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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술 읽는 삼국지](89) 유비는 말실수로 황충마저 잃고 손권은 서생 육손을 등용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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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부터 짐을 따르던 여러 장수는 모두 늙고 쇠약해서 쓸모가 없게 되었는데, 다시 두 조카가 이렇게 영웅다우니 짐이 손권을 무엇하러 걱정하겠느냐?

황충은 유비의 이 말에 심기가 불편했습니다. 곧장 말을 타고 이릉의 영채로 달려갔습니다. 황충은 동오의 선발대 반장이 왔다는 것을 알고 멀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반장은 부하 장수 사적을 데리고 나왔습니다. 사적은 황충이 늙은이라고 깔보고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나 채 3합을 버티지 못하고 황충의 칼에 목이 잘렸습니다. 반장이 관우가 쓰던 청룡도를 휘두르며 덤벼들었습니다. 하지만 당해내지 못하자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습니다. 황충은 기세를 몰아 한바탕 몰아치며 승리를 거두고 돌아왔습니다.

노익장의 대명사 황충. 출처=예슝(葉雄) 화백

노익장의 대명사 황충. 출처=예슝(葉雄) 화백

관흥과 장포가 황충을 만나 유비의 말을 전했습니다. 황충은 다음날도 분연히 혼자 싸웠습니다. 관흥과 장포가 도우려고 했지만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반장은 몇 합 싸우지 않고 다시 도망쳤습니다. 황충이 30여 리를 추격했을 때, 사방에서 함성이 진동하며 주태, 한당, 능통이 황충을 에워싸고 덤벼들었습니다. 반장도 다시 공격해 왔습니다. 황충은 서둘러 퇴각했습니다. 이때, 산언덕에서 마충이 쏜 화살이 황충의 어깨를 맞혔습니다. 황충이 위기에 이른 순간, 관흥과 장포가 나타나서 적군을 무찌르고 재빨리 황충을 구해냈습니다. 황충은 쇠약한 데다가 화살을 맞아 병이 위중했습니다. 유비가 직접 찾아와 말했습니다.

짐의 잘못으로 노장군이 다치게 되었구려!

신은 한낱 무부(武夫)일 뿐입니다. 다행히 폐하를 만났고, 금년의 나이가 75세이니 살 만큼 살았습니다. 바라오니 폐하께서는 용체를 보존하시어 꼭 중원을 도모하소서.

황충은 말을 마치자 정신을 잃었습니다. 그날 밤, 영채에서 숨을 거뒀습니다. 유비는 슬퍼하며 성도에서 장사 지내라고 명했습니다. 이제 오호대장 중에 두 명만이 남았을 뿐입니다. 유비는 곧장 효정으로 향했습니다. 한당과 주태가 맞았지만 유비의 기세를 꺾을 수 없었습니다. 장포와 관흥이 선봉에 서서 연전연승을 거뒀습니다. 감녕이 배 안에서 이질을 치료하고 있다가 촉군이 몰려온다는 보고를 받고 급히 나왔다가 유비와 연합한 만병(蠻兵)의 대장 번왕(藩王) 사마가와 마주쳤습니다. 감녕은 사마가의 대단한 기세에 질려 감히 맞서 싸우지 못하고 말머리를 돌려 달아났습니다. 사마가는 달아나는 감녕을 향해 활을 쏘았습니다. 날아간 화살은 정확하게 감녕의 뒤통수를 맞혔습니다. 감녕은 화실이 박힌 채 달아나다가 큰 나무 밑에 앉아 죽었습니다. 드디어 유비가 효정을 함락했습니다.

한편, 오군과 격전을 펼치던 와중에 관흥은 부친의 원수인 반장과 정면으로 마주쳤습니다. 그를 추격하여 산골짜기로 갔다가 밤이 되고 길을 잃었습니다. 다행히 노인이 사는 민가가 있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노인은 관우의 신상을 붙여놓고 공양하고 있었습니다. 관흥은 울면서 사실을 말하고 노인이 주는 음식을 배불리 먹었습니다. 이때, 길을 잃었던 반장이 노인의 민가로 찾아왔다가 관흥을 보고 도망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문밖에는 관우의 혼령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반장이 소스라치게 놀라는 사이, 관흥이 반장을 죽여 부친의 신상 앞에 올리고 제사를 지냈습니다.

관우의 혼령에 놀란 반장을 죽이는 관흥. 출처=예슝(葉雄) 화백

관우의 혼령에 놀란 반장을 죽이는 관흥. 출처=예슝(葉雄) 화백

한편, 손권에게 투항했던 부사인과 미방은 군사들이 자신들을 죽이려고 하자, 관우를 사로잡았던 마충의 수급을 가지고 유비에게 바치며 죄를 용서해 줄 것을 청했습니다. 하지만 이제 유비는 선량한 군주가 아니었습니다. 유비는 크게 노해 소리쳤습니다.

짐은 성도를 떠난 이후 여태까지 너희 두 놈이 어째서 죄를 청하러 오지 않는가 했다. 이제 형세가 위태로우니까 와서 씨도 안 먹히는 말로 목숨을 부지하려 드는구나. 만약 너희들을 용서해 주면 구천에 가서 무슨 면목으로 관공을 대하겠느냐!

유비는 손수 이들을 죽여 마충의 수급과 함께 관우의 위패 앞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갑자기 장포가 울면서 자신의 부친 원수도 갚아달라고 애원했습니다.

조카야! 걱정하지 말라. 짐이 강남을 평정하여 오나라 개들을 모조리 죽이고라도 두 놈을 꼭 잡아 너에게 줄 터이니, 네 손으로 젓을 담아 네 아비의 제사를 지내도록 해라.

유비의 위세가 대단하여 강남은 모두 간담이 서늘해졌습니다. 손권도 겁이 났습니다. 보즐이 계책을 냈습니다. 유비가 원한을 품은 사람들이 대부분 죽고, 이제 남은 것은 범강과 장달뿐이니 두 사람을 잡아 장비의 수급과 함께 보내고, 아울러 형주도 돌려주고 손부인도 돌려보낼 터이니 전처럼 화친하여 함께 위나라를 치자는 것이었습니다. 손권은 보즐의 말을 따라 효정으로 사자를 보냈습니다. 장포는 범강과 장달을 죽이고 아버지 영전에 제사를 지냈습니다. 하지만 유비의 노기는 식지 않았습니다.

짐이 이를 갈아온 원수는 바로 손권이다. 지금 만약 그와 화친한다면 이것은 두 아우와 했던 맹세를 저버리는 것이다. 이제 먼저 오를 멸하고 다음에 위를 멸하겠다.

손권은 매우 놀라 어찌해야 할지를 몰랐습니다. 감택이 육손을 추천했습니다. 하지만 장소, 고옹, 보즐 등이 서생 육손은 나이도 어리고 적임자도 아니라고 반대했습니다. 감택은 자신의 전 가족의 목숨을 걸고 재차 추천했습니다. 손권도 육손이 기재(奇才)라는 것을 알고 있었던 터라 그를 대도독으로 삼고 전군의 통솔권을 주었습니다.

육손은 서성과 정봉을 호위로 삼아 즉시 출동했습니다. 하지만 전군은 수비에만 치중하고 절대로 싸우지 말 것을 통보했습니다. 한당과 주태 등 여러 장수가 반면 서생 육손의 전략을 비웃었습니다. 육손은 장수들이 자신의 말을 비웃으며 동조하지 않자 엄하게 꾸짖었습니다.

검을 뽑아들고 장수들을 호령하는 육손. 출처=예슝(葉雄) 화백

검을 뽑아들고 장수들을 호령하는 육손. 출처=예슝(葉雄) 화백

내가 비록 일개 서생이지만 주상께서 중임을 맡기신 것은 나에게 조금이나마 취할만한 점이 있고 또한 큰일을 위해 치욕을 참을 줄 알기 때문이다. 너희들은 각자 병목지대 등 요충을 단단히 지키고 경솔하게 움직이지 말라! 만일 어기는 자가 있으면 모두 목을 베겠다!

한편, 유비는 효정에서 사천까지 칠백리에 걸쳐 군마를 포진시키고 있었습니다. 육손이 대도독이 되었다는 보고를 받자 더욱 얕보았습니다. 마량이 그렇지 않음을 아뢰었습니다.

육손은 대단한 지략가입니다. 폐하께서는 봄부터 먼 원정길에 올라, 여름이 한창입니다. 저들이 숨은 채 나오지 않는 것은 우리 진영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부디 통촉하시옵소서.

저들이 무슨 계책이 있다더냐? 다만 싸우기를 겁내는 것이다. 이제껏 저들이 패했으니 감히 다시 싸울 마음이 있겠느냐?

유비는 칠백 리에 걸쳐 40여 곳이 넘는 영채를 수풀이 우거진 산기슭 냇가로 옮기도록 했습니다. 무더위를 피하고 가을이 되면 총력 진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이러한 사실은 곧 육손에게 보고되었습니다. 드디어 부하 장수들로부터도 일개 서생으로 치부되었던 육손이 전략을 펼칠 때가 다가왔습니다.

모종강은 육손이 등장하는 부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예부터 치욕을 참지 못하고 중책을 맡은 사람은 없다. 한신이 가랑이 밑으로 기어나가지 않았다면 한나라를 일으켜 세울 수 없었을 것이고, 장량이 다리 밑으로 벗어 던진 신발을 주어다가 주지 않았다면 한(韓)나라에 보답하는 공을 세우지 못했을 것이다.

또한 중책을 못 맡을 사람이 치욕을 참아내는 경우도 없다. 오자서는 오직 초나라 망칠 방법만을 생각했기 때문에 단양에서 빌어먹을 수 있었고, 범여는 오직 오나라 망칠 계책만 생각했기 때문에 기꺼이 돌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예나 이제나 크게 장래성이 있는 사람은 일생의 모든 역량을 중책을 맡는데 쏟아붓고, 일생의 학문은 다만 치욕을 참는데 두고 있다. 한 권의 노자(老子)를 익히 읽었으면 곧바로 한 권의 음부경(陰符經)을 얻어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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