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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다 웃을 준비되셨나요? 추억 돋는 미드 ‘프렌즈’의 귀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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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친구들. '프렌즈' 녹화장이다. AP=연합뉴스

돌아온 친구들. '프렌즈' 녹화장이다. AP=연합뉴스

전설의 미드 ‘프렌즈’가 27일(현지시간) 돌아온다. 미국 HBO가 야심 차게 준비한 ‘프렌즈 리유니언(Friends Reunion)’의 첫 화를 앞두고 뉴욕타임스(NYT)부터 CNN까지 들썩이고 있다. 뉴욕 맨해튼의 아파트에서 동고동락하는 여섯 명의 남녀 친구들의 귀환에 연예매체는 물론 권위지까지 페이스북 등에 “울 준비는 됐습니까” 등의 제목을 달고 열광하고 있다. HBO가 사전 공개한 트레일러에서 제니퍼 애니스턴 등 주연 배우들은 “티슈 어디 있느냐”라며 기쁨의 눈물을 훔치고 서로 포옹한다. HBO는 “우리가 그토록 기다리던 단 하나의 쇼가 돌아왔다”는 자막을 달았다.

‘프렌즈’의 컴백은 디지털 시대의 파고에 시달리는 아날로그 세대에겐 향수 그 자체다. 1994년 방영을 시작해 2004년 막을 내릴 때까지 10년간, 당시 텔레비전 방송 코믹 드라마의 전형으로 꼽혔다. NYT는 26일(현지시간) 분석 기사에서 “‘프렌즈’는 시청자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기고 얘기하는 텔레비전 드라마의 전형이었다”며 “에피소드 제목들부터 ‘우린 진지하지 않아, 그냥 재미있고 싶을 뿐이야’라는 드라마였고, 그게 통했다”고 풀이했다. 전 세계적으로도 인기를 구가했다. 1996년부터 3년간 송승헌과 신동엽 등이 주연하며 인기를 끌었던 한국의 인기 시트콤 ‘남자 셋 여자 셋’이 ‘프렌즈’의 표절이라는 얘기도 나왔을 정도였다.

세월의 흔적은 역력하지만 여전히 유쾌한 친구들. AP=연합뉴스

세월의 흔적은 역력하지만 여전히 유쾌한 친구들. AP=연합뉴스

종영 후 15년 이상이 흐른 시점이지만, ‘프렌즈 리유니언’은 그 이전의 서사를 따라가려고 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간 각 캐릭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일일이 설명하는 게 아니라, 그때 그 아이들이 새치가 나고 중년이 되어도 여전히 서로 시시덕거리고 웃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게 NYT의 설명이다. “그리고 그게 이번 컴백작의 대단한 미덕”이라고 NYT는 평했다.

구체적인 줄거리는 스포일러를 염려해 엔터테인먼트 전문 사이트인 IMDb에도 상세히 나와 있지 않다. 그러나 NYT에 따르면 “시답지 않지만 귀여운” 드라마일 전망. 피비 역을 맡은 리사쿠드로는 “(전작의) 해피엔딩을 굳이 파헤칠 게 뭐가 있느냐”라고 말했다고 NYT는 전했다.

세월은 물론, 야속하다. 조이 역을 맡은 맷 르블랑은 배가 나왔고 머리가 하얘졌고, 로스 역을 맡은 데이비드 슈위머와브렌다 역의 커트니 콕스의 얼굴엔 주름이 선명하다. 그간 브래드 피트와의 세기의 이혼 등 마음고생이 심했던 애니스턴은 그나마 민소매 차림으로 선명한 근육을 자랑하지만 그 역시 세월의 흔적에서 자유롭진 않다. 그럼에도 이들이 함께 떠들고 웃고 즐기는 건 그 자체로 유쾌하다.

정치적 올바름(PC)과 미투의 시대에서 그러나 ‘프렌즈’는 과거의 ‘프렌즈’와는 다른 분위기일 수밖에 없다. 과거 에피소드에서 애니스턴이 연기한 레이철은 남자가 잘생겼다는 이유만으로 비서로 채용하면서 “데이트 할 수 있잖아”라고 말하고, 로스는 성소수자로 커밍아웃한 뒤에도 레즈비언을 비꼬는 농담으로 보는 이를 다소 불편하게 한다. 그러나 NYT와 CNN에 따르면 “마음 놓고 웃을 수 있는 코미디”라고 한다.

언니들도 돌아온다. 영화·드라마로도 제작된 ‘섹스 앤 더 시티’ 주인공들. [중앙포토]

언니들도 돌아온다. 영화·드라마로도 제작된 ‘섹스 앤 더 시티’ 주인공들. [중앙포토]

과거 레전드 미드의 귀환은 ‘프렌즈’가 시작이다. 전 세계 여성 시청자의 바이블과 같은 ‘섹스 앤 더 시티’ 역시 올해 귀환을 준비 중이다. 이 역시 HBO가 제작한 드라마로, 뉴욕에 사는 4명의 싱글 여성들이 연애하며 겪는 에피소드와 성장통을 그렸다.

HBO가 이같이 과거의 영광 드라마를 가져오는 이유는 단순히 뉴트로(새로운 레트로) 감성을 노려서만은 아니다. 방송의 전통적 강자였던 HBO는 넷플릭스와 같은 스트리밍 서비스에 밀린지 오래다. 이달엔 다큐 전문 콘텐트 기업인 디스커버리와 거대 통신사인 AT&T가 합병하고, 지난 26일엔 아마존이 MGM 스튜디오를 매입한다고 깜짝 발표하는 등, 미디어 콘텐트 사업에 덮친 파도의 높이는 상당하다. 이를 원래 자신이 잘하던 것을 더 잘하면서 살려보겠다는 의지를 HBO가 불태우고 있는 셈. 그 전선의 최전방에 서있는 게 ‘프렌즈’와 ‘섹스 앤 더 시티’라고 하겠다. NYT는 “단순한 향수만 자극하는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이들의 컴백의 의미를 풀어냈다.

전수진 기자 chun.s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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