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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은 못 달았어도 ‘F16의 아버지’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67호 23면

보이드

보이드

보이드
로버트 코람 지음
김진용 옮김
오충원 감수
플래닛미디어

이 책은 존 보이드란 인물의 평전이다. 읽는 내내 ‘이게 정말 한 사람의 삶이 맞나’라고 감탄했다. 그는 한국전쟁에도 참전한 미국의 전설적 전투기 조종사였다. 욕을 입에 달고 사는 거친 사내였지만 복잡한 전투기의 기동을 수학으로 풀어낸 공학자이기도 하다. 전역 후엔 전쟁사와 철학, 심리학을 섭렵해 ‘미국의 손자’라 불린다. 밀도 높은 그 삶을 이 책은 전투기 조종사, 공학자, 학자 등 3부로 풀어냈다.

그는 전투기무기학교 교관 시절 뛰어난 비행 실력으로 40초 안에 도전자를 눌러 ‘40초 보이드’로 불렸다. 공중전 경험을 바탕으로 우다 루프(OODA Loop)라는 필승의 ‘의사결정 모델’도 만들어냈다. 관찰(Observe)-판단(Orient)-결심(Decide)-행동(Act)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에서 기민하고 빠르게 움직이는 게 승리의 결정적 변수라는 내용이다. 우다 루프는 경영 전략에서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보이드는 완벽한 인간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 반대이기에 더 매력적이다. 그는 허풍스럽고 말이 많은 ‘떠버리’였다. 22초 만에 계란 2개, 햄 한 조각, 토스트 2조각을 해치우는 식탐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가정을 살뜰히 돌보지 않아 아내에게는 낙제점이었다.

공적 영역에서도 흠이 많았다. 연구를 위해 사용이 제한된 군대 컴퓨터를 무단으로 사용하는 불도저였다. 상사의 옆구리를 쿡쿡 찔러가며 입바른 소리를 내지르는 다혈질이었다. 때로는 동료를 노골적으로 업신여기며 스스로 적을 만드는 괴팍한 인물이었다. 형식에 갇힌 관료주의와 싸우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았다. 놀라운 업적에도 별을 달지 못하고 대령으로 전역한 이유다.

신참 때부터 그는 전투기가 부서지기 직전까지 엔진 출력을 올리며 위험을 감내하고 한계를 돌파했다. 이런 태도는 인생 내내 이어진다. 덕분에 흔하디흔한 ‘똥별’보다 더 위대한 군사 전략가가 됐다. 미 공군은 그의 사망 2년 뒤인 1999년 넬리스 공군기지에 ‘보이드홀’을 헌정했다. 지금은 혁신적 전투기 ‘F-16의 아버지’이자 ‘걸프전 승리의 설계자’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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