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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리치, 기후변화 가장 큰 책임" … 옥스팜 '탄소 양극화' 경고

중앙일보

입력

기후변화 여파로 지난 8월 중국 장시성의 최대 담수호 포양호가 바닥을 드러내며 갈라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기후변화 여파로 지난 8월 중국 장시성의 최대 담수호 포양호가 바닥을 드러내며 갈라져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전 세계 소득 상위 10%를 차지하는 이들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후변화에 책임이 있는 만큼 이들을 대상으로 부유세를 매겨 저탄소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영국의 국제구호개발기구 옥스팜은 20일 보고서에서 2019년 기준 소득 상위 1%에 속하는 7700만명이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의 16%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득 기준을 상위 10%로 넓히면 이들이 배출하는 탄소량은 전체 배출량의 절반에 달한다.

보고서는 스톡홀름 환경연구소(SEI)가 내놓은 연구를 바탕으로 데이터가 확보된 가장 최근 연도인 2019년 소득·수준별 탄소 배출량을 평가했다. 그 결과 '슈퍼리치'라 불리는 상위 1% 계층은 주로 환경오염을 일으키는 산업에 투자하거나 전용기를 애용하는 등의 생활 방식을 통해 지구 온난화를 주도했다.

이들의 활동으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은 하위 66%에 해당하는 50억여 명과 맞먹는 양이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키아라 리구오리 옥스팜 기후정책 수석은 "하위 99%에 속한 사람이 가장 부유한 억만장자가 1년 동안 배출하는 만큼의 탄소를 배출하는데 약 1500년이 걸린다"며 "이는 명백한 탄소 배출 양극화와 불평등"이라고 지적했다.

기후 변화로 빚어지는 피해도 가난한 이들의 몫이다. 옥스팜은 보고서에서 기후변화로 인한 폭염, 홍수 등 재난으로 사망하는 사람 수가 2030년까지 130만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블룸버그통신도 20일 습한 날씨에 기후변화로 폭염까지 극심해지면서 1평 공간에서 살아가는 홍콩 극빈층 상당수가 죽음의 문턱에 놓여 있다고 보도했다.

초여름에 접어든 중남미 브라질에서도 체감 온도 섭씨 59.7도에 달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빈민가 노동자들이 고통받고 있다. 가디언은 이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브라질 내 기후 불평등이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빈민가와 같은 가난한 지역이 가장 더운 곳"이라며 "최악의 건축 자재, 녹지 공간 부족 등으로 인해 열이 축적되는 경우가 많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옥스팜은 상위 1%가 2030년까지 배출하는 탄소량이 2015년 파리기후협정에서 제시한 배출량 목표치를 22배 넘어설 것으로 내다봤다. 국제사회는 파리협정을 통해 지구표면 온도 상승 폭을 산업화 전과 대비해 섭씨 1.5도 이하로 억제하고자 하는 노력에 합의했다. 지구촌이 이 목표를 지키려면 2019년 대비 2030년 탄소 배출량은 약 43% 줄어야 한다. 그러나 각국의 탄소 저감 계획을 종합해 볼 때 현재 추세로라면 이 같은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것이라는 비관론에 더 힘이 실린다.

옥스팜은 경제를 비롯해 각 분야 불평등이 심한 국가일수록 기후변화 재난의 피해도 크다며 불평등 해소 방안으로 부유세를 제시했다. 전 세계 주요 기업, 억만장자를 대상으로 한 신규 세제를 도입해, 저탄소 재생에너지 전환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자고 주장했다.

기후변화 위기로 지난 9월 역대급 홍수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 신드주 지역의 이재민이 머리에 필수 생필품만 챙겨 잠긴 도로를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기후변화 위기로 지난 9월 역대급 홍수 피해를 입은 파키스탄 신드주 지역의 이재민이 머리에 필수 생필품만 챙겨 잠긴 도로를 건너고 있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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