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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파업, 민주노총만 깃발 들었다…퇴근길 대란 오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서교공) 노조가 9~10일 이틀간 파업에 돌입했다. 그런데 사측과 교섭을 진행한 양대 노조(민주노총‧한국노총) 중 한국노총은 파업에 참여하지 않는다. 서울시와 서교공이 제시한 협상안을 두고 두 노조가 견해차를 보였기 때문이다.

9일 서교공과 노조에 따르면 전날 오후 3시부터 진행된 막판 노‧사 교섭은 시작한 지 2분여 만에 정회되는 등 난항이었다. 양측 실무진이 다시 논의했지만, 오후 9시10분쯤 교섭은 끝내 결렬됐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인력 감축 철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들은 파업에 불참했다. 뉴스1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조합원들이 9일 오전 서울 중구 시청역 인근에서 열린 총파업 출정식에서 인력 감축 철회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날 한국노총 소속 노조원들은 파업에 불참했다. 뉴스1

서교공, 인력 감축 규모 ‘재산정’ 제안

교섭에 참여한 관계자 설명을 종합하면, 핵심 쟁점은 인력 감축안이다. 서교공은 올해 공사 직원 383명을 줄이고, 2026년까지 총 2212명을 외주화할 계획을 세웠다. 서교공은 "심각한 재정난 때문에 외주화가 불가피하다"고 했다. 시에 따르면 서교공은 올해 말 기준 누적 적자가 18조4000억원에 달한다.

노조가 이에 전면 반대하자 서교공과 시는 전날 종전보다 ‘진전된 합의안’을 내놨다고 한다. 사측은 노조에 올해 하반기 신규 채용 인원을 기존 380명대에서 역사 안전요원 등을 더해 660명대로 늘리고, 2026년까지의 인력 감축 규모를 노‧사 합의로 다시 정하자고 제안했다. 한 노조 관계자는 “‘노‧사 합의’라는 문구가 명시되면 인력과 관련해 노조 측 의견을 들어야만 하는 등 상당히 진보된 안이었다”고 설명했다.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과 이양섭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 위원장,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교섭장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지난 8일 서울 성동구 서울교통공사 본사에서 백호 서울교통공사 사장과 이양섭 서울교통공사통합노동조합 위원장, 명순필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한 노조원들이 교섭장에 자리하고 있다. 뉴스1

한국노총 ‘수용’ vs 민주노총 ‘불수용’

‘연합교섭단’으로 교섭에 참여한 양대 노조 중 한국노총 소속 통합노조는 이 제안을 받아들이자고 했다. 그러나 제1 노조인 민주노총 노조가 반대했다. 시와 공사가 인력 감축과 안전업무 외주화 계획을 아예 포기하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서교공노조는 “일부 변화된 제안이 있었으나 최종적으로 (서울교통) 공사는 인력 감축, 안전업무 외주화 방침을 철회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통합노조 관계자는 “서교공노조에 ‘파업에 나서면 그간 논의됐던 모든 게 무산될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설득에) 응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통합노조는 교섭이 결렬된 직후 긴급 쟁의대책위원회를 열고, 파업에 동참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경고파업에 돌입한 9일 오전 서울 사당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노조는 출근시간 등을 고려해 9일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약 하루 반나절 동안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뉴스1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이 경고파업에 돌입한 9일 오전 서울 사당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발걸음을 서두르고 있다. 노조는 출근시간 등을 고려해 9일 오전 9시부터 10일 오후 6시까지 약 하루 반나절 동안 파업에 돌입하기로 했다. 뉴스1

민주노총만 파업…제 2‧3노조 불참

서교공노조는 지난 9월 기준 조합원이 1만100명대로, 공사내 3개 노조 중 조합원이 가장 많다. 통합노조는 2700명대이고, ‘MZ세대’가 주축이 된 제3 노조인 ‘올바른노조’는 1900명대다. 올바른노조는 연합교섭단에 포함되지 않아 파업 등 단체행동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들은 파업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여기에 교섭에 참여한 한국노총(통합노조)마저 일터로 복귀하면서 민주노총 측이 주도하는 파업은 동력이 떨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서교공노조는 추가 파업 가능성도 시사했다. 시와 서교공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는 의미의 ‘경고 파업’을 10일 오후 6시까지 이틀간 진행하고,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오는 16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이후 다시 파업에 돌입한단 계획이다.

9일 오전 서울 사당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9일 오전 서울 사당역에서 시민들이 지하철을 이용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서울시 “명분 없는 파업, 타협 없다”

시는 서교공노조 파업에 대해 “명분 없다”며 강경히 맞섰다. 시는 이날 자료를 내고 “시민의 발인 지하철이 정상적으로 운행될 수 있도록 업무 현장에 복귀해 달라”며 “파업을 계속하면 법과 원칙에 따라 조치할 것”이라고 했다.

서교공에 따르면 이날 출근 시간대엔 평상시 대비 열차를 100% 운행했다. 하지만 퇴근 시간대엔 평균 운행률이 87%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해 노‧사 합의로 돌입 하루 만에 철회된 서울 지하철 파업 때도 출근 시간보다 퇴근 시간에 승객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지옥철’ 상황이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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