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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비상사태' 伊, 불법이민자 수용소 짓는다…"무서운 계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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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르지아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유럽연합(EU)으로 향하는 아프리카의 불법 이민자들을 수용하기 위한 이민자 센터 두 곳을 동유럽 국가인 알바니아에 건설한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해당 센터에는 이탈리아 선박에 의해 바다에서 구조된 이주민들이 수용될 예정이다. 일각에선 “이탈리아판 관타나모” “내륙의 람페두사”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BBC 방송 등에 따르면, 이날 로마에서 멜로니 총리는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것(이민자 센터 설립)은 진정한 유럽 협정이자 이주 흐름 관리에 대한 협력 가능성을 보여준 쾌거”라고 강조했다.

이탈리아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오른쪽)와 알바니아 총리 에디 라마(왼쪽)가 지난 6일 이탈리아 로마 치기 궁에서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탈리아 조르지아 멜로니 총리(오른쪽)와 알바니아 총리 에디 라마(왼쪽)가 지난 6일 이탈리아 로마 치기 궁에서 악수하고 있다. EPA=연합뉴스

이어 “이곳(알바니아의 센터)에서 신속하게 이주민들의 망명 신청을 처리하고, 송환될 때까지 거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임산부·어린이·취약계층은 알바니아 센터로 이송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또 멜로니 총리는 “알바니아가 EU 회원국이 아니지만, 이미 EU 회원국처럼 행동해왔다”면서 “알바니아의 EU 가입을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알바니아는 2009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했지만 아직 EU 회원국은 아니다.

이에 대해 라마 총리는 “이탈리아가 요청하면 알바니아가 응답한다”고 답했다. 그는 “1990년대 공산주의가 무너졌을 때 이탈리아 시민과 기관들이 알바니아인들을 도왔다”면서 “이 빚은 갚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또 “(불법 이주민들이) 이탈리아에 도착하면 EU에 도착한다는 지리적 상황이 이탈리아에 저주가 됐다”면서 “우리가 유일한 해결책을 제공할 능력은 없지만 이탈리아의 어려움을 도와야 할 의무는 있다”고 덧붙였다.

앞서 멜로니 총리가 소속된 극우 성향의 이탈리아형제당은 불법 이주민을 끌어모아 보트에 태우는 ‘인간 밀수업자’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송환 예정인 이민자 수용 센터를 늘리기로 결정한 바 있다. 특히 아프리카 국가 등 EU 이외 지역에 이민자 수용 센터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특히 올해 이탈리아로 입국한 불법 이민자 수(14만5000명)가 지난해 같은 기간(8만8000명)보다 두 배 가까이 늘면서, 한때 국가 비상 사태가 선포되기도 했다.

지난해 8월 지중해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남쪽에서 스페인 NGO 오픈 암스(Open Arms)의 구조 작전 중 뒤집힌 나무 보트 옆에서 이주민들이 수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8월 지중해 이탈리아 람페두사 섬 남쪽에서 스페인 NGO 오픈 암스(Open Arms)의 구조 작전 중 뒤집힌 나무 보트 옆에서 이주민들이 수영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알바니아의 이주민 수용 센터는 북서부 셍진 항구와 인근 자데르 지역에 건설될 예정이다. 건설 비용은 전액 이탈리아가 대고, 보안과 순찰 업무는 알바니아가 맡는다. 내년 봄 운영 시작이 목표이며 연간 3만6000~3만9000명을 수용할 예정이다. 멜로니 총리는 “이번 합의가 다른 나라들이 따라야 할 모델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탈리아와 알바니아의 야당 정치인들은 이 합의에 대해 “매우 놀랍고 잘못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탈리아의 ‘+에우로파’의 리카르도 마기 대표는 “이탈리아판 관타나모”라면서 “무서운 계획”이라고 말했다. 알바니아의 민주당 벨린드 켈리치 의원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에 “이것은 라마 총리가 알바니아에 행할 수 있는 가장 큰 불충성”이라고 썼다.

로마에 본부를 둔 이민자 지원 협회인 바오밥 익스피리언스의 안드레아 코스타 회장은 “알바니아의 이민자 수용 센터는 ‘내륙의 람페두사(아프리카 이민자들의 유럽행 통로가 되는 이탈리아 최남단 섬)’가 될 것”이라며 “이탈리아 정부의 이민 정책이 얼마나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시사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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