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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尹·기시다 덕분에 짐 덜었다"…한·미·일 정상 결속 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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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 샌프란시스코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한ㆍ미ㆍ일 정상 회동, 한ㆍ일 정상회담을 비롯한 다수의 양자 회담, APEC 정상회의 1세션 및 IPEF(인도ㆍ태평양 경제 프레임워크) 참석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했다.

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에 열린 한미일 정상 회동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윤석열 대통령(왼쪽부터)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16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주간에 열린 한미일 정상 회동에서 기념 촬영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IPEF 정상회의를 마친 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따로 기념촬영을 하고 10분간 회동했다. 세 정상이 만난 건 8월 미국 캠프 데이비드 한ㆍ미ㆍ일 정상회의 이후 3개월 만이다.

이 자리에서 세 정상은 8월 캠프 데이비드에서 구축한 3국의 포괄적 협력체계가 성공적으로 이어져 오고 있고, 이를 이행하기 위한 3국 간 고위급 대화 채널이 활발하게 가동되고 있다는 평가를 공유했다. 한ㆍ미ㆍ일 공조가 말뿐만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데 대해 만족감을 표했다는 것이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현지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 윤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 덕분에 짐을 크게 덜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고 밝혔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3국 정상 회동의 의미에 대해 “세 정상이 암묵적으로 공감하는 사실은 안보와 경제 협력이 동전의 양면이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군사와 안보를 증진하는 역량은 첨단 기술에 의해 지탱된다. 첨단 기술 협력의 파트너는 군사적으로든 정치 시스템이나 이념·가치에 있어서든 100% 가까이 신뢰할 수 있는 관계에서 공유하고 발전시킬 수 있다”며 “그 관계가 한ㆍ미ㆍ일 3국이라고 정상들이 믿고 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전날 정상 간 환담 등을 통해서도 바이든 대통령과 수차례 대화를 나눴다. 두 정상은 정치 현안, 경제와 일자리 등에서 한국과 미국의 공통점 등에 대해 자유롭게 얘기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APEC 만찬에서도 옆에 앉은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에게 "윤 대통령이 국빈 방미 당시 멋진 노래를 선보였다"며 윤 대통령이 지난 4월 백악관 만찬에서 '아메리칸 파이'를 부른 일화를 환기했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한 호텔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며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3국 정상 회동에 앞서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한 호텔에서 기시다 총리와 35분간 한ㆍ일 정상회담을 했다. 한ㆍ일 정상회담은 올해 들어 7번째이자, 9월 인도 뉴델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담한 지 두 달 만이다.

윤 대통령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올해 벌써 7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의 신뢰를 공고하게 하고, 한ㆍ일 관계 흐름을 아주 긍정적으로 이어나가고 있어 기쁘게 생각한다”며 “정상을 비롯한 각계 각급에서 교류가 활성화되고 정부 간 협의체가 복원돼 양국 간 협력이 심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반기 안보정책협의회, 경제안보 대화에 이어서 지난달 외교차관전략대화까지 재개되면서 지난 3월 방일 시 합의한 모든 정부 간 협의체가 이제 100% 복원됐다”고 강조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스라엘에서의 자국민 출국과 관련해 일본과 한국 간에 긴밀한 협력이 이뤄진 것은 굉장히 마음 든든한 일”이라며 “윤 대통령과 함께 정치, 안전보장, 경제, 문화 등 다양한 분야서 양국 간 협력을 추진해 왔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역사적 전환점에 놓인 가운데 전 세계를 분열과 갈등이 아닌 협조로 이끌어나겠다는 강한 뜻을 가지고 있으며, 이 점에서도 일본과 한국은 파트너로서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회담은 현지 교통 사정으로 당초 예정된 시간보다 20분가량 늦게 시작됐다고 한다. 회담장에 늦게 도착한 기시다 총리가 “많이 기다리게 해 죄송하다”고 말하자 윤 대통령은 “괜찮다”고 했고, 기시다 총리는 “늦을까 봐 걸어왔다”고 재차 설명했다. 이날 회담은 17일 스탠퍼드대에서 열리는 좌담회와는 별도다. 윤 대통령은 좌담회에서 ‘한ㆍ일 및 한ㆍ미ㆍ일 첨단기술 협력’을 주제로 기시다 총리와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윤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간의 한ㆍ중 정상회담은 아직 유동적이다. 이날 기자들과 만난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내일 하루 일정이 남아있는데, 한ㆍ중 정상회담 개최 여부는 논의 중”이라며 “양국 일정이 빡빡해 떠나기 전까지 정상회담이 이뤄질지 장담 못 하겠지만, 논의는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 주석이 미ㆍ일 정상과는 각각 양자 회담을 했는데 한ㆍ중 정상 회담 개최 여부가 왜 확정되지 않았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중국은 우선 미국과 회담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한 뒤, 가용시간에 어떤 나라와 얼마나 컴팩트하게 회담하고 돌아갈지를 판단해야 한다”며 “그래서 미국 이후 일본과 짧은 회담을 했고, 한ㆍ중 정상회담이 성사될지는 별개 문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판단을 통해 회담하고 돌아가는 것이 좋을지 판단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APEC 정상회의 기간 한ㆍ중 정상회담은 열리지 않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현지 관측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세션1 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세션1 회의에 참석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양 정상 간 정식 회담은 아니었지만, 윤 대통령과 시 주석은 이날 점심 무렵인 APEC 1세션 시작 전 회의장에서 서로를 알아보고 악수한 뒤 3분가량 대화를 나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G20 정상회의 이후 1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정상은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번 APEC 계기 좋은 성과를 거두길 바란다”
▶시 주석=“좋은 성과를 확신한다. 이를 위해 한ㆍ중이 서로 협력해 나가길 희망한다.”
▶윤 대통령=“항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한덕수 총리를 잘 맞아주고 환대해줘 감사하다.”
▶시 주석=“한 총리와 멋진 회담을 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페루ㆍ베트남ㆍ칠레 정상과도 각각 정상회담을 했다. 올해로 수교 60주년을 맞은 페루의 디나 볼루아르테 대통령과는 방산과 공급망 등에서 협력을 심화시켜 나가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페루의 2030 부산 엑스포 유치 지지 입장에 대해 감사의 뜻을 표했다.

APEC 1세션 시작 전 15분간 정상 라운지에서 가진 베트남의 보 반 트엉 주석과의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6월 베트남 국빈 방문 때의 환대에 감사의 뜻을 전했고, 트엉 주석은 “한국이 부산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기를 기원한다”고 화답했다.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과의 첫 정상 회담에서 윤 대통령은 “세계 최대 리튬 보유국인 칠레와 핵심광물 파트너십을 구축하길 희망한다”고 말했고, 보리치 대통령은 “상호 부가가치를 창출하도록 협력 방안을 구체적으로 논의해 나가자”고 말했다.

김태효 차장은 “윤 대통령은 정상들에게 러시아ㆍ북한 군사협력이 한반도를 넘어 세계 안보에 대한 중대한 위협임을 강조하고, 규범 기반 질서를 저해하는 이와 같은 불법적 협력에 대처하기 위한 공조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APEC 계기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APEC 계기 IPEF(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함께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은 APEC 정상 세션과 IPEF 등 다자회의에서 기조 발언을 통해 글로벌 중추 국가로서 한국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속가능성, 기후, 공정한 에너지 전환’을 다룬 APEC 1세션에서 윤 대통령은 무탄소 에너지 활용 확산, 친환경 이동수단으로의 전환, 기후 격차 해소 등 세 가지 측면에서 한국의 역할과 기여를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APEC 부산 기후센터가 인류 당면 과제에 대한 솔루션을 모색하는 연대와 협력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ㆍ미국ㆍ일본ㆍ호주ㆍ뉴질랜드 등 인도 태평양 지역의 14개 나라가 참여 중인 IPEF 2차 정상회의에 참석한 윤 대통령은 핵심 광물 공급을 비롯한 역내 공급망 회복 방안 등을 논의했다. 한ㆍ미ㆍ일을 비롯한 14개국 정상은 에너지 안보와 기술 관련 협력을 확대하기로 의견을 모았고, 안정적인 핵심 광물 공급망 구축을 위한 ‘핵심 광물 대화체’와 참여국 인적 교류 활성화를 위한 ‘IPEF 네트워크’ 구성에 합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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