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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총리였던 아버지와, 컬렉터 아들…서울서 하나됐다 [더 하이엔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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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아들은 ‘예술’로 하나가 됐다. 2005년 프랑스 총리를 지낸 도미니크 드 빌팽과 그의 아들 아서 드 빌팽의 이야기다.

갤러리 빌팽, 도미니크&아서 빌팽 인터뷰 #강명희 작가 개인전으로 한국 진출 선언 #"한국에 전에 보지 못한 작품 선보이겠다"

 강명희 작가의 국내 최초 개인전을 들고 온 '갤러리 빌팽'의 도미니크 드 빌팽(왼쪽)과 아서 드 빌팽. [사진 갤러리 빌팽]

강명희 작가의 국내 최초 개인전을 들고 온 '갤러리 빌팽'의 도미니크 드 빌팽(왼쪽)과 아서 드 빌팽. [사진 갤러리 빌팽]

컬렉터이자 갤러리스트로 활동하는 도미니크와 아서 드 빌팽이 한국에 왔다. 두 사람이 세운 ‘갤러리 빌팽’이 주최하는 강명희 작가의 국내 개인전 '강명희: 시간의 색'을 열기 위해서다. 아시아에서 14년 동안 살며 아시아와 유럽 예술의 가교 역할을 자신이 업이라 생각한 아서는 예술에 조예가 깊은 아버지와 함께 가족의 성(姓)을 따 ‘갤러리 빌팽’을 세웠다. 세계정세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예술에 접근하는 아버지와 동서양의 문화예술을 편견 없이 넘나드는 열정적인 컬렉터 아들은 ‘갤러리’라는 유형이자 무형의 테두리 안에서 하나가 됐고, 우리에게 좀처럼 보기 어려운 전시를 선물했다. 지난 10월 30일 전시 준비가 한창인 서울 성수동 키르 서울에서 도미니크와 아서 부자를 만났다.

"도미니크. 아서. 여기에 이렇게 그림을 거는 게 어때."

백발의 강 작가가 두 사람을 다급하게 불렀다. 전시장에 마지막 전시 그림을 거는 순간이었다. 강 작가의 말에 두 사람은 프랑스어로 "이쪽이 더 좋을 것 같다" "이렇게 하는 건 어때"라며 적극적으로 의견을 냈다. 그림 한 점을 거는 데만 수십 가지 의견이 오갔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야 결국 자리가 정해졌다. 낡은 콘크리트 벽에 강 작가의 그림이 걸리자 폐허에 꽃이 피는 것처럼 생명의 기운이 느껴졌다.

키르 서울을 채운 강명희 작가의 그림들이 마치 건물에 꽃이 핀 것처럼 보인다. [사진 갤러리 빌팽]

키르 서울을 채운 강명희 작가의 그림들이 마치 건물에 꽃이 핀 것처럼 보인다. [사진 갤러리 빌팽]

도미니크 드 빌팽(왼쪽)과 아서 드 빌팽. 두 사람은 예술로 하나가 됐다. [사진 갤러리 빌팽]

도미니크 드 빌팽(왼쪽)과 아서 드 빌팽. 두 사람은 예술로 하나가 됐다. [사진 갤러리 빌팽]

-한국에 자주 오신다고 들었습니다. 

아서 "사실 한국은 저에게 매우 친근해요. 홍콩을 중심으로 아시아에 살면서 1년에 한 번은 꼭 한국에 옵니다. 오랜 친구인 강 작가님을 보러 제주에 주로 가요. 가장 최근엔 지난 9월 아트 페어 기간에 왔어요."
도미니크 "저 역시 프랑스의 외교관으로, 정치인으로 그리고 강 작가의 친구로 서울과 제주를 여러 번 방문했습니다. 한국 외에도 아시에 전역에 정말 많이 왔죠."

2019년 홍콩을 기반으로 설립된 갤러리 빌팽은 컬렉터들에 의해, 컬렉터들을 위해 만들어진 새로운 갤러리 모델이란 평가를 받는다. 이번 전시는 갤러리 빌팽이 한국에서 개최하는 첫 전시이자, 이들의 한국 아트 시장 진출을 알리는 선포식이다. 국내에 사무실을 내진 않지만, 앞으로 국내 아트 시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겠다는 선언의 의미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이번 전시의 기획 의도는 무엇인가요.

아서 "갤러리를 설립한 이유가 동서양 문화를 서로 교류하게 하고 싶기 때문이었어요. 이를 위해 앞으로 1년에 한 번은 꼭 한국에서 전시를 열 계획입니다. 한국 관객이 종전엔 보지 못했던 작품을 가지고 올 예정인데, 이번 전시가 그 첫 발걸음입니다."

제주도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강명희 작가. [사진 갤러리 빌팽]

제주도 작업실에서 포즈를 취한 강명희 작가. [사진 갤러리 빌팽]

한국에서의 첫 전시를 위해 갤러리 빌팽이 선택한 작가가 바로 이들의 35년 지기 강 작가였다. 사실 그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이름이 알려진 작가다. 서울대 서양화과를 졸업한 뒤 프랑스로 이주해 활동했다. 서울과 지금 거주하는 제주를 포함해 세계 곳곳을 누비며 그림을 그렸고, 그의 그림은 퐁피두 센터(파리)·황성미술관(베이징)·국립현대미술관(과천) 등 굵직한 미술관에 걸렸다. 빌팽은 이번 전시에서 그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50여 점을 공개했다.

-첫 한국 전시 작가로 강명희 작가를 선택한 이유는요. 

도미니크 "강명희는 이제 '작가'라는 개념을 넘어 하나의 상징이 된 사람입니다. 고비 사막과 파타고니아, 제주 등에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또 꽃·색·빛의 의미를 찾아내는 그림을 그림으로서 '희망'이 어디에 있는지를 탐험하는 작품을 만듭니다. 그리고 우리의 오랜 친구면서, 우리에게 가장 한국적인 작가이자 동시에 가장 세계적인 작가죠. 아서는 어렸을 때부터 그와 함께 성장했다고 말할 만큼 친했습니다."

-이번 전시를 통해 추구하는 바가 있을까요.

아서 " 우리가 대변하는 작가는 아주 적습니다. 강명희와 함께 자우오키, 안셀름 키퍼, 프랜시스 베이컨 등이 대표적이죠. 여기엔 이유가 있는데, 컬렉터의 입장에서 작가와 작품을 보기 때문입니다. 컬렉터가 자신에 맞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작가에 대해 교육하죠. 이번 전시 역시 '강명희'란 작가를 한국인들이 알고 그의 작품을 제대로 볼 기회를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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