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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6~9시' 집중 된 보행중 교통사고 사망...절반 이상이 노인

중앙일보

입력

 [숫자로 보는 보행 교통사고]

지난해 부산역 인근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50대 남성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지난해 부산역 인근에서 무단횡단을 하던 50대 남성이 버스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연합뉴스

 ‘21.3%’.

 최근 3년간 길을 걷다가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자 가운데 오후 6~9시 사이에 목숨을 잃은 사람의 비율이다. 이 구간에선 시간대별 사망자도 모두 200명을 넘었다. 보행자가 가장 조심해야 할 시간대란 의미다.

 12일 도로교통공단이 최근 3년간(2020~2022년) 발생한 ‘보행 중 교통사고’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보행 중 교통사고는 모두 1만 9877건이 발생했으며, 사망자는 모두 3044명에 달했다. 같은 기간 전체 교통사고의 18.0% 수준이다.

보행 중 사망자를 시간대별로 보면 오후 6~9시 사이가 649명으로 전체의 21.3%를 차지했다. 세부 시간대별로는 오후 6시대가 224명으로 가장 많았고, 오후 7시대(221명)와 오후 8시대(204명) 순이었다. 시간대별 사망자가 200명을 넘은 건 이들 세 구간뿐이다. 

 자료 도로교통공단

자료 도로교통공단

 또 오후 6~9시 사이 보행 중 사망자를 연령별로 따져보면 65세 이상 노인이 405명으로 전체의 62.4%를 차지했다. 오후 6~9시 사이 보행 중 사망자 10명 가운데 6명 이상이 노인이라는 얘기다.

 이어서 51~60세 사이 중장년층이 115명(17.7%)으로 뒤를 이었고, 60~64세가 66명(10.2%) 이었다. 나머지 연령대는 모두 합해서 63명으로 전체의 9.7%에 불과했다.

이처럼 노인 사망자 비율이 높은 건 어두운 시간대에 무단횡단과 무리한 횡단 시도 등이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노인 보행 중 사망자 558명 가운데 61.6%가 길을 건너다 사고를 당해 목숨을 잃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숭례문 주변에서 노인들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

서울 숭례문 주변에서 노인들이 무단횡단을 하고 있다. 중앙일보

 공단 관계자는 “노인들은 걸음이 느리고 거동이 불편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최단 거리로 길을 건너기 위해 무단횡단을 하는 사례가 많다”며 “또 보행신호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도 무리하게 횡단보도에 들어섰다가 사고를 당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보행 중 사망자는 전체적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이 가운데 노인 사망자 비율은 거꾸로 증가하고 있다. 2020년에 57.5%이던 것이 지난해에는 59.8%로 2.3%p가 늘었다. 

 도로교통공단 교통AI빅데이터융합센터 박해수 과장은 “우리나라 인구 10만명당 보행 중 사망자 수(2.1명)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0.8명보다 높은 수준”이라며 “특히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둔 만큼 노인 보행자에게 필요한 교통안전 대책 마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료 도로교통공단

자료 도로교통공단

 한편 도로교통공단이 최근 3년간 반경 100m 이내에서 보행자가 사망하거나 중상을 입은 교통사고가 7건 이상 발생한 지점을 분석해 '보행자 사고 다발 지역'으로 선정한 곳은 모두 470개소다. 지역별로는 서울이 134곳으로 최다였고 경기(98곳), 부산(77곳), 경남(33곳), 충남(23곳) 등의 순이다. 

 지점별로는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동의 경인동물의료센터 부근과 부산 중구 남포동 5가 남포사거리 부근이 각각 17건으로 전국에서 보행 중 교통사고가 가장 잦은 곳으로 집계됐다. 도로교통공단은 470개소 관련 정보를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 https://TAAS.koroad.or.kr)과 공공데이터 포털에 개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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