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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에 벤츠? 헬기 띄워"…세계 1위 억만장자의 투자 비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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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때는 2008년 미국 리먼브라더스 발 경제위기. 약 38%의 폭락장에서 나홀로 9% 수익을 기록한 헤지펀드 운용사가 있다. 억만장자 투자가인 레이 달리오(74)가 1975년 설립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다.  지난해 기준 이 기업이 굴린 자금은 총 1680억 달러(약 223조 원)으로, 서울시가 1일 발표한 내년도 예산(45조 7230억원)의 약 다섯 배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일(현지시간) "월가에서 오랜 기간 속삭여온 질문은 대체 달리오의 투자 비밀"이라며 "세계 최대 규모이면서 업계 2위보다 두 배 이상인 금액을 운용하는 달리오의 투자 방법은 베일에 싸여 있다"고 전했다.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키운 건 달리오 본인이기도 하다. 경제 매체 및 각종 포럼 등 행사에 자주 등장하는 그가 투자 방법에 대해 질문을 받을 때 내놓곤 하는 답은 이렇게 정리된다. "오래전 나는 투자의 성배(聖杯)를 손에 쥐었다. 주식 거래엔 돈을 벌 수밖에 없는 공식들이 있다. 그걸 알아내면 부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걸 토대로 투자 엔진을 구축했고, 그에 따라 편안히 움직이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래서 그 공식이라는 게 뭔가. 사람들이 궁금한 이 질문에 그는 즉답을 하지 않는다. 레이 달리오 식 선문답이다. 답답한 건 달리오의 라이벌 격인 다른 억만장자 투자가들도 마찬가지다. NYT는 "백악관도, 라이벌들도, 전 세계 투자자들도 달리오의 비밀을 궁금해한다"며 "하지만 비밀이랄 게 없다는 게 비밀이라는 게 달리오 측의 설명"이라고 전했다.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그래픽=김유경 인턴기자 kim.youkyung1@joongang.co.kr

달리오가 은둔형 투자자여서가 아니다. 정반대다. 그는 경제 관련 방송 및 행사에 활발히 참석한다. 국내에도 출판된 저서도 여러 권이다. 역시 억만장자인 투자가 빌 애크먼은 NYT에 따르면 한 행사에서 달리오에게 질문 세례를 퍼부었다고 한다. 이런 식이다.

애크먼="펀드 운용의 원칙이 뭔가."
달리오="장기 투자일 수도, 단기 투자일 수도 있다. 사실, 난 단기도 장기투자도 다 한다."
애크먼="지금 당장 한 가지 자산에 투자해야 한다면 뭘 선택하겠나."
달리오="(잠시 침묵) 음, 난 그런 투자 안 한다."
애크먼은 "세상에서 가장 흥미로운 대화였다"고 시니컬하게 코멘트한 뒤 달리오를 향해 머리를 절레절레 흔들며 퇴장했다고 NYT는 전했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이런 그를 두고 의뭉스럽다고 생각한다면 달리오로선 억울한 측면도 있다. 그는 2018년 자신의 투자 원칙을 밝힌 대표작을 낸 바 있다. 국내에도 출간된 책의 제목도,『원칙』이다. 자신의 생애와 투자 원칙을 풀었다. 그러나 특정 종목의 이름이나 매수 및 매도 시점 등의 숫자를 기대하면 오산이다. 책의 목차 일부를 옮기면 "신뢰도가 결정에 영향력을 미친다" 또는 "조화를 이룩하고 유지하라" "효율적으로 결정하는 법을 배워라" 등이다. 해가 동쪽에서 뜬다는 말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NYT가 정리한 그의 투자 원칙은 "각국의 경제 관련 정책을 면밀히 분석하고, 선거 등 정세를 살피며 큰 그림을 읽는 거시 경제 투자"다. 증세 및 감세부터 환율, 예산 등, 통화 정책과 재정 정책을 검토하고 국제 정세를 살펴 돈의 이동을 미리 예측해 이익을 낸다는 것이다. 결국 결론은 투자는 자기 주도 학습의 열매라는 셈이 된다. 그가 책에서 강조한 "아는 것 말고 모르는 것에 대처하는 방법을 배워둬야 한다"는 메시지 역시, 공짜는 없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

세계 금융의 중심, 미국 월가. 블룸버그

세계 금융의 중심, 미국 월가. 블룸버그

여기에 하나 더, NYT가 꼽은 달리오의 비결은 그의 과감한 결단력이다. NYT가 소개한 일화가 있다. 2013년 카자흐스탄 대표단이 자원 개발과 관련해 뉴욕에 왔다. 대표단의 환심을 사서 투자 수익으로 이어가려는 헤지펀드는 달리오의 브리지워터 말고도 다수였다. 대부분은 카자흐스탄의 특산물로 차린 최고급 식사 등을 대접했다고 한다. 달리오는 달랐다. "(공항에서) 뭘 타고 뉴욕에 오지?"라고 부하 직원에게 물었다고 한다. 벤츠 차량을 제공할 거란 부하 직원의 말에 달리오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헬기 띄워." 승자는 달리오였다.

달리오라고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그는 한 행사에서 자신의 투자 성적이 좋지 않았던 기록들을 모은 A4 용지를 전해 받았던 때가 있다고 한다. 그는 어떻게 했을까. 종이를 쓱 읽어본 뒤 바로 구겨서 공으로 만들어 휴지통에 버렸다고 NYT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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