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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퀴즈' 나왔던 김정자 할머니, 82세 최고령 수험생 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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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수험생 김정자 할머니가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일성여중고 학우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입실하고 있다. 연합뉴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수험생 김정자 할머니가 1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에서 일성여중고 학우들의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입실하고 있다. 연합뉴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정자(82) 할머니가 16일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최고령 수험생이 됐다.

김 할머니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여자고등학교 앞에서 일성여중·고 학우들의 열띤 응원을 받으며 시험장으로 향했다.

김 할머니는 교문으로 들어가기에 앞서 "젊은 학생들 각자가 3년 동안 배운 실력을 보여줬으면 좋겠다"며 "인생을 걸고 있는 날인데 학생 모두 자기가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고 우리나라를 앞으로 짊어지고 나갈 새 일꾼이 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1941년생인 김 할머니는 일본에서 태어나 광복 이후 경남 마산으로 건너왔다. 국민학교(초등학교)를 들어갈 즈음에 한국전쟁이 터졌고, 전쟁 후에는 어려운 형편에 8남매의 맏딸이라는 이유로 공부하는 것은 꿈도 꾸기 어려웠다고 한다.

김 할머니는 자식을 다 키워낸 뒤 평생 한이 됐던 공부를 다시 하기 위해 만학도가 됐다. 이름 석 자도 제대로 쓸 줄 몰랐던 김 할머니는 이제는 한글을 배운 것은 물론 시 한 편 써낼 정도의 작문 실력도 갖게 됐다. 김 할머니는 미국에 사는 손주들과 '프리 토킹'을 위해 '영문학과 진학'이라는 꿈도 갖게 됐다고 한다.

2019년 10월 9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정자 할머니. 사진 방송화면 캡처

2019년 10월 9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김정자 할머니. 사진 방송화면 캡처

김 할머니의 사연은 4년 전 '유퀴즈' 출연을 통해 조명받았다. 김 할머니는 "한글 배우고 수업받는 게 너무 좋다. 내 인생이 바뀌어 버렸다"며 "모든 것이 다 즐겁고 하나하나 아는 게 눈을 떴으니까 그래서 좋다"고 말했다. 당시 양원주부학교에 다녔던 김 할머니는 "허리가 굽어서 잘 못 걸어서 6시 30분 되면 집에서 나와야 한다"며 등굣길을 공개하기도 했다.

김 할머니는 "내 인생을 살아온 거 보면 꿈만 같고 이제 와서는 모든 것을 잊어버리고 내 인생에 공부만 생각하고 있다"며 "건강이 허락될지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졸업장을 두 개 더 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렇게 뒤늦게 고등학교까지 진학한 김 할머니는 5년 동안 결석 한번 없이 공부에 매진한 끝에 2024학년도 수능을 치르게 됐다.

김 할머니의 반가운 근황에 네티즌들은 "진짜 멋있다" "울컥한다" "정말 멋지고 의미있는 인생을 산다" 등 응원의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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