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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당 ‘환골탈태’ 기대 못 미친 인요한 혁신위 한 달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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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험지 출마 혁신안, 지도부·친윤 반발로 난항

‘윤심’ 거론도 논란, 민심만 보고 전진할 때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오늘로 출범 한 달을 맞았다. 10·11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여당이 환골탈태를 약속하며 인요한 교수를 영입해 발족시킨 기구가 혁신위다. 이후 혁신위는 ‘영남 중진, 친윤 핵심 험지 출마’ 같은 굵직한 쇄신안을 내놓아 민심의 호응을 얻었다. 의석 10% 감축, 불체포특권 포기, 세비 감축 등의 제안도 눈에 띄었다. 그런 덕분인지 혁신위 활동 3주 만에 꿈쩍도 않던 여당의 수도권 지지율이 올랐다. 그러나 여기까지였다.

혁신위는 지난 한 달간 네 차례 혁신안을 발표했지만 1호 안으로 낸 홍준표·이준석 징계 철회만 관철했을 뿐이다. 나머지는 쇄신 대상자들의 반발에 부닥치며 한 발짝도 진전을 이루지 못하고 있다. 친윤 핵심인 장제원 의원은 지지자 4200여 명을 동원한 행사로 험지 출마 요구에 찬물을 끼얹었고, 영남 5선 주호영 의원도 “텃밭을 지키겠다”며 반기를 들었다. 혁신위 출범의 주역인 김기현 대표마저 “대표의 처신은 대표가 알아서 결단할 것”이라며 험지 출마 요구에 선을 그으면서 혁신위의 동력은 사그라들었다.

이에 인요한 위원장은 ‘혁신위 조기 해산’ 가능성을 흘리는 한편,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하라’는 신호가 왔다”는 말로 당과 친윤계를 압박했다. “대통령은 나라님”이란 말로 대통령실과 여당 간 관계 수평화 요구를 거부하는 뜻을 비치기도 했다. 당 지도부와 친윤이 혁신위의 개혁안마다 발목을 잡는 것도 문제지만 “대통령과도 거침없이 얘기할 것”이라고 공언했던 인 위원장이 뜬금없이 ‘윤심(尹心)’을 들고 나온 것도 자가당착이다. ‘민심’ 대신 ‘윤심’을 화두로 당과 공방을 벌이면 혁신 논의는 증발하고, 볼썽사나운 집안싸움만 격화할 뿐이다.

60일로 예정된 혁신위는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남은 한 달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국민 눈높이에 맞는 쇄신안을 꾸준히 던져 관철해야 한다. 특히 대통령실에도 할 말을 하는 혁신위가 돼야 여당의 만성질환인 수직적 당정 관계의 개선 실마리가 마련될 것이다. 혁신위가 내년 총선에서 대통령실 출신 인사들을 전략공천에서 원천 배제해야 한다고 의결한 건 그런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이런 제안이 권고에 그치지 않고 실현으로 이어져야 진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음은 물론이다.

김기현 대표와 친윤계도 ‘혁신위 흔들기’를 즉각 중단하고 힘을 실어줘야 한다. 혁신위의 모든 권고가 정답이 아닐 수는 있다. 그러나 ‘영남 중진 험지 출마’에 찬성이 45%, 반대가 27%로 집계된 여론조사(전국지표조사 20~22일)에서 보듯 국민 상당수는 혁신위의 쇄신안에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다. 여당이 윤석열 정부의 운명이 달린 다음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고 싶다면 혁신위 제안에 적극적으로 호응하는 겸허한 자세가 절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