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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폭락 예견 “빨갱이 억만장자”, "민주주의 위기" 논하는 까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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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레이 달리오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회장. 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를 만든 레이 달리오는 조금 특이한 억만장자다. 그가 세운 브리지워터 어소시어츠는 운용 자금만 1500억 달러(약 189조원)에 달한다. 2008년 경제위기를 예견한 '족집게 투자'로도 유명하고, 안전성을 추구하면서도 투자 이익을 추구하는 ‘올 웨더(all weather, 전천후) 투자법'의 귀재로도 입지가 탄탄하다. 이 투자법은 국내 서학개미들 사이에선 ‘사계절 투자법’으로 불린다.

그의 특징 중 하나는 뚜렷한 친중 컬러다. 1980년대부터 중국을 드나들며 현지 네트워크를 쌓았고 아들도 중국에 유학보냈다. 최근까지 브리지워터의 최고경영자(CEO)를 지낸 데이비드 매코믹 조차 “나는 레이 (달리오)와 달리 친중이 아니다”라고 말했을 정도. 그때문에 일부 보수 진영에선 ‘빨갱이 친중 억만장자’(폭스뉴스 터커 칼슨 앵커)라는 비난도 받는다.

그런 그가 최근 펴낸 저서 제목은 『변화하는 세계 질서(The Changing World Order)』. 국내에서도 서학개미들의 투자 기법 필독서로 꼽히는 『원칙』보다 지평선을 넓혀 국제정치와 경제를 하나의 맥락에서 설명한다. 그는 지난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팟캐스트 ‘스웨이’에 출연해 “경제는 정치와 불가분의 관계”라며 출간 배경을 설명했다. 세계 경제를 국제 정치의 맥락으로 읽어야 한다는 의미다. 중국의 부상과 미국의 후퇴는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그럼에도 달리오의 이야기가 흥미로운 건 미ㆍ중 경쟁을 단순한 패권 구도가 아니라 미국의 민주주의의 위기의 맥락으로 읽어내기 때문이다. 미국이 미국다울수 있었던 매력은 민주주의인데, 그 민주주의가 최근 수년 간 퇴보하면서 미국의 쇠퇴를 자초하고 있다는 의미다.

레이 달리오가 2019년 자신의 전문 분야인 중국에 대해 미국 뉴욕의 한 행사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레이 달리오가 2019년 자신의 전문 분야인 중국에 대해 미국 뉴욕의 한 행사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민주주의의 후퇴는 그에 따르면 특정 진영의 탓이 아니라 모든 진영에서 확성기를 쥔 포퓰리스트 모두의 문제다. 그는 NYT에 “미국의 큰 장점은 민주주의였는데, 이젠 미국 정치에서 타협과 원칙 존중의 문화가 사라졌다”며 “역사적 맥락에서 보면 이런 현상이 되풀이돼왔는데 그럴때마다 (그 국가는) 쇠퇴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 당선이 되기 위해선 중도일 수 없다”며 “포퓰리스트들이 ‘나는 내 입장을 위해 싸워줄 이가 당선되길 바란다’고 큰 목소리를 내는 상황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결국 중국의 부상뿐 아니라 미국 자체의 민주주의 후퇴로 인해 쇠퇴를 자초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렇다고 중국이 패권국으로서의 탄탄대로에 서있는 건 아니다. 팬데믹에 중국이 대처하는 방식은 중국의 한계도 고스란히 노출했다. 그는 NYT에 “중국은 팬데믹에 맞서 고립이라는 방식을 택했는데, 요즘과 같은 국제사회에선 영원히 고립될 수는 없다”며 “중국은 이 정책 때문에 오히려 효과적인 백신 개발이 늦어졌고 팬데믹의 완전 극복 속도도 더디다”고 지적했다.

세계적 투자 귀재의 팬데믹 후 세계 경제 전망은 어떨까. 그는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Fed)는 굉장히 어려운 책임에 직면해 있다”며 “팬데믹을 맞아 전례 없는 (기준금리 제로 등의) 정책을 폈고 이젠 그 비정상을 정상화해야 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임플레이션 등 만만찮은 장애물도 기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그는 역사에 비춰볼 때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스탠스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공황 당시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자리를 유지했고, 전쟁을 치르면서도 많은 사람들은 살아남았다”며 “항상 최악의 케이스들이 전해지기 때문에 다들 비관적이기 마련이지만, 낙관론을 접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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