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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비밀로 해달라, 버핏이 우량주 대거 팔고 산 종목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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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큰손’ 3분기 투자 들여다보니

고래연구소 by 머니랩

3개월마다 ‘큰손’들의 투자 답안지를 살펴보는 ‘고래연구소’의 3분기 강의입니다. 운용자산 1억 달러 이상인 ‘고래’들의 분기별 보유 자산을 확인해 보겠습니다. 먼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입니다. 버크셔해서웨이는 3분기에 오래 투자했던 우량주들을 팔아치우면서 현금 보유액을 역대급으로 늘렸습니다. 이 와중에도 보유 비중을 늘린 회사의 비밀을 살펴봅니다.

돈 버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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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의 행보에 전 세계 투자자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그가 팔고 사는 종목 하나하나가 시장의 관심을 받지만, 지난 3분기에 유독 주목할 만한 변화가 많았기 때문이다.

우선 주목받는 것은 ‘미디어계의 버크셔해서웨이’ ‘케이블계의 카우보이’라는 별칭이 붙은 미국 ‘리버티 미디어 그룹’이다.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에 새롭게 이름을 올리면서다. 리버티는 레이싱 경기인 포뮬러1과 미국의 명문 야구단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세계적인 공연기획사인 라이브네이션과 디스커버리 채널을 소유한 그룹이다. 버핏은 기존에 보유 중이던 ‘리버티 시리우스 XM클래스C(LSXMK)’ 외에 ‘리버티라이브클래스C(LLYVK)’ ‘리버티라이브클래스A(LLYVA)’ ‘애틀랜타 브레이브스(BATRK)’를 3분기에 새롭게 보유하게 됐다고 신고했다.

김영희 디자이너

김영희 디자이너

대신 버핏은 같은 기간 우량주를 대거 팔았다. 전량 팔아치운 종목만 7개다. 미국의 ‘빅3’ 자동차 업체 중 하나인 제너럴모터스와 게임업체 액티비전블리자드, 운송업체 UPS, 제약업체 존슨앤드존슨(J&J), 가정용품 제조업체 P&G, 제과업체 몬델리즈인터내셔널, 특수소재 제조사 셀라니즈다. P&G나 몬델리즈인터내셔널, J&J는 버핏이 15년 넘게 보유해 온 주식이었다.

대표적인 ‘빅테크’ 종목인 아마존의 비중도 줄였다. 버핏은 3분기 포트폴리오에서 아마존의 비중을 5%가량 줄였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그런데 3분기 아마존 주가는 140달러 선을 넘으며 연중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 이후로 내리막을 걷다가 최근에 다시 140달러 선을 돌파했다. 아마존의 3분기 실적도 나쁘지 않았고, 4분기 주가 흐름도 좋다. 투자은행(IB)의 전망도 호평 일색이다. 69개의 투자 의견 중 67개(97.1%)가 매수 의견이다. 그럼에도 버핏이 아마존을 덜어낸 건 ‘소비 여력’에 대한 우려를 반영한 것일 수 있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올해 강도 높게 진행된 체질 개선 효과로 4분기 실적도 양호할 전망”이라며 “다만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소비자의 소비 여력 둔화로 매크로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만큼 양호한 실적과 관계없이 아마존의 주가 회복은 더디게 이뤄질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버핏이 전량 매도한 주식 역시 아마존처럼 ‘소비’와 밀접한 회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경민 기자

박경민 기자

버핏이 현금 보유액을 늘리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버크셔해서웨이의 올해 3분기 기준 현금 보유액은 1572억 달러(약 203조8000억원)로, 종전 최고 기록이었던 2021년(1490억 달러)을 넘어섰다. 2분기와 비교하면 거의 100억 달러 불어났다. 현금의 대부분은 미국 단기채로 보유하고 있다. 버크셔해서웨이가 주식 보유를 줄이고 채권을 산 건, 높은 이자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정근영 디자이너

정근영 디자이너

대규모 인수합병(M&A) 가능성도 거론된다. 버크셔해서웨이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한 건 이상의 거래 내역을 기밀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거래 내역을 숨기는 건 투자 내역이 알려졌을 경우 시장에 미칠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버핏이 샀다는 것만으로도 주가가 올라버리니 충분히 지분을 모을 때까지 숨긴다는 시장의 해석이 나온다.

김경진 기자

김경진 기자

경제전문지 포춘에 따르면 버크셔해서웨이는 10여 년 전 IBM과 엑손모빌, 2020년 말 셰브런과 버라이즌커뮤니케이션즈 등에 수십억 달러를 쏟아부을 때도 이런 ‘비밀 포지션’을 유지했던 적이 있다. 미국 투자전문매체 배런스는 투자 대상이 금융주일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와 관련해 최근 찰리 멍거 버크셔해서웨이 부회장은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 “또 다른 대규모 인수 가능성은 최소 50대50”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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