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중국선 '번쩍번쩍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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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선 화려한 차로 승부를 걸어라. "

27일 막을 내린 제9회 중국 베이징(北京) 모터쇼에 기아자동차의 현지 합작법인 둥펑위에다기아가 선보인 프라이드(현지명 리오)는 외관이 국내 시판 모델과 많이 달랐다.

라디에이터 그릴을 비롯해 유리창 테두리와 문 손잡이까지 번쩍거리는 크롬 도금을 쓰고, 검은색 범퍼 대신 차체와 같은 색깔의 범퍼를 달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대신 원가를 낮추기 위해 국내 시판 차엔 6개를 다는 스피커를 4개만 달았다. 둥펑위에다기아의 이형근 총경리는 "화려한 외관을 좋아하는 중국인의 취향을 반영한 것"이라며 "다른 나라에서 잘 팔린다고 중국에서 그대로 내놨다가는 낭패 보기 쉽다"고 말했다. 중국에선 자동차가 신분을 나타내는 요소가 강하다. 1980~90년대 한국에서 그랬던 것처럼 성능이 뛰어난 차보다 외관이 화려하고 큼지막한 차를 좋아한다.

둥펑위에다기아는 지난해 하반기 출시한 세라토부터 중국인 취향을 고려해 만들기 시작했다. 세라토에도 크롬 도금 부품을 잔뜩 달았다. 실내는 미국 수출 모델과 달리 중국인이 좋아하는 밝은 베이지 톤을 채택했다.

또 듀얼에어백.바퀴잠김방지장치(ABS)를 기본으로 달고 동급 경쟁차 중에선 처음으로 커튼 에어백을 옵션으로 적용했다. 이런 현지화 노력 덕분에 이 회사의 올 1~10월 판매량은 9만3808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5% 늘었다.

둥펑위에다기아는 옵티마 후속으로 1, 2년 뒤 투입할 로체(현지명 옵티마)의 현지화를 더 강화할 계획이다. 중국에서 로체는 보통 운전기사를 두고 타는 차로 팔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뒷좌석에 열선을 넣고 내장재도 고급화하기로 했다. 물론 라디에이터 그릴 등엔 크롬 도금을 쓴다.

현대자동차의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는 2009년께 아예 중국형 전략 모델을 개발하기로 했다. 베이징현대 판매본부장 엄광흠 상무는 "미국 수출용 차로는 중국에서 판매를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며 "내년 착공할 중국 연구개발센터에서 옛 EF쏘나타 차체를 이용해 중국인이 좋아하는 디자인과 편의장치를 반영한 차를 개발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베이징현대는 최근 도요타의 중국 합작법인 이치도요타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2003년 말 내놓을 당시 17만9000위안(약 2240만원)에 팔던 쏘나타를 지난 8월부터 14만 위안에 팔고 있지만 판매량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대책으로 중국 전략 모델 개발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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