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교도소에서 사상 첫 수능시험…소년수들, 새벽까지 영어 외운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13일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자원봉사자 정명주(왼쪽 끝) 씨와 교사로 근무 중인 교도관들이 인터뷰하고 있다. 장윤서 기자

13일 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에서 자원봉사자 정명주(왼쪽 끝) 씨와 교사로 근무 중인 교도관들이 인터뷰하고 있다. 장윤서 기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3일 앞둔 13일 서울 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 세 개의 나무 창살 틈으로 수형복을 입은 소년수들이 정신없이 모의고사 시험지를 넘겨보는 모습이 보였다. 책상 위에는 EBS 수능특강 수학 교재가 펼쳐져 있었다.

이날은 지난 두 달간 소년수들에게 수능 영어를 가르친 연세대 정명주(20)씨의 마지막 수업이었다. 정씨가 “수능 잘 보고 나중에 찾아오라”고 격려하자 10명의 소년수가 박수를 쳤고 몇몇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이곳은 올해 3월 소년수의 학업 지원을 위해 문을 열었다. 과거 수형자가 교도소에서 수능을 치른 적은 있지만, 교도소 내에 시험장까지 설치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올해엔 10명이 수능에 도전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교원 자격증이 있는 교정공무원 6명이 교사로 근무한다. 14~17세의 소년수 36명은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 아침 8시부터 저녁 9시까지 수업을 듣는다. 지난 8월에는 고졸 검정고시에 28명이 응시해 27명이 합격하기도 했다. 김종한 교장은 “새벽 1시까지 영어 단어를 외울 정도로 학구열이 뜨겁다”고 말했다. 출소 후 대학 진학을 꿈꾸는 소년수들도 있다.

하지만 소년수 수험생에 대한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중범죄를 저지른 이들에게 학업 지원이 적절하지 않다는 비판도 있다. 그래서 이 학교에선 교과목 외에 성교육과 인성 교육, 반성문 쓰기 시간도 가진다. 김 교장은 “아이들이 범죄의 길로 가지 않고 다른 길로 갈 수 있다면 그것이 피해자에 대한 진정한 반성과 사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