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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서류 급한데"…주말 앞둔 금요일 '민원서류 올스톱' 쇼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7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들이 행정망이 개통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17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민원인들이 행정망이 개통되기를 기다리고 있다. 신진호 기자

“오늘 중으로 주민등록초본·인감증명서가 필요해요. 오후 늦게라도 안 될까요?”

17일 오후 1시 서울시 중랑구 면목7동 행정복지센터 임시청사 5층. 민원서류를 발급받으려 센터를 찾은 제갈 모(65)씨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문의했다. 그는 KB국민은행 사가정역 지점에서 대출에 필요한 서류를 안내받고 이날 주민센터를 들렀다. 하지만 동주민센터 직원은 “언제 발급을 재개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행정안전부는 아직 아무 말이 없고, 공지사항에는 ‘네트워크 통신망 오류’라고 뜬다”고 안내했다.

전국 대부분 지역도 상황은 비슷했다. 이날 오후 1시 10분경 부산진구 부전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30대 여성 A 씨는 자녀의 도서관 회원증을 발급하기 위해 가족관계증명서·주민등록등본을 떼러 왔다. 그는 “정부24 사이트에서 서류를 떼려고 했지만 오류가 계속돼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다”며 “가족관계증명서는 받았지만, 주민등록등본은 여전히 못 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부산 연제구의 한 주민센터에선 “업무에 차질이 큰데 제대로 안내도 해주지 않는다며 민원인이 소란을 피운다”는 내용의 112 신고가 접수됐다. 현장에 도착했을 땐 이미 공무원들이 해당 민원인을 달래 귀가한 상태였고, 폭행이나 물리력 행사 등 상황은 없었던 것으로 파악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7동 주민센터 대기번호표 뽑는 기계에 붙어있는 공지문. 민원 서류 발급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7동 주민센터 대기번호표 뽑는 기계에 붙어있는 공지문. 민원 서류 발급이 불가능하다고 안내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전국 지자체 행정전산망 먹통

17일 오후 1시35분쯤 부산 연제구 한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업무 처리를 위해 방문한 민원인에게 공무원들이 새올 전산 오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17일 오후 1시35분쯤 부산 연제구 한 주민센터에서 주민등록업무 처리를 위해 방문한 민원인에게 공무원들이 새올 전산 오류 상황을 설명하고 있다. 김민주 기자

더 심각한 건 부동산 관련 거래를 하러 온 민원인이었다. B씨는 이날 전세계약 확정일자를 받기 위해 관련 서류를 떼러 광주광역시 동구 행정복지센터를 방문했다. 그는 “내일이 토요일이기 때문에, 늦어도 오늘까지는 전입신고를 하고 전세계약 확정일자를 받아야 하는 데 전산으로만 입력이 가능하다고 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전국 자치단체(지자체) 행정 전산망이 일제히 마비돼 현장 민원 업무가 지연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17일 오전 지자체 공무원 행정 전산망 ‘세올’에서 전산 오류가 생겼다. 지자체 공무원이 세올 업무 시스템에 접속하려면 공무원 전용 공인인증서가 필요한데, 이를 검증하는 시스템에 장애가 발생했다고 한다.

해당 시스템은 행정안전부 국가정보자원관리원에서 관리 중이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시스템 장애 원인을 파악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가정보자원관리원 관계자는 “현재 복구 작업에 매진하느라 원인 파악은 못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오류로 지자체 공무원이 시스템에 접속하지 못하면서 주민 민원 업무 처리에도 차질이 생겼다. 서울시 중랑구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하는 한 지자체 공무원은 “민원인 오면 일단 상황을 설명하고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행정안전부 관계자는 “가족관계증명서 등 대법원 행정망을 사용하는 일부 서류만 발급이 가능하고, 행정안전부 행정망을 사용하는 서류는 전부 발급이 멈췄다”고 설명했다.

17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에 전산 오류로 민원업무 처리가 어렵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진호 기자

17일 오후 대전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에 전산 오류로 민원업무 처리가 어렵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 신진호 기자

정부24도 오후 2시경 서비스 중단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7동 주민센터 무인 민원 발급 창구. 전산 오류로 발급 가능 서류를 제한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17일 오후 서울 중랑구 면목7동 주민센터 무인 민원 발급 창구. 전산 오류로 발급 가능 서류를 제한하고 있다. 문희철 기자

일부 행정복지센터는 행정망이 열렸다가 다시 닫히는 상황이 반복하고 있다. 법원·세무서 등 관공서가 밀집한 대전 서구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는 오전에 낮 12시 10분부터 오후 1시까지 50분간 행정망이 열렸다가 다시 먹통이 됐다.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 직원은 “잠깐 행정망이 열리면서 일부 직원이 점심도 거르고 돌아와 서류 발급에 나섰는데 다시 먹통이 됐다”고 말했다.

전화로 ‘서류 발급이 가능하다’는 소식을 듣고 급하게 달려온 민원인들은 창구가 닫히자 아쉬워하며 다시 발길을 돌렸다. 오후 2시 법원에서 재판을 앞두고 인감증명서를 발급받기 위해 둔산1동 행정복지센터를 찾은 40대 여성은 “언제까지 기다리면 되는 지라도 알려 달라”고 하소연했다. 또다시 민원서류 발급이 가능할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고 일부 시민은 의자에 앉아 창구만 바라보고 있었다.

서비스를 중단한 정부24. [사진 정부24 홈페이지 캡처]

서비스를 중단한 정부24. [사진 정부24 홈페이지 캡처]

행정 전산망 마비로 정부 온라인 민원서비스인 정부24도 서비스가 전면 중단됐다. 정부24는 이날 오후 2시경 ‘국가정보자원관리원 네트워크 장비 오류 등으로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각 구청이나 행정복지센터에 설치된 무인민원발급기기도 먹통인 건 마찬가지다. 서울은 2시 기준 ▶부동산 등기부등본 ▶교육 제증명 ▶토지이용 계획서 정도만 발급이 가능한 상황이다. 대전은 ‘서버 연결 실패’나 ‘장비 초기화’라는 안내 문구가 떠 있었다.

복구 시점도 불명확하다. 행정안전부는 “세올 복구는 마무리 단계로 오늘 중으로 복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세올 시스템을 관리하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은 “언제 모두 복구될지 명확히 말하기 어렵다. 오늘 복구 가능할지 확답을 드릴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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