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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일 갇혀 '킬러'만 잡은 킬러…공정수능 점검위 25명의 정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문성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왼쪽)이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경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4학년도 수능문제는 교육과정의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 하였고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라 소위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한편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출제하였다고 밝혔다. 뉴스1

정문성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위원장(왼쪽)이 16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출제 경향을 발표하고 있다. 2024학년도 수능문제는 교육과정의 핵심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중심으로 출제 하였고 교육부의 사교육 경감 대책에 따라 소위 킬러문항을 배제하는 한편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만으로도 변별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출제하였다고 밝혔다. 뉴스1

“궁극적으로는 위원회에서 ‘킬러문항 없음’이라고 확인을 받은 다음에 출제를 마무리했다.”
정문성 수능출제위원장은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시작된 뒤 출제 방향을 설명하며 이런 말을 했다. 그가 ‘확인을 받았다’고 언급한 위원회는 올해 처음 출범한 ‘공정수능 출제점검위원회’를 말한다. 초고난도 문항인 킬러문항이 출제되지 않도록 교육부가 만든 점검 시스템이다. ‘킬러 잡는 킬러’인 셈이다.

킬러문항이 출제되는지는 이번 수능의 최대 관심사였다. 지난 6월 윤석열 대통령이 킬러문항을 사교육 유발 요인으로 지목하며 출제 배제를 지시했고, 교육부는 이를 위한 사교육 경감 대책을 내놓으면서 공정수능 출제점검위원회 구성을 포함시켰다. 이름 그대로 적정 난이도와 변별력을 가진 문제가 출제될 수 있도록 점검하는 기구다. 아예 수능 출제 단계에서부터 공교육 과정 밖에서 출제된 문항이 있는지를 가려내겠다는 취지였다.

2022학년도 수능 과학탐구 영역 ‘생명과학Ⅱ’ 과목에서 출제 오류가 발생한 이후 고난도 문항을 다시 검토하는 절차가 있었는데, 여기에 킬러문항을 걸러내는 절차가 추가됐다. 점검위원들은 출제·검토 위원과 함께 합숙하며 출제된 문제가 사교육을 받지 않고도 공교육 과정 내에서 해결 가능한 문항인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 정 위원장은 “공정수능 출제점검위원회는 출제·검토 조직과는 별개의 조직으로 킬러문항 여부만 체크한다. 킬러문항 요소가 있다고 의견이 오면 100% 수정·보완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현직 교사 25명, ‘킬러’ 잡았다

6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2024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출제 경향 브리핑에서 윤윤구 한양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왼쪽), 윤혜정 덕수고 교사가 분석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6일 정부세종청사 교육부에서 열린 2024 대학수학능력시험 국어영역 출제 경향 브리핑에서 윤윤구 한양대학교사범대학부속고(왼쪽), 윤혜정 덕수고 교사가 분석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점검위원은 현직 고교 교사들이 맡았다. 국어·수학·영어 각 3명씩 9명, 사회·과학탐구가 8명씩 16명, 총 25명으로 구성됐다. 위원회가 처음 활동한 9월 모의평가에서는 국어·수학·영어 영역만 참여했지만, 수능에서는 탐구영역까지 모든 과목에 관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9월 모평 때는 시범운영이었기 때문에 일부만 참여했다”라고 말했다.

정부가 ‘사교육 카르텔’에 엄정 대응을 예고한 만큼 위원들의 자격 조건도 매우 까다로웠다. 고교 근무 10년 이상의 경력자로 교과서 집필 등 경험과 전문성을 갖추면서도 참고서나 사설 모의고사 등 사설 문제집 발간에 참여한 적이 없어야 하며 자녀가 수험생이면 안 된다.

교육부는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교사들을 각 시·도교육청에서 추천받았다. 당초  수백명 규모의 인력풀을 구성한 후 필요할 때마다 위원을 위촉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위원 구성에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교육청 관계자는 “교육부가 요구한 인원의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워낙 추천 요건이 까다로웠던 데다, 최근 킬러문항을 둘러싼 논쟁이 커지며 거절하는 교사도 있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교육청 관계자는 “출제에 들어가면 학교의 공백이 커지는 게 부담스럽다는 교사들이 있었다”고 했다.

올해 수능 출제 기간은 총 38일이었다. 시험이 모두 끝난 뒤 출제본부 위원들은 외부와 격리된 합숙 생활을 마무리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앞으로도 공정수능 출제점검위원회의 노하우나 전문성이 이어지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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