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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총파업’ 꺼낸 의협, 쏟아지는 의대 증원 요구 안 들리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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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 정원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전병왕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21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입학 정원 수요 조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김종호 기자

“의대서 2151명 증원 요구” 정부 발표에 반발

협상 파행, 파업 나서면 의료계에도 거센 역풍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의료계 총파업’ 카드를 또 꺼냈다. 그제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등을 논의하기 위한 의료계와 정부의 의료현안협의체 회의가 의협 측의 반발로 10분 만에 파행됐다. 지난 21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대 정원 수요 조사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다.

의협은 오는 26일 전국 의사 대표자 및 확대 임원 연석회의를 열기로 했다. 앞서 이필수 의협 회장은 기자회견에서 “의대 정원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행한다면 14만 의사의 뜻을 한데 모아 의료계 총파업도 불사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가 최근 40개 의대를 대상으로 한 입학정원 수요 조사에서 2025학년도에 최소 2151명 증원이 가능하다고 발표한 데 대한 대응이다.

의사단체가 정부 조사 결과에 이의를 제기할 순 있다. 그러나 지금 의료 현장에서 필수 인력이 부족해 응급실을 전전하던 환자가 사망하고, 아침마다 아픈 아이 때문에 부모가 소아청소년과에서 발을 동동 구르는 현실은 누구보다 의사들이 잘 알 것이다. 대학병원마다 수술을 보조할 외과 전공의 지원이 모자라 비상이다. 심각한 의료위기를 해결해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는 책무는 의사들에게도 있다.

그런데도 증원 얘기만 나오면 의사단체들은 총파업 운운하며 국민을 불안하게 만든다. 적절한 의대 정원 규모를 무 자르듯 단언하긴 어렵다. 지방의료 붕괴와 필수의료 위기가 의사 증원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는 의료계 주장도 일리가 있다. 그럴수록 정부와 의사단체는 더 자주 만나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의사를 늘려야 한다는 사실엔 의사단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국민이 공감한다. 평균수명에 비례해 의료 수요가 점증하는데도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묶여 왔다. 우리나라 의사 수가 인구 1000명당 2.6명(2021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3.7명보다 현저히 낮다고 분석한다. 인구 1만 명당 의사 밀도로 따진 세계인재경쟁력지수에서 한국은 OECD 회원국 38곳 중 32위다. 의사 증원의 당위성을 보여주는 통계는 차고도 넘친다.

의사단체들은 이런 통계나 정부 조사를 “터무니없는 근거”라고 주장한다. 수치가 엉터리라면 반박 자료를 내서 논쟁해 보라. 2020년 문재인 정부가 4000명 증원을 강행하려다 의료계 총파업으로 두 손 든 선례를 염두에 두고 의협이 강경책을 택했다면 큰 오산이다. 당시는 코로나19 사태 와중이라 국민이 의료진에게 힘을 실어줬지만, 재차 파업에 나선다면 ‘밥그릇 지키기’라는 비난과 거센 역풍을 면키 어렵다.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투쟁은 국민뿐 아니라 의사 자신들에게도 회복불가능한 상처를 남기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