. “석탄가루를 많이 마시는 광부들은 과학적 입증과는 별개로 돼지고기의 지방이 석탄가루를 씻어내는 효과가 있다고 믿어 큰 돌판에 돼지고기를 구워 먹었어요. 지금도 사람들이 미세먼지가 심한 날 돼지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말하곤 하죠. 탄광에 들어가기 전에 석탄을 많이 캐고,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기원제’를 지내기도 했어요. 또 갱을 팔 때 암벽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나무나 철로 천장을 받드는 구조물인 ‘지보’를 누가 잘 만드는지 경진대회를 열기도 했어요.”

갱 안에서 식사하는 광부들. 쥐 때문에 천장이나 벽에 고리를 설치해 음식을 가방·봉지에 담아 걸었다. 이경직

갱 안에서 식사하는 광부들. 쥐 때문에 천장이나 벽에 고리를 설치해 음식을 가방·봉지에 담아 걸었다. 이경직

3층 전시관을 나오면 지하로 가는 엘리베이터가 나와요. 김 해설사는 “박물관 지하에 길이 90m의 체험 갱도를 만들었어요. 건물 4층 높이 엘리베이터라 수갱으로 들어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거예요”라고 했죠. 엘리베이터를 타자 갑자기 어두워지고 기계 소리가 났어요. 소중 학생기자단은 겁을 먹은 듯 엘리베이터가 멈추자 바로 체험 갱도에 들어갔죠. 하원 학생기자가 막장 근처에서 도시락을 먹는 광부들 옆을 보고 “저기에 쥐가 있어요”라고 말했어요. “쥐가 있다는 건 광부들에게 좋은 소식이에요. 광부들은 쥐가 다니는 곳의 공기가 깨끗하다고 믿었거든요. 다만 쥐가 몰래 먹을까 봐 천장에 고리를 설치해 도시락이나 먹을거리를 봉지에 담아 걸어두기도 했죠.”

갱도 안에는 간이 사무실도 있었어요. “작업해야 하는데 갱도를 계속 벗어날 수 없잖아요. 갱도에 간이 사무실을 따로 만들어 책임자가 광부들에게 실시간으로 지시를 내리고 보고를 받았죠.” 조선시대 광부들이 정과 망치로 암벽을 깨는 모습, 착암기로 암벽에 구멍을 뚫는 모습이 눈에 띄었어요. 이삭 학생기자가 “포크레인처럼 생긴 장비는 무엇인가요?”라고 물었죠. “소형 포크레인을 채탄용으로 개조한 ‘연층 채준기’예요. 지압으로 높아진 갱도 바닥을 버킷으로 파내 낮추는 작업을 하죠. 또한 석탄을 벨트 컨베이어에 싣기도 해요.” 이외에도 소중 학생기자단은 발파 등으로 파쇄된 돌이나 석탄을 광차·벨트 컨베이어에 싣는 적재기인 ‘록카쇼벨(Rocker Shovel)’, 채탄 작업이 끝나거나 출입이 불필요한 갱도를 막은 ‘폐갱도’ 등도 살펴봤죠.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생활을 살펴본 이이삭(왼쪽)·김하원 학생기자가 태백석탄박물관 지하 체험 갱도 통로를 받치는 지보에 붙은 '안전제일' 문구를 가리켰다.

탄광에서 일하는 광부들의 생활을 살펴본 이이삭(왼쪽)·김하원 학생기자가 태백석탄박물관 지하 체험 갱도 통로를 받치는 지보에 붙은 '안전제일' 문구를 가리켰다.

석탄 산업이 쇠퇴하면서 탄광 지역에선 체험공원이나 박물관 등을 만들어 석탄과 과거 그 지역의 석탄 산업에 대해 알리고 있습니다. 태백에서는 태백석탄박물관 이외에도 폐광된 태백 함태탄광을 리모델링한 태백체험공원, 철암역 주변 탄광촌을 보존한 철암탄광역사촌을 통해 근현대 탄광 지역에서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죠. 탄광 지역인 충남 보령시와 경북 문경시에도 석탄박물관이 있죠. 이삭 학생기자가 "문 닫은 탄광에서 다시 석탄을 캘 수 없나요?"라고 질문했어요. "한 번 문을 닫으면 다시 탄광으로 사용할 수 없어요. 석탄층 밑에 흐르는 지하수가 갱 내부 암벽 틈을 타고 흘러 들어와 생긴 폐수 때문이죠. 채굴 당시에는 광부들이 수시로 지하수를 빼내지만, 폐광되면 갱 내부 시설물들이 지하수 때문에 썩어 노란 물을 만드는 '황화 현상', 알루미늄 시설물에서는 하얀 물이 나오는 '백화 현상'도 생길 수 있죠. 폐수가 주변 하천이나 마을로 흘러가지 않게 탄광 지역에서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어요."

하원 학생기자가 “석탄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라고 물었어요. “국내에선 한국서부발전이 석탄가스화복합발전(IGCC·Integrated Gasification Combined Cycle)을 하고 있어요. IGCC는 석탄을 고온·고압의 환경에서 수소와 일산화탄소를 주 성분으로 한 합성가스로 전환한 뒤 유해물질을 제거하고 정제해 전기를 생산하는 기술이죠. 2017년 본격적으로 가동을 시작한 한국서부발전의 태안IGCC 발전소가 현재 국내 유일한 IGCC 설비인데요. 아직까지 IGCC는 높은 설비비용 등으로 경제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죠. 앞으로 석탄을 대체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재생에너지 보편화뿐 아니라 전 세계에 풍부하게 매장된 석탄을 어떻게 하면 친환경 연료로 만들 수 있을지 계속 연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학생기자단 취재 후기

태백석탄박물관에서 우리나라 탄광의 모습과 변천사 등 석탄과 관련된 여러 가지 전시물을 볼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 충남 보령시의 한 산을 등반하던 중 폐광 입구를 본 적이 있어요. 그 주변에서 유독 눈에 띄는 돌이 있어 무연탄인 줄 알고 주워왔는데, 취재가 끝난 뒤 김상구 해설사님께 여쭤보니 그 돌은 퇴적암 중 하나인 셰일이라는 걸 알게 됐죠. 셰일은 광택이 없지만 무연탄은 겉이 반짝반짝 빛나요. 직접 무연탄도 만져보고, 석탄에 대해 많은 걸 배워 매우 뜻 깊은 시간이 됐습니다. 지하에 있는 체험 갱도에서는 광부들이 일하던 모습을 재현해 놓아서 당시 채굴 작업 과정을 생생하게 관람할 수 있었죠. 나중에 가족과 다 같이 태백석탄박물관에 다시 오고 싶습니다.

김하원(경기도 하스토리 홈스쿨 중1) 학생기자

최근 재생에너지가 많이 거론되며 그 분야에 관심이 많았는데, 이번 취재로 온실가스 배출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석탄에 대해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주 옛날부터 연료로 사용되던 석탄의 역사와 자세한 정보들을 김상구 해설사님의 친절한 설명으로 잘 배울 수 있어서 좋았어요. 여러 크기의 무연탄을 만져 본 것도 신기했고, 지하 체험 갱도에서 광부들이 얼마나 힘들게 석탄을 캤는지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죠. 태백석탄박물관에 가기까지 오래 걸렸지만 재미있게 취재할 수 있어서 즐거웠습니다. 소중 친구들도 태백석탄박물관을 방문해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석탄에 대한 궁금증을 많이 풀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이삭(경기도 홈스쿨링 중2) 학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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