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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에 떠난 친구, 20년 곱씹은 우정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866호 22면

진실에 다가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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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아 쉬 지음
정미나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대학 1학년 때 만난 그 친구를 지은이는 처음에는 싫어했다. 지은이는 10대 초부터 너바나에 빠졌고 혼자 글 쓰며 잡지를 만든 아이였다. 이를테면 얼터너티브 취향, 거칠게 말해 비주류였다. 듣는 음악으로 사람을 판단했고 자기와 다른 취향은 아마 낮춰 봤을 터다.

반면 그 친구 켄은 같은 아시아계라도 여러 대째 미국에 살아온 일본계였고, 대만에서 미국으로 유학 왔던 부모에게서 태어난 지은이와는 달랐다. 무엇보다 주류였다. 음악 취향도 그랬지만 잘 생긴 외모에 자신감과 친절함을 고루 갖췄다. 켄은 스스럼없이 다가와 뭔가 도움을 청했고 서로 친구가 되어 여럿이 어울리며 다양한 경험을 한다.

대학 4학년이 되기 직전, 켄이 차량 강도들에게 살해된 날도 그랬다. 켄의 집에서 파티가 열린 그날, 지은이와 몇몇 친구들은 일찍 자리를 떴다. 그날을, 자기 탓이 아닌 비극에 대한 죄책감을, 켄과 함께한 모든 순간과 기억을, 그가 없이도 굴러가는 세계를 지은이는 곱씹고 또 곱씹었을 터다. 켄이 숨진 건 1998년. 이 회고록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돼 올해 퓰리처상을 받았다. 지은이는 이 책을 20여년 뒤에 쓴 게 아니라 “20년 넘게 썼다”고 적었다.

그는 이민 1세대인 부모와의 관계를 비롯한 성장기, 켄과 함께 다닌 1990년대 캘리포니아 버클리의 분위기, 그 무렵 여러 행동과 생각의 맥락을 비롯해 좀체 적확한 말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것들을 놀랍도록 섬세하게 전한다. 켄이 숨진 뒤 슬픔을 나눈 친구들 사이에 시간이 흐르며 생겨난 거리감, 너희들이 정말 그렇게 친했냐는 누군가의 물음이나 켄에 대한 서로 다른 기억들에 당황한 순간까지 포함해서다.

이 책이 철학자 데리다가 성찰한 ‘우정’, 『증여론』에서 모스가 설파한 ‘선물’, 『역사란 무엇인가』에 나오는 ‘과거’와 ‘미래’의 관계 등을 언급하는 것은 그 보편적 의미를 넘어 지은이의 각별한 경험과 통한다. 그는 이렇게 썼다. “데리다는 우정의 동력이 자신과 같은 누군가를 찾는 데 있지 않다고 했다. 친구는 ‘상대가 알아주길 바라기보다는 상대를 알려고 하기’ 마련이라고 쓰기도 했다. 나는 줄곧 그 반대로 생각했었다.” 격정을 절제하고 들려주는 이야기에서 애도가, 젊은 날과 우정이 오롯이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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