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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통 복구 첫날…“대기번호 330번” 주민센터 혼잡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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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 행정 망이 정상화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민원서류를 정상적으로 발급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정부 행정 망이 정상화된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주민센터에 민원서류를 정상적으로 발급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 [연합뉴스]

‘먹통 정부 행정전산망’이 복구된 지 하루 만인 20일 오전 8시50분 대전시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 근무 시작 전인데도 시민 5~6명이 민원서류를 발급받기 위해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렸다. 김모(66)씨는 “금요일(17일 먹통 첫날)에 처리하지 못한 일 때문에 아침 일찍 서둘러 나왔다”고 했다.

서울 서대문구·마포구·중구 등에 있는 주민센터에도 오전 9시 전후로 시민이 모여들었다. 이날 정오를 넘기자 주민센터에는 민원인으로 북적였다. 오후 1시40분쯤 부산시 연제구 거제1동 행정복지센터 대기자 번호표는 어느새 ‘330번’을 넘어섰다. 상속 문제 관련 제적등본을 떼러 왔다는 신모(57)씨는 “지난주 금요일에 오려다 시스템 장애 소식을 듣고 오늘 왔다”고 말했다. 한 센터 직원은 줄을 선 민원인에게 주민등록등본 등 무인 민원 발급기로 발급받을 수 있는 서류를 안내하느라 분주했다. 중앙일보가 이날 방문한 전국 곳곳의 주민센터 등에 있는 무인 민원 발급기는 정상 작동됐다.

앞서 행정안전부(행안부)는 지난 18일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 복구에 이어 19일 공무원 전용 행정전산망인 ‘시도 새올행정시스템’(새올)을 정상화했다. 새올이 먹통되면서 공무원 예산·회계 관련 시스템 ‘e호조’나 결재 등 업무 관련 때 쓰는 ‘온나라’도 비정상 작동했다. 각 지자체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이들 시스템도 현재 제 기능을 하고 있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20일 오후 3시30분 정부서울청사에서 ‘지방행정전산서비스 장애 대책본부 회의’를 주재하고 “(서비스가) 모두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이날 낮 12시 기준 지자체 공무원의 새올 접속 건수는 53만여 건, 정부24 발급·처리 건수는 26만여 건이다. 정부24와 새올 등은 평상시와 비슷한 수준으로 정상 운영되고 있다는 게 행안부 설명이다.

행안부는 이날 오전 7시부터 상황실을 운영했다. 고기동 차관을 상황실장으로, 서보람 디지털정부실장을 상황총괄관리관으로 했다. 상황실은 새올·정부24 등 주요 시스템 처리 상황 등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 이와 함께 행안부는 먹통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서비스 개편 태스크포스(TF)를 21일 구성하기로 했다.

하지만 불안감은 여전히 남아 있다. 행안부는 행정전산망의 공무원 인증(GPKI) 시스템 일부인 ‘네트워크 장비’와 비상용 장비에 모두 문제가 발생했다고 했지만, 구체적인 원인은 아직 밝혀내지 못했다. 사태 전날(16일) 진행한 보안·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가 문제인지, ‘L4 스위치’(트래픽을 여러 서버에 배분하는 장비)가 안고 있었던 결함인지는 더 조사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이 장관은 대책회의에서 “네트워크 장비가 장애를 일으킨 상세 원인을 신속하고 철저하게 분석해 국민께 소상히 밝히겠다”고 했다. 문제가 발생한 지 나흘이 흘렀지만, 아직 원인을 정확하게 밝히지 못했다는 걸 인정한 셈이다.

염흥열 순천향대 정보보호학과 교수는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을 때 곧바로 회복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는 건 정보 보안 분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이런 걸 책임 있게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야 이번 행정망 마비 사태로 실추된 정부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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