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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부딪혀 망가져도 달렸다…수능 지각생 태운 경찰차 해프닝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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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6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개포고 앞. 서울 중동고 재학생들이 수험생 선배에게 경례를 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영근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6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개포고 앞. 서울 중동고 재학생들이 수험생 선배에게 경례를 하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영근 기자

“정직! 선배님 수능 대박나십시오!”
“정직! 후배들아 고맙다!”

16일 오전 7시,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강남구 개포고 앞. 서울 중동고 남학생 13명이 힘찬 목소리로 수능을 치르는 학교 선배에게 경례하며 응원 문구를 외쳤다. 선배도 응원 문구를 외치며 맞경례로 화답했다. 중동고 2학년 부학생회장 이동현(17)군은 “응원을 위해 오전 6시부터 기다렸다”며 “항상 유튜브로만 응원보다가 직접 하니까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후배들의 응원을 받은 중동고 3학년 김도윤(18)군은 “후배들 응원 덕에 한 문제라도 더 맞힐 것 같은 기분”이라며 웃었다. 오전 8시 10분 개포고 정문이 폐쇄되자, 중동고 학생들은 “수험생분들, 수능 대박 나십시오”라고 다시 한번 외치며 큰절을 하고 해산했다.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시작된 올해 수능은 지난 3년과는 다른 풍경이었다. ‘노 마스크’는 물론이고 열띤 수험생 응원도 돌아와 ‘엔데믹 수능’을 실감케 했다. 이날 아침 기온은 6.6도로 ‘수능 한파’는 없었지만, 수험생들은 컨디션 관리를 위해 두꺼운 외투를 차려입은 모습이었다. 재수생 김어진(19)씨는 “지난해엔 마스크를 써서 답답했는데, 올해는 코로나에서 해방돼 마스크를 벗어서 심적으로 편안하다”고 말했다.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6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개포고 정문이 닫히자 개포고 학생들이 모든 수험생들의 행운을 빌며 큰절을 올리는 모습. 이영근 기자

2023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지는 16일 오전 7시 서울 강남구 개포고 정문이 닫히자 개포고 학생들이 모든 수험생들의 행운을 빌며 큰절을 올리는 모습. 이영근 기자

정문 앞은 수험생 자녀를 배웅하러 온 학부모들로 가득했다. 눈시울을 붉힌 채 자녀가 시야에서 사라지기 전까지 바라보던 이연경(49)씨는 “재수생인데 올해 코로나를 2번 걸리는 등 마음 고생이 심했다”며 “1년 열심히 준비한 만큼 원하는 성적을 얻길 기도했다”고 말했다. 자녀와 정문에서 ‘셀카’를 찍은 정모세(49)씨는 “현역 자녀를 뒀는데 첫 시험인 만큼 소중한 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며 “(자녀가) 그동안 힘든 길 잘 걸어와줘서 고맙다”고 말했다.

올해 수능은 정부가 교육과정 밖 출제 논란이 있는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을 배제하겠다고 밝혀 N수생이 늘어난 모습이었다. 실제 이번 수능 N시생 응시율은 31.7%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톨릭대 재학생 문모(19)씨는 “현역 때보다 재수 때 더 떨린다”며 “지난해 사회탐구 과목이 어려워서 흔들렸는데 올해는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삼수생 자녀를 둔 학부모 유모(48)씨는 “킬러문항이 없어졌다는 소식에 딸이 다시 수능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16일 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개포고 앞에서 오전 6시 30분 한 어머니가 자녀를 꼭 끌어안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영근 기자

16일 수능이 치러지는 서울 개포고 앞에서 오전 6시 30분 한 어머니가 자녀를 꼭 끌어안고 응원을 보내고 있다. 이영근 기자

서울 종로구 이화외고 앞도 어둑어둑한 7시 무렵부터 시험장을 찾은 학생들이 하나둘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 수험생의 아버지는 “침착하게만 본다면 잘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딸을 격려했다. 뿔테 안경에 머리를 질끈 묶은 한 학생은 부모님이 데려다 준 차량 앞에서 큰절을 올리고 입실했다.

지각 위기에 지자체나 경찰차를 타고 들어온 학생도 어김없이 등장했다. 오전 7시 37분쯤엔 서울 중구에서 마련한 수험생 비상 수송 차량을 타고 온 학생이 처음 도착했고, 8시쯤엔 경찰순찰차를 타고 온 학생도 등장했다. 수험생을 태우고 온 경찰은 “상명여고부터 학생을 태우고 왔다”며 “빨리 오려다보니 차가 연석에 부딪혀 앞쪽이 약간 망가지는 해프닝도 있었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운전하는 오토바이 뒷좌석에 앉아서 온 학생도 눈에 띄었다.

오전 7시 40분쯤 한 수험생이 서울 중구에서 마련한 수험생 비상수송차량을 타고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내리고 있다. 김민정 기자

오전 7시 40분쯤 한 수험생이 서울 중구에서 마련한 수험생 비상수송차량을 타고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 내리고 있다. 김민정 기자

경찰은 이날 인력 1만1265명과 순찰차, 오토바이 등 장비 2681대를 동원해 수험생 지원했다. 경찰 차량 에스코트, 물품 전달 등 214건 수험생 편의 제공에 나섰다. 경찰은 또 3교대 듣기평가 시간대 시험장 주변 소음 유발 차량을 원거리 우회시키는 등 교통관리도 실시할 계획이다.

한편, 수능 관련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16일 오전 1시50분쯤 경기도 화성시 한 아파트 4층에서는 수험생 10대 A군이 투신하는 사건이 있었다.  A군은 평소 수능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호소했다고 한다. A군은 허리 등을 크게 다쳐지만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상태다. 화성 병점고에서는 시험장 내 여고생이 경련을 일으켜 시험에 응시하지 않고 보호자와 함께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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