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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한 방울 안와도 침수" 민원200건씩 쏟아진 이 동네, 무슨 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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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시흥의 한 상가주택에 사는 정모(35)씨는 “2020년부터 3년간 비가 한 방울 안 오는 날에도 침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정씨는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7월까지 2~3주에 한 번씩은 건물 지하실로 오수가 들어온다. 1층으로 물이 역류하고, 건물 전체에 곰팡이가 핀다”고 말했다.

24일 경기 시흥시 하수관로 정비 공사 이후 배수 문제를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했던 대야동의 한 상가주택 오수·우수관. 이 건물에서 나온 하수관과 공공하수관로가 미연결 상태로 매설돼 주민 불편을 겪었다. 사진 제보자

24일 경기 시흥시 하수관로 정비 공사 이후 배수 문제를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했던 대야동의 한 상가주택 오수·우수관. 이 건물에서 나온 하수관과 공공하수관로가 미연결 상태로 매설돼 주민 불편을 겪었다. 사진 제보자

피해의 원인은 상가주택 주변 땅을 파헤친 뒤에야 찾을 수 있었다. 집에서 나온 하수관로가 공공하수관로와 연결이 되지 않은 상태였기 때문이다. 정씨는 “작업 당시 인부들이 ‘어떻게 이렇게 공사를 해 놓은 거냐,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할 정도로 황당한 일이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시흥시 등이 2020년 5월 종료된 ‘하수관로 정비 임대형 민자사업’을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하수관 연결을 제대로 하지 않은 탓이라고 판단해 9월 수원지법 안산지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경기 시흥시 하수관로 정비 공사 이후 배수 문제를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했던 대야동의 한 상가주택의 오수·우수관 매설 모습. 공공하수관로로 연결되지 않고 끊겨 있다. 사진 제보자

경기 시흥시 하수관로 정비 공사 이후 배수 문제를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했던 대야동의 한 상가주택의 오수·우수관 매설 모습. 공공하수관로로 연결되지 않고 끊겨 있다. 사진 제보자

다른 주민들도 비슷한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24일 시흥시 등에 따르면 하수관로 정비가 끝난 2020년 5월 이후 배수불량·하수역류 등 민원이 매년 150~200건씩 속출했다. 24일까지 접수된 관련 민원은 총 811건이다. 시흥시의회도 관련 조사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꾸려 지난 23일 첫 회의를 열었다.

문제가 된 사업은 약 13만명이 거주하는 시흥 신천동·대야동·은행동 일대(250만9600㎡)의 하수관을 신설·교체·보수하는 공사다. 민간 사업시행자인 시흥에코라인이 하수관을 만들고 유지관리를 하면, 시흥시가 2040년 5월까지 총 374억1800만원의 임대료를 지급하기로 약정한 민간투자방식 사업이다. 공사 도중에 건물 하수관과 공공하수관로를 연결한 시공 건수는 모두 3577건인데, 이들 중 상당수가 제대로 연결이 되지 않았다는 게 정씨 등의 주장이다.

이상훈 시흥시의회 특위 위원장은 “하수관로 정비 사업을 하면서 건물에서 나온 하수관과 하수관로가 제대로 연결되지 않아 오수, 우수가 역류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며 “의회 차원의 심도 있는 조사로 근본 원인을 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시흥시 하수관로 정비 공사 이후 배수 문제를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했던 대야동의 한 상가주택. 건물주 아들이 지난 2022년 여름 창고에 물이 차 쓰레받이로 퍼내고 있다. 사진 제보자

경기 시흥시 하수관로 정비 공사 이후 배수 문제를 호소하며 민원을 제기했던 대야동의 한 상가주택. 건물주 아들이 지난 2022년 여름 창고에 물이 차 쓰레받이로 퍼내고 있다. 사진 제보자

시흥시 관계자는 “정화조를 폐쇄하고 공공하수관로를 설치했기 때문에 깍두기나 음식물, 물티슈를 버려 배수가 안 된다는 민원도 아주 많았다”고 해명했다. 시흥에코라인 관계자는 “공사를 하기 이전에도 반복됐던 문제를 시공한 사업자에게 전가하는 측면이 없다고 할 수 없다”며 “다만 미숙련공들의 배관 연결로 주민 불편이 초래된 사실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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