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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합의안 왜 안 받았나"…지하철 파업 거부한 MZ노조 부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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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서교공)의 제1 노조인 민주노총 소속 서교공노조가 벌인 한시적 파업이 10일 오후 6시부로 종료된다. 하지만 서교공노조는 오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2차 파업을 예고했다. 다시 노·사 간 갈등이 커질 수 있다. 다만 파업 동력은 어느 때보다 약해진 상태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서울 지하철 월드컵경기장역 앞 광장에서 서울교통공사 노조 총파업 2일차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서울 지하철 월드컵경기장역 앞 광장에서 서울교통공사 노조 총파업 2일차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교공노조는 이날 오전 10시30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결의대회를 열고 “2차 전면 파업은 서울시와 공사의 입장, 태도를 확인하며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전날(9일) 오전 9시부터 돌입한 파업은 일단 이날 오후 6시에 종료하되, 근무 현장에서 ‘투쟁 정신’을 이어가겠다고 했다.

직원들조차 “명분 없다” 비판 쏟아내  

하지만 민주노총과 ‘연합교섭단’을 꾸려 사측과의 교섭에 나선 한국노총 소속 노조(통합노조)는 이번 파업에 동참하지 않았다. 교섭단의 한 축이 손을 잡지 않은 것이다. 여기에 내부 직원 사이에서도 이번 파업을 두고 “명분 없는 파업”이란 비판 여론이 점점 비등해지고 있다. 추가 파업을 강행하기엔 서교공 노조로서도 동력이 크게 떨어진 상황이다.

여론이 악화한 이유는 사측의 제시한 합의안을 민주노총 서교공노조가 무리하게 걷어차 버렸다는 평가가 나오면서다. 서교공과 노조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지난 8일 오후 노‧사 교섭 과정에서 서울시와 서교공이 내놓은 제안에 대해 통합노조는 “받아들일 만하다”고 수용 의사를 보였다.

채용인원·복지 혜택 늘려주겠다 했는데 

구체적으로 보면, 서교공은 하반기 신규 채용 인원을 기존 380명대에서 역사 안전요원 등을 더해 660명대로 늘렸다. 올해 감축 목표 인원은 383명이었는데, 이렇게 되면 110명대로 줄어든 셈이란 평가가 나온다. 앞서 서교공은 극한의 누적적자(18조4000억원)를 줄이려 신규 채용을 줄이거나 자회사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2026년까지 2212명을 감축해야 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신규채용 인원 확대 외에 서교공은 2026년까지 단계적 인력 감축 규모를 ‘노‧사 합의로 다시 정하자’고 제안했다. 임금 인상률은 공공기관 기준에 맞춰 1.7%로 하되 노‧사 공동행사비 5만원 증액 및 각종 휴가제도‧특별포상 추진 등의 복지 혜택을 더했다.

10일 서울 중구 서울역 1호선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지난 8일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9일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파업에 돌입했다. 뉴스1

10일 서울 중구 서울역 1호선 승강장에서 시민들이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노조는 지난 8일 임금·단체협약 협상이 결렬됨에 따라 9일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파업에 돌입했다. 뉴스1

엎어진 합의안…내부 반응도 시끌

그러나 조합원이 가장 많은 서교공노조(1만146명)가 합의안을 ‘불수용’했다. 올해 정년퇴직 및 2인 1조 보장 등을 고려하면 860여명을 더 뽑아야 한단 이유에서다. 노조 간 입장이 갈리면서 교섭단 내 논의가 진행됐고, 조합원이 상대적으로 적은 통합노조(2742명)의 ‘수용’ 의견은 무산됐다.

서교공은 교섭이 결렬된 이후 내부 게시판을 통해 이런 합의안 내용을 일부 공개했다. 이를 두고 사내망 및 익명 직장인 커뮤니티 등을 통해 제1 노조를 향한 비판이 이어졌다. “합의안 내용이 괜찮은데, 왜 받지를 않는가” “민노총이 민노총 했다” 등 반응이 나왔다. 교섭 과정에 참여한 한국노총 관계자도 “상당히 진전된 (합의) 안이었는데, 민주노총 측의 반대가 강경했다”고 말했다. 익명의 공사 직원은 “심지어 서교공노조가 합의안을 받아들이지 않은 저의가 무엇인지 의심하는 분위기가 있다”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 이틀째인 10일 오전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열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교통공사 노조 파업 이틀째인 10일 오전 서울 지하철 광화문역에서 시민들이 열차에서 내리고 있다. 연합뉴스

“근로자 위한 파업 아냐” 비판도

공사 제3 노조이자 ‘MZ세대’가 주축이 된 올바른노조(조합원 1915명)는 진즉 파업 전선에 빠져 있었다. 송시영 올바른노조 위원장은 “(사측이 제안한) 합의 내용은 노조가 파업에 나설 정도는 아니었다”며 “그런데도 파업을 강행했단 것은 근로자들을 위했다기보다는 정치적인 이유 또는 이해관계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한편 지난 9월 22일 근로시간 면제(타임오프제) 한도(32명)를 훨씬 넘긴 노조 관계자 311명이 제도를 악용했단 서울시 감사 결과도 이번 파업에 설득력을 떨어뜨린다는 지적도 있다. 당시 시가 8개 역을 대상으로 출근 현황을 조사한 결과다. 한 노조 지회장이 ‘노조 활동을 한다’며 출근하지 않고, 강원 양양 바닷가에서 서핑한 사례 등이 적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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