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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도 안 나왔는데 “의대 준비 재수반 등록”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지난 26일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서울 동작구의 중앙대 정문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지난 26일 논술고사를 마친 수험생들이 서울 동작구의 중앙대 정문을 나서고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의 서초메가스터디학원은 새로운 재수생 전용 수업을 다음 달 개설한다. 이 학원의 의약학전문관에 만드는 ‘프리(Pre) 재수 우선 선발반’이다. 통상 재수 선행반은 1월 초 개강하는데 그보다도 3주 정도 일찍 수업을 시작한다. 학원 관계자는 “수능 성적표가 아직 안 나왔는데도 정원의 절반인 60여 명이 등록했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시의 메가스터디 기숙학원은 지난 26일 기준 135명이 등록을 마쳤다. 지난해 같은 기간(67명)의 두 배다. 학원가에서는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 추진으로 N수생이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28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치러진 수능의 N수생 비율은 35.3%로 1996학년도(37.4%) 이후 최고치였지만 2025학년도엔 더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최상위 포식자’로 불리는 의대 정원이 늘어날 게 예견되기 때문이다. 지난 21일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전국 40개 의대·의전원의 내년도 증원 요청 규모는 최대 2847명이었다. 확정된 수치는 아니지만 학원가에선 18년째 동결된 의대 정원(3058명)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의대 정원이 늘면 치의대·한의대·약대·수의대뿐 아니라 자연·공학계열에서도 수험생 연쇄 이동이 일어날 수 있다.

사교육 업계는 이미 움직이고 있다. 종로학원은 29일 본 대입 재수 전망 및 선행반 온·오프라인 설명회를 연다. 통상 수능 성적표가 나오고 논술 등 수시모집 결과가 확정된 후인 12월 중순께 열렸는데, 이보다 2주가량 빠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의대 정원 확대와 수능 킬러 문항 배제 등 내년 입시 주요 사항을 설명해 달라는 현장 요청이 많았다”며 “최근엔 내년 의대 정원 확대를 노린 상위권 대학생이나 장수생·검정고시생들까지 올해 수능 성적과 상관없이 합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논술 전형이 종료되고 현재 고3이 재수 여부를 확정하는 다음 달 중순부터는 이런 흐름이 더욱 가속할 수 있다. 김원중 대성학원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의대 정원이 늘면 ‘한 번 더 입시에 도전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의대를 준비한 최상위권 학생들이 공격적으로 지원할 것”이라며 “그만큼 희망 대학에 떨어지는 학생도 많아지면서 재수생이 늘 수 있다”고 내다봤다.

우연철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최상위권이 의대에 쏠리며 몇몇 이공계열에서 미달이 나는 등 입학 컷이 확 낮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 고3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재원생을 모집한 강남대성학원 의대관 윈터스쿨은 5분 만에 접수가 마감됐다. 성적 제한과 선입금(70만원)이라는 요건에도 대기 신청까지 걸려 있는 상태라고 한다. 지난 26일 이과 예비 고3을 대상으로 2025학년도 대입 설명회를 개최한 서울 목동의 한 대형 학원에는 300여 명의 수험생과 학부모가 몰렸다. 150여 석의 대형 강의실이 꽉 차자 옆 강의실을 하나 더 사용하고 설명회는 영상으로 중계했다.

의대 증원과 연계된 재수생 증가 전망에 대해 교육부 측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며 말을 아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아직 수능 성적도 나오기 전이고 의대 정원도 확정되지 않았다. 올해 입시에 집중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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