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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포폴 중독 고백 1년 만에…'프렌즈' 챈들러, 54세에 익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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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매튜 페리(1969~2023). 사진은 2015년 촬영된 것이다. '프렌즈'의 챈들러 역할로 대성공한 그는 지난 28일 사망했다. AP=연합뉴스

배우 매튜 페리(1969~2023). 사진은 2015년 촬영된 것이다. '프렌즈'의 챈들러 역할로 대성공한 그는 지난 28일 사망했다. AP=연합뉴스

본명보다 '챈들러'라는 이름으로 친숙한 배우, 매튜 페리가 28일(현지시간) 사망했다고 소속사와 경찰이 밝혔다. 54세. 페리는 1994년 시작해 2004년 막을 내린 '프렌즈'에서 챈들러 빙 역할을 맡아 국내에도 인기를 끌었다. 사인은 익사였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자택의 자쿠지 욕조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고 가디언ㆍCNN 등이 일제히 보도했다. 그가 알코올 및 프로포폴 중독 경험을 고백했던 자서전 『프렌즈, 연인들 그리고 끔찍한 그 일(Friends, Lovers and the Big Terrible Thing)』을 낸 지 약 1년 만이다. 페리는 이 책에서 중독 증상 극복을 위해 900만 달러(약 122억원)을 썼다고도 털어놨다. 그의 사망이 약물 및 알코올 등과 관계가 있는지는 한국시각 29일 오전 현재 아직 파악되지 않은 상태다.

페리는 '프렌즈' 캐스팅 당시 무명에 가까웠다. 캐나다에서 수퍼스타의 꿈을 안고 할리우드로 온 그는 '베벌리힐스 90210' 등에 출연하긴 했으나 존재감은 옅었다. 그러다 24세가 되던 해 '프렌즈' 캐스팅 오디션을 보러 가서 인생이 바뀌었다. 가디언에 따르면 당시 책임 프로듀서였던 데이비드 크레인은 "챈들러 역할을 할 배우를 누구로 할지 종잡을 수가 없어서 캐릭터 설정이 잘못됐나 고민까지 했었다"며 "그런데 매튜가 들어온 순간 우린 '됐다, 찾았어'라고 외쳤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1994년 시작한 미국 시트콤, '프렌즈.'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매튜 페리다. [중앙포토]

1994년 시작한 미국 시트콤, '프렌즈.' 오른쪽에서 세번째가 매튜 페리다. [중앙포토]

'프렌즈' 출범 당시 페리를 포함한 주연 배우들 제니퍼 애니스턴, 리사 쿠드로, 맷 르블랑 등은 거의 무명이었다. 배우들이 작품과 함께 성장해나간 경우다. 페리는 95년 이 시트콤에 출연했던 배우 줄리아 로버츠와 약 1년간 교제하기도 했다. 챈들러 덕에 인기와 부를 쌓았지만, 그에게 이 역할은 애증이 됐다. 어딜 가나 그는 '매튜' 아닌 '챈들러'로 불렸고, 이 상황이 진절머리났다고 한다. 그는 NYT에 "어딜 가나 '어이, 챈들러'라고 부르는데 난 챈들러가 아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매튜 페리와 줄리아 로버츠가 '프렌즈' 시즌2에서 공연하고 있다.

매튜 페리와 줄리아 로버츠가 '프렌즈' 시즌2에서 공연하고 있다.

2004년 '프렌즈'가 막을 내린 뒤, 페리는 삶이 공허에 압도됐다. 그는 2002년 뉴욕타임스(NYT)와 인터뷰에서 "어렸을 땐 유명해지고 싶은 욕심이 너무 컸다"며 "항상 주목받고 싶었고, 돈을 많이 벌고 싶었고, 레스토랑에서도 제일 좋은 자리에 안내받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런데 그 인기의 이면엔 대가가 따른다는 걸 몰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유명해지고 싶은 사람들은 절대 믿지 않겠지만, 유명해지는 건 해답도 아니고, 괴로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약물에 중독된 건 사고 때문이었다. 제트스키를 타다 부상을 입어 복용하기 시작한 진통제가 시작이었다고 한다. 시청자들에게 재미를 줘야 한다는 강박을 약으로 달래면서다. 바이코딘과 같은 진통제에 이어 프로포폴이며 알코올에까지 중독됐다. 이 과정에서 급격히 체중이 줄기도 했다. 183㎝인 그가 58㎏까지 줄었다. 그는 지난해 자서전 출간 이후 NYT와 인터뷰에서 "당시 '프렌즈'의 내 모습을 보는 게 괴롭다"고 털어놨다.

매튜 페리가 지난해 쓴 자서전. 베스트셀러가 됐다. AP=연합뉴스

매튜 페리가 지난해 쓴 자서전. 베스트셀러가 됐다. AP=연합뉴스

그는 또 "대단한 희열을 맛보기 위해 약들을 삼켰다는 게 아니다"라며 "그냥 진통제 다섯 알 먹고 편안하게 영화를 보다 잠들고 싶은 게 다였다"고 말했다. 가디언은 지난해 이 책을 리뷰하며 "중독의 경험을 끔찍할 정도로 진솔하게 털어놓았다"고 평했다. 페리는 NYT에 "(중독의) 지옥에 있는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썼다"고 말했다.

중독의 대가는 컸다. 그는 NYT에 "인생 절반을 재활센터에서 보냈다"고 표현했다. 시간뿐 아니라 900만 달러라는 돈도 들었다. '프렌즈' 이후 이렇다 할 작품에 출연할 기회도 놓쳤고, 가족을 꾸릴 여유도 없었다. 그는 "산전수전 다 겪은 만큼,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단란한 가정을 향한 꿈을 이야기했지만, 약 1년 만에 숨을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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