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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첫 성소수자 부부 탄생…남아시아 최초 네팔 정부 인정

중앙일보

입력

트랜스젠더 여성 마야 구룽(오른쪽)과 수렌드라 판데이가 지난 8월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린 성소수자 행진에 전통 의상을 입고 참여한 모습. AFP=연합뉴스

트랜스젠더 여성 마야 구룽(오른쪽)과 수렌드라 판데이가 지난 8월 네팔 카트만두에서 열린 성소수자 행진에 전통 의상을 입고 참여한 모습. AFP=연합뉴스

네팔에서 첫 성소수자 부부가 탄생했다.

30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트랜스젠더 여성인 마야 구룽(41)과 남성 수렌드라 판데이(27)는 29일 네팔 수도 카트만두 서쪽 람중 지(주 아래의 시·군과 비슷한 행정단위) 도르제 마을 사무소에서 혼인 신고를 했다.

구룽은 트랜스젠더 여성이지만, 행정 문서상으로는 아직 성별이 변경되지 않아 두 사람은 서류상으로 같은 성별이다.

수렌드라 판데이(왼쪽)과 마야 구룽. AFP=연합뉴스

수렌드라 판데이(왼쪽)과 마야 구룽. AFP=연합뉴스

이 부부는 지난 2017년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살고 있었다.

그러던 중 지난 6월 네팔 대법원은 모든 동성과 트랜스젠더 커플의 혼인 신고를 허용하는 임시 명령을 정부에 내렸고, 정부는 정식 입법이 되기 전에 임시 등록소를 설치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구룽과 판데이는 지방 법원에서 혼인 신고를 하려 했지만, 법원은 이를 거부했고 이들이 낸 소송도 기각했다.

이후 해당 지방자치단체는 정부 지침에 따라 이들의 혼인 신고를 허가하도록 했다.

이 커플이 혼인 신고를 할 때 함께한 성소수자 인권 운동가인 수닐 판트는“결혼 평등을 위한 23년에 걸친 싸움 끝에 거둔 승리”라며 “역사적인 성취를 축하해야 할 기념비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이들 부부의 혼인은 남아시아에서도 첫 사례다.

네팔은 성소수자와 관련해 남아시아에서 가장 전향적인 법을 보유하고 있으며, 2007년부터 이미 성별이나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도록 했다.

이어 2013년에는 시민권 문서에 ‘제3의 성별’ 범주를 도입했고, 2년 뒤에는 양성 외의 범주를 표기하는 여권을 발급했다.

다만 그동안 네팔 법은 성소수자의 권리를 보장하라는 대법원의 권고에도 동성애자와 트랜스젠더 결혼에 대해선 외면해 왔다.

올해 네팔 대법원은 네팔인과 외국인의 비(非) 이성애 결혼을 인정하고 배우자 비자를 발급하라고 정부에 명령하기도 했다.

구룽은 “행복하고 자랑스럽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우리와 같은 커플 모두의 승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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