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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조지아 공장 생산 줄인다…일부 직원 무급휴직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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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배터리 업계에도 ‘한파’가 들이닥치고 있다. 북미 지역 등으로 무섭게 세를 불리던 국내 배터리 업체들은 생산 확대 계획을 조정하고, 인력을 재배치하는 등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14일 외신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SK온은 미국 조지아주(州) 잭슨 카운티 커머스시에 있는 배터리 공장의 생산 규모를 축소할 계획이다. 또 일부 직원에 대해 무급 휴직을 실시하기로 했다.

SK온의 현지법인인 SK배터리아메리카(SKBA) 측은 이날 “최근 전기차 업계가 숨 고르기에 들어감에 따라, 인력을 탄력적으로 운영하자는 차원에서 생산라인 가동 일정을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휴직 대상자 수와 기간 등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가동 중인 이 공장에서는 지난 9월에도 직원 3000명 중 일부(500명 이하)를 해고한 바 있다.

이 회사는 최근 국내에서도 충남 서산 배터리 공장의 증설 공사를 중단했다가 지난 11일부터 재개하는 등 연이어 사업 속도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회사 측은 “장기적으로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며 “큰 틀에서 조지아주 공장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뿐만이 아니다. 이날 LG에너지솔루션(LG엔솔)은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에서 현장직 인력 약 170명을 해고한다고 밝혔다. LG엔솔 미시간법인은 “일시적인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일부 생산라인 합리화 작업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LG엔솔 측도 장기적인 투자 축소는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단기적인 시장 환경 변화로 이런 결정을 내렸지만, 제2공장 증설 등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는 지속할 예정”이라면서다.

앞서 지난 11일 LG엔솔은 미국 완성차 업체 포드, 튀르키예 대기업 코치와 함께 튀르키예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한 계획을 철회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튀르키예 현지에 배터리 공장을 지어 포드에 공급할 계획이었지만, 전기차 수요 부진에 “적절한 시기가 아니다”고 판단해 한 발 뒤로 물러난 것이다.

잘나가던 배터리 업계가 속도 조절에 나선 건 그만큼 전기차 시장에 먹구름이 끼었다는 의미다. 고금리 장기화, 내연기관차보다 비싼 가격, 점점 줄어드는 보조금 혜택, 충전 인프라 부족 등으로 시장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테슬라는 감산 계획을 내놨고, 제너럴모터스(GM) 역시 내년에 전기차 40만 대를 생산하겠다는 계획을 철회했다. 포드는 배터리 합작 공장 건설을 일시 중단했다. 기세등등하던 중국에서조차 ‘중국판 테슬라’라 불리던 웨이라이(蔚來·니오)가 대규모 감원을 발표하는 등 ‘교통정리’에 들어갔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도 이런 움직임에 큰 변화가 생길 것 같지 않아, 국내 배터리 업체들이 ‘고통의 시간’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전동화 전환은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인 만큼, 부정적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시각도 있다. 주민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가 일시적 수요 둔화 구간에 진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은 수요 회복을 위한 기반을 다지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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